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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Note


“읽는 당신”에서는 문학 바깥 장르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창간호에는 작사가, 작곡가이자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과 함께할 수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책과 예술에 대한 진솔한 인터뷰가 이뤄졌다.


스스로 조용히 빛나는, 종현


“여전히 제게

글의 형태로 된 예술은

엄청난 동경의 대상이자

판타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글도 음악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책을 읽는 것은 가장 내밀한 경험이자 지적인 체험이다. “읽는 당신”은 친숙하며 동시에 낯선 아티스트의, 경험과 체험을 나눠 갖는다. 문학(Literature)의 바깥에서 새로운 Littor(문학하는 사람)를 찾는다. 문학의 바깥은 없으며, 문학의 가능성은 이만큼이나 커다랗다고 바로 당신이,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무대가 곧 예술이 되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에서 보컬과 작사 작곡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종현을 만났다. 종현은 책을 읽는 고요한 순간에도 스스로 빛이 난다. 종현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책을 읽어 왔습니까?


종현


당신은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나요?

독후감을 쓰면 어머니가 용돈을 주셨거든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많이 썼어요. 어머니가 만드신 용돈 미션이 있었는데, 가장 용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과제가 독후감이었어요. 2000원이었나, 3000원이었나. 책을 다 읽어도 독후감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용돈을 받지 못했죠.


독후감을 쓰는 건 즐거웠어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책을 얼마나 읽었든, 어머니가 ‘이 책을 정확하게 다 읽고 쓴 독후감이다’라고 판단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용돈을 주셨기 때문에 아주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어요.


처음 독후감을 쓴 작품을 기억해요?

제가 기억하기론 『돌아온 진돗개 백구』예요. (웃음) 진짜 어렸을 때죠?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또래 친구들과 읽은 책은 비슷했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했고, 예전에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잖아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문구가 유명했는데, 나중에는 거기서 추천해 주는 책을 많이 읽었어요.[각주:1] 그때 아마 중학생이었을 거예요.[각주:2] 그리고 저보다 두 살 많은 누나가 읽는 책을 저도 읽었어요.


당신이 책을 읽는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나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책을 좋아하셔서 집에 책이 아주 많았어요. 그래서 집에 책 냄새가 많이 났었죠. 어머니가 어린이집 원장이었고, 그 전에는 동사무소에서 일하신 적도 있어서 영향을 좀 받지 않았을까 해요. 책은 대부분 개인적인 공간에서 읽잖아요. 그래서 뭐랄까, 책은 되게 가족적인 것 같아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사람이 책을 얼마나 읽는지 타인이 알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읽은 책과 저 사람이 읽는 책이 겹치지 않는 경우도 훨씬 많고, ‘어 내가 읽은 책을 이 사람은 안 읽었네?’라고 해서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아이들은 자신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어른들의 책장을 기웃거리곤 하죠. 당신도 그랬어요?

그런 책도 있었어요.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원초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어렸을 땐 그냥 판타지로 읽혔는데, 커서 보니깐 판타지로 안 보이고 여러 맥락이 잡혀서 신기했어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도 해요?

읽고, 읽고, 읽고 또 읽곤 해요. 좋아하는 책은 계속 읽어요.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책은 무엇이죠?

카프카의 『변신』이요. 이 책은 뭐랄까 요즘 말로 ‘괴랄’하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초등학교인가 중학교 때 그 책을 처음 읽었는데, ‘이런 책을 애들한테 추천한다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단편들도 아주 좋아해요. 『데미안』에서는 내가 되고 싶고 동경할 수 있는 인물을 만났죠. 청소년 추천 도서는 결국 어른들이 정하잖아요? 그래서 청소년 때보다는 어른이 되었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 많은 것 같아요.


『변신』은 첫 문장이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손꼽히곤 하는데, 당신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상상했어요. 주인공이 눈떠 보니까 벌레로 ‘변신’해 있는 거잖아요. 그때 제가 누나랑 방을 같이 썼었는데 제가 침대에서 눈을 딱 떴을 때 소설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있으면 창문이 이렇게 보일까, 책상은 어떻게 되어 있고, 서랍은 어떻게 열 수 있나, 그런 걸 상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 읽은 『변신』은 삽화가 있는 아주 큰 책이었어요. 그로테스크한 흑백 그림이 있는 책이었죠. 다양한 판의 『변신』을 읽었지만 처음 내가 가졌던 판형 큰 책이 가장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단 한 번, 책 속의 세계로 뛰어들 수 있다면 어느 책을 고르겠어요?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책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의 게스트에게 제가 한 질문이에요. 저는 DJ라서 대답을 안 했어요. 이건 대답하기 힘들다 생각해서 빨리 노래를 틀어 버렸죠(웃음).[각주:3]

저는 판타지 장르를 되게, 되게, 좋아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속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드네요. 주인공 말고 쓸데없는 캐릭터 중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뇌를 먹어 버리는 개라든지요. 베르나르의 『뇌』라는 책에서 나와요.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그 세계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책을 소장하는 데에도 열심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책은 막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원래 제가 물건을 잘 잃어버려요.


그럼 해외 공연에 가져간 책을 호텔 객실에 미련 없이 두고 오나요?

다 읽었다면요. 제가 한 책을 여러 번 읽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으면 매번 새 책을 사요. 그리고 또 잃어버려요.


훌륭한 독자네요!(웃음) 그렇다면, 책을 읽는 시간은 당신에게 휴식인가요?

휴식은 그냥 멍하니 있을 때. 휴식보다는 고민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 듣거나 하는 것도 완벽한 휴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창작 활동을 위한 준비 기간이랄까. 문학같이 다른 장르의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으니까요.


직접 가사와 곡을 쓰는 뮤지션이죠. 몇몇 시인은 「View」의 가사를 칭찬하던데요?

정말 예전부터 쓰고 싶은 주제였어요. 색청 현상. 음이 색채처럼 눈에 보이는 현상인데요, 사람이 가진 감각과 육감에 대한 공감각적 심상을 모아놨다가 구체화시킨 가사예요.


당신의 가사는 호기심이 들어요. 「오르골」이라든지, 「우울시계」라든지. 어떤 실마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지금도 어떤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악취미가 있는지, 남들이 보기엔 아름다운 가사인데 속 안에 못된 내용들을 많이 담았거든요. 「오르골」 가사는 「하우스 오브 왁스」를 보고 쓴 가사예요.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정신이 나가 버린 캐릭터라든지 이런 것에 흥미가 가요. 그런 스릴러나, 공포에 대한 책과 영화를 보고 쓴 가사가 많아요. 「오르골」은 가사 내용 안에서 사랑하는 이를 계속 구속하려고 하는 남자 주인공을 화자로 삼아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을 읽고서는 「욕」이라는 곡의 가사를 썼는데, 그것도 못된 사랑의 모습이죠. 「우울시계」는 우울할 때 썼어요. 뭐만 하면 ‘우울하다’ ‘우울하다’라는 입버릇이 있었을 때였어요. ‘너만 우울한 게 아니야’라는 야비한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가사를 쓰는 건 어떤 의미예요?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짧은 시간 내에 어떠한 스토리를 잘 전달해야 하기에 제약이 많거든요. 그래서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어려워요. 짧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의 캐릭터가 더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제일 어려운 건 내가 멜로디를 쓰지 않은 곡에 가사를 쓰는 경우죠.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이만큼이나 되는데 이걸 집약하고 덜어 내면서 써야 하는 경우들이 있단 말이에요. 멜로디의 음절은 20개 정도밖에 없는데, 내가 쓰고 싶은 말은 50자 이상이에요. 중요한 것만 캐치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퇴고의 과정과 비슷하군요?

계속 뽑아내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가사가 임팩트를 가지는 경우도 있어요. 또 여기에 붙여 봤다 저기에도 붙여 보는 작업만 반복하다가 결국 퇴짜를 먹기도 하죠. 저는 이 콘셉트로 계속 가사를 썼는데, 결국 더 잘 표현되는 멜로디가 있는 것 같아요. 가사를 쓰는 건 그만큼 묘한 일이죠.


첫 책의 제목을 『산하엽』이라고 지었는데, 당신의 노래이기도 하죠. 책을 낸 원동력은 무엇이었어요?

책을 낸 건 순전히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한 단어를 파고드는 습관이 있는데 그때에는 ‘귀속歸屬’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어요. 문학과 영화는 이야기의 기승전결, 전과 후를 다 설명해 주잖아요. 근데 음악은 그게 없어요. 아주 자유롭죠. 그래서 책을 쓰면서 저의 음악에 제 상상력과 글을 귀속하고 싶었어요. 이 책의 내용이 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으면, 이 음악의 내용이 이 책에 영향을 미쳤으면…… 그런 식으로 썼어요. 제 책을 오직 책의 힘으로만 낸 게 아니라,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썼던 가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썼다기보다는 가사를 모았다는 정도의 의미였던 것 같아요.


첫 책을 소설집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왜 소설이라는 형식을 선택했어요?

제가 말한 ‘상상력의 귀속’을 표현하기가 편했어요. 왜냐면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썼던 소설 안에는 인터뷰 형식도 있고, 이야기도 있고, 편지도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모두 한번 써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소설을 택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후회했죠. 아, 안 되는구나. 나는 이런 걸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후회를 했어요(웃음). 헤밍웨이가 그랬다고 했잖아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요(웃음). 사람들은 음악을 대단하다고 하지만, 저는 음악을 하기 때문에 음악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여전히 제게 글의 형태로 된 예술은 엄청난 동경의 대상이자 판타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글도 제게 음악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판타지는 정복하면 깨지잖아요. 그 판타지가 언젠가 깨어졌으면 좋겠어요.


책 읽을 때 음악을 듣나요?

아뇨, 절대요. 책을 읽으면 책만 읽어야 하고, 음악 들으면 음악만 들어야 해요.


또 새로 작업하고 있는 책이 있나요?

있지만 한참 걸릴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만큼의 그릇을 갖고 있다면, 그 그릇을 채울 때까지의 낼 수 있는 작품이 따로 있는 거고. 그릇에 채워진 무언가가 부족하다면 고작 그만큼이 담겨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깐 작년, 재작년에 제 그릇에 있는 걸 다, 정말이지 껍데기까지 다 써 버린 것 같거든요. 그 껍데기에 밴 냄새까지 써 버린 느낌이라…… 다시 차오르길 기다리고 있어요.


ⓒLittor: 글 허윤선(얼루어 코리아 피처디렉터), 사진 곽기곤, 스타일리스트 원영은, 헤어 서진경 by 아우라뷰티, 메이크업 김주희

  1. “책 읽으면서 밤샜던 거, 제가 책을 읽으면서 처음 밤을 샜던 게 괭이부리말 아이들 읽으면서였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네. 중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책 읽으면서. 지금도 생각나네요.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서 몇 시간 밤새서 읽고 학교 가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4년 11월 27일 푸른밤 [본문으로]
  2.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추천도서를 선정한 기간은 종현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1년 11월 10일부터 중학교 1학년이었던 2003년 11월 8일까지, 각주 1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2001년 11월 10일 첫 방송에서 선정된 추천도서. [본문으로]
  3. 노래가 아니라 청취자 사연으로 재빨리 전환.
    종현 “'책 한 권은 한 권 한 권이 세계다', 이 말씀 동의하십니까?”
    박경환 “그렇죠. 특히 소설의 경우에는 푹 빠져서 읽으면 여기서 더 이상 나오고 싶지 않다는 느낌, 독서할 때도 있죠.”
    종현 “그러면 경환 씨 같은 경우에는 이 세계에는 꼭 들어가 보고 싶다, 그런 세계 있으신가요? 판타지도 좋고요.”
    박경환 “저 판타지 사실 좀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 생각나는 건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이런 책이 있거든요. 진짜 암컷과 수컷이 있다고 주장하고 시작하는 책이에요. 판타지죠. 그런데 거기서는 연대를 막 왔다갔다 하고 굉장히 판타지인데 어떻게 한 번에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세계입니다.”
    종현 “그 책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으시다?”
    박경환 “그 책을 읽을 때 그런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종현 “연진 씨 같은 경우에는요?”
    연진 “저는 되게 좋아하는 소설 중에 워터십 다운의 11마리 토끼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토끼들이 모험을 하는 얘기거든요. 어떤 지역이 개발이 되어서 토끼들의 터전이 다 산산조각이 나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얘기인데 저는 그걸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박경환 “들어가서 복구해 주고 싶은?”
    종현 “어느 쪽이 되고 싶어요? 들어가셔서 인간, 혹은 토끼?”
    연진 “인간은 원하지 않고 거기 보면 토끼의 습성 같은, 살아가는 토끼가 하는 행동들이 많이 있는데 처음 아는 게 되게 많았어요. 한번 토끼로 살아보고 싶어요! 신기했어요.”
    종현 “그렇군요(웃음). ○○○ 님(의 사연).”
    2016년 7월 4일 푸른밤 [본문으로]

음악 욕심이 많은 뇌섹남, 샤이니 종현 원문


‘재즈를 좋아하는 당신’은 재즈를 즐겨듣는 유명인사를 만나는 인터뷰다. 첫 번째 만남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다. 그룹 활동과 함께 솔로 음악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이 만개한 그를 만났다.



반갑습니다. 많이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이스를 연주한다고 알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 훵크 밴드를 하셨다고. 그때부터 음악 활동을 했던 건가요?

중학교 때 막연히 밴드가 멋있어서 교내 밴드부에 가입했어요. 당시에 남아있던 포지션이 베이스였기 때문에, 말하자면 우연히 베이스를 잡았고, 이후 매력을 느껴서 꽤 오래할 수 있었죠. 록 밴드 위주의 곡으로 카피했고 훵크 밴드는 고등학교 때 시작했어요.


그럼 샤이니라는 그룹으로 선보여야 했던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샤이니는 저 혼자만의 그룹이 아니고, 구성하는 멤버가 엄청나게 많잖아요. 사람들이 인식하는 멤버는 다섯 명이겠지만, 샤이니를 이루는 요소와 멤버는 그보다 훨씬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룹에서 하는 음악은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타협점도 항상 필요하기도 하고요.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음악 작업 때에 굉장히 예민하다고 들었어요. 솔로 앨범 작업 때는 둘째 치더라도 그룹으로 작업할 때는 마찰이 생길 법도 해요. 그럼에도 샤이니라는 그룹으로 9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프로듀싱에 참여할 때는 엄청 예민한 편이지만, 샤이니 내에서 참여했던 부분은 대부분 작사와 보컬이었기 때문에 오지랖만 부리지 않으면 부딪힐 일 없어요. 다섯 멤버 모두 똑똑한 편이고, 유능한 서포터들이 있기 때문에 저까지 나설 필요가 없어요. 대신 제 곡이라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지금까지 작곡으로는 한곡만 참여했고, 보컬 디렉팅도 한번뿐이었어요.[각주:1] 샤이니 앨범에 수록된 곡이기 때문에 멤버들의 특성을 많이 고려했어요. 그래서 전혀 문제가 없었죠. 멤버들은 내심 힘들었지도 모르겠지만요.


라디오 방송 3년차시죠. 방송을 들어보면 정말 오래 하신 DJ분들 못지않아요. 특히, 문장 구사력이나 어휘력이 정말 뛰어나서 놀랄 때가 많아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시는지 궁금해요.

글쎄요. 그런가요? 초,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꿈이 문학 관련 업종이나 작가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책도 관심 많고 책도 썼어요. 어렸을 때 책 읽고 독후감 써야 용돈 받을 수 있었는데, 그때의 습관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렇군요. 요즘엔 무슨 책을 읽으셨나요?

사실 좋아하는 책을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편이에요. 최근에 [삼국지]를 다시 읽었고, [변신]과 [데미안]을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데, 동의하십니까?

(시각적인 것보단) 생각이 섹시한 게 훨씬 고차원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시각적인 자극보단 추상적 자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뭐 물론 비주얼도 섹시하면 더 좋지만요.


고영배 씨는 종현 씨를 두고 천재라고 표현하셨더라고요. 물론, 엄청난 노력파라는 점도 덧붙였고요.[각주:2] 한마디로 ‘노력형 천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전 열등감을 에너지로 삼기도 하기 때문에… 가끔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지만 가끔은 자기혐오로 땅을 파고 들어갈 때도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에서 얻는 에너지는 좀 다른 열정의 색을 띄어요. 그건 모두가 느껴본 패배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색이죠. 삶이 늘 밝지만은 않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일 텐데, 전 어두운 부분도 원동력으로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고 하지만 종현 씨도 이제 데뷔 10년차를 앞둔 중견급(?) 아티스트잖아요.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음악을 해왔으니 창의력이 고갈되거나 초심을 잃고 안주할 법도 한데, 매번 새로운 걸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런 원동력이 궁금해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어린데 잘하는 사람은 더 많고요. 그러다보니 나보다 어린데, 나보다 음악을 더 늦게 접했을 텐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열등감을 느껴요. 초심을 잃을 수가 없죠.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나보다 적은데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니 더 긴장 할 수밖에요. 창의력이 고갈되는 건 항상 느껴요. 하지만 강박을 갖고 일상을 메모하다 보면 소재를 얻을 수 있는 듯해요. 전 스스로를 꽤 괴롭히는 스타일이라서, 늘 피곤해요.


[BASE]에 수록된 ‘할렐루야’에선 미국에 있는 내쉬빌 가스펠 콰이어의 백그라운드 보컬이 들어갔는데요, 전화로 직접 디렉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각주:3]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한국인 코러스 밴드와 작업하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코러스 톤을 좀 더 특이하게 뽑고 싶기도 했고요. 데모의 경우엔 훨씬 미니멀한 팝 곡이었는데, 편곡점을 잡다보니 콰이어 코러스가 생각이 났어요. 물론 한국에도 훌륭한 콰이어 팀이 많지만 욕심내서 그렇게 진행했어요. 추천 받기도 했고요. 새벽에 스카이프로 디렉팅하는 것. 새로운 경험이었고, 코러스 멋지게 나와서 만족스러웠죠.


종현 씨가 2000년대 이전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란 분들께 증명을 하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각주:4] 현재까지는 굉장히 성공적이에요.

성공적으로 봐주신다면 감사합니다. 2000년대 이전의 음악에서 오는 감성은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확실히 언플러그드(어쿠스틱)의 매력이나 미디 사운드가 발전하기 전의 음악이 주는 독보적인 감성이 있죠. 하지만 지금의 음악들도 충분히 그만의 매력이 있으며, 뛰어난 부분들이 있어요.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도 알아 주셨으면 해요.


샤이니라는 그룹 안에서 종현 씨는 여전히 ‘아이돌팝’의 경계에 들어가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어요. 반면에 솔로로서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어반/알앤비, 재즈, 록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장르에 한정지어 설명하기 어려운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추구하는 장르 음악이 있나요?

특별히 추구하는 장르의 음악은 없어요. 전 팝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때에 따라 필요한 장르의 편곡을 선택합니다. 한 장르를 파는 뮤지션들도 멋져요. 하지만 여러 장르를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멋지지 않나요?


존경하는 음악가가 궁금해요.

마이클 잭슨과 디엔젤로, 넵튠즈.


이유는요?

설명이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재즈 뮤지션 중에선 누가 있을까요?

재즈를 깊게 알진 못해요. 마일스 데이비스 좋아하긴 해요. 특히 퀸텟 앨범요.


편성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을 구분한다면 재즈를 잘 아는 거 아닌가요? (웃음) 베이시스트로서 영향을 받은 재즈 아티스트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제 베이스 연주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건 재즈 아티스트가 아니에요. 재즈 아티스트 중에서 좋아하는 연주자는 마커스 밀러 정도.


종현 씨가 재즈에도 관심이 많다고 김광현 편집장님께서[각주:5]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재즈를 처음 접한 건 언제였나요?

재즈는 음악학교 다니면서 제대로 만났고 신기했어요. 처음 접했을 땐 천재들의 음악처럼 느껴졌어요. 즉흥성이 주는 충격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죠.


즉흥성이라. ‘셜록’에서 선보인 스캣으로도 팬들 사이에선 화제도 됐었어요.

스캣이라기엔 사실 무리가 있죠. 라이브마다 항상 정해진 노트를 짚었으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멤버들과 심심하면 잼을 했기 때문에 어색하진 않았어요. 솔로 콘서트를 할 때 곡에 따라 스캣을 할 때가 있는데, 그게 훨씬 즉흥적이고 재미있어요.


재즈 중에서도 즐겨 듣는 아티스트나 재즈 장르나 시대가 있을 것 같아요.

특별히 시대를 가려서 듣는 편은 아니에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재즈, 비비 킹의 블루스, 리듬감이 부각된 재즈 음악을 즐겨 드는 편이죠.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 선생님의 ‘봐사주’에 빠지셨다고 SNS에 올리셨잖아요?[각주:6]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는지 궁금해요.

각 장르마다 장르의 역사성이 있어요. 언어도 역사성을 가져요. ‘봐사주’라는 곡의 가사는 제주도 방언으로만 이루어져 있죠. 뚜렷한 역사성을 띤 두 가지의 문화가 조화롭게 섞인 것은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창의적이었어요. 보컬도 듣기 너무 좋았고요. [All That Jeju](올 댓 제주)라는 앨범명도 위트 넘치지 않나요?


앨범 [이야기 Op.1]에 수록된 ‘Happy Birthday’의 경우에 전형적인 재즈곡이에요. 기타 쿼텟을 동원한 보컬 재즈곡이죠. 재즈곡을 쓰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재즈곡을 써보고 싶었어요. 전형적으로. 아주 티 나게. 아주 노골적으로. 그래서 쓴 곡이에요. 근데 진행을 화려하게 쓰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곡 길이도 짧고, 딱 듣기 편안하고 쉬운 수준의 곡이 나온 것 같아요. 아직 장르의 심화학습이 부족한 수준이라, 더 공부해야 해요.


그러면 재즈 쪽으로 조금 더 해볼 생각은 있으신 건가요?

(웃음) 재즈 연주에 대한 제 이해도가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갖고 음악을 할 거예요.


고등학생 때 훵크 같은 흑인음악을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BWB 같은 훵키한 재즈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몇 년이나 더 공부를 해야 할까요? 두렵네요. 퓨전재즈의 접점이라면 편곡적인 부분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재즈 뮤지션이 있나요?

국내 재즈 뮤지션 중엔 주윤하 씨의 음악 좋아합니다. 어떤 형태든, 누가 되었든 훌륭한 뮤지션과 교차점이 생긴다면 즐거운 일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원문


과월호 구매


ⓒJAZZ PEOPLE: 인터뷰 류희성,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1. 종현이 작사/작곡/편곡/디렉팅/보컬디렉팅/랩메이킹을 맡은 SHINee의 Odd Eye 관련 정보는 여기 [본문으로]
  2. 박명수 “종현 씨는 어떤 분입니까? 같이 작업한. 저는 애기 때 봤었거든요.”
    고영배 “저는 사실 많이 놀랐어요. 편견이고 선입견이지만 아이돌분들이 작사작곡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 할까.”
    박명수 “저도 그게 궁금해요.”
    고영배 “진짜 잘해요.”
    박명수 “오.”
    고영배 “진짜 잘하고 심지어 박명수 형님도 ”
    박명수 “MIDI 하는.”
    고영배 “시퀀서를 사용해서 하시잖아요. 그런 거 실제로 너무너무 잘하고 심지어 보컬 디렉팅 같은 건 진짜 너무 많이 배웠어요. 너무너무.”
    박명수 “아, 동생한테?”
    고영배 “네.”
    박명수 “이야, 아주 천재인가 봐요. 진짜.”
    고영배 “천재도 천재 같고 열정과 노력이 대단한 친구 같더라고요.”
    박명수 “정말 또 그러니까 그렇게 뽑혀 가지고 세계적인 스타가 아니겠습니까?”
    고영배 “많이 배우면서 작업했습니다.”
    2015년 11월 15일 라디오쇼 [본문으로]
  3. [본문으로]
  4. (샤이니라는 테두리가 좁진 않나요?) 음, 샤이니 팬덤 이상의 뭔가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편견은 없지만,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 2010년 10월 GQ [본문으로]
  5. 2015년 10월 28일 푸른밤 특집 Fall In Music의 재즈 편 이후 2015년 11월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그리고 2015년 5월 한 달 동안 The Master 재즈 편을 함께했다.

    LP를 좋아하는 종현에게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과 제네시스(Genesis)의 LP를 선물하기도. 2015년 12월 13일 재즈피플 페이스북 [본문으로]
  6. [본문으로]
'); tistoryFootnote.add(665, 4, '(샤이니라는 테두리가 좁진 않나요?) 음, 샤이니 팬덤 이상의 뭔가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편견은 없지만,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 2010년 10월 GQ'); tistoryFootnote.add(665, 5, '2015년 10월 28일 푸른밤 특집 Fall In Music의 재즈 편 이후 2015년 11월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그리고 2015년 5월 한 달 동안 The Master 재즈 편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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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이곡을 계속 듣고있다.
가사가 제주방언 이라는데 제주도의 판타지를 더 키워줬다.
발음을 너무 잘표현한 루아라는 가수도 너무 궁금해졌다.
물음표 투성이인 곡
매력적이다. pic.twitter.com/jYJh8C2bJa

— 김종현 (@realjonghyun90) 2015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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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 펑크, EDM부터 정통 R&B까지 총 9곡 수록! 다채로움의 끝 보여준다!


솔로 컴백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샤이니 종현(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첫 정규 앨범으로 올 가요계를 강타한다.


종현은 24일 0시 멜론, 네이버뮤직, 지니 등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정규 1집 ‘좋아’의 전곡 음원을 공개하며, 이번 앨범에는 일렉트로 펑크, EDM부터 정통 R&B까지 다양한 장르의 총 9곡을 수록, 종현만의 감성과 음악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곡들로 글로벌 음악 팬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특히 이번 앨범은 종현이 직접 전곡 작사, 8곡의 작곡에 참여함은 물론, 유명 팝 스타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세계적인 R&B 프로듀서 Bryan-Michael Cox(브라이언-마이클 콕스), 영국 작곡가팀 LDN Noise(런던 노이즈), 힙합 뮤지션 Crush(크러쉬) 등 유능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완성도를 높여 눈길을 끈다.


새 앨범에는 퓨쳐 베이스를 가미한 일렉트로 펑크 장르의 타이틀 곡 ‘좋아(She is)’를 비롯해, 컨츄리 느낌의 피아노 멜로디로 시작되는 업 템포의 팝 곡 ‘White T-Shirt’, ‘궤도’, ‘인공위성’ 등 우주와 연관이 있는 단어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표현한 가사가 돋보이는 ‘우주가 있어(Orbit)’가 수록되어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또한 ‘Suit Up’은 퓨쳐 베이스 기반의 몽환적인 다운 템포 R&B곡 이며, 종현과 LDN Noise(런던노이즈)가 함께 작곡한 ‘Dress up’은 트랩이 가미된 업 템포 EDM 트랙으로, 유사한 의미의 제목과 달리 상반된 장르와 템포를 가진 두 곡을 비교해 듣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달의 비밀스런 속삭임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 ‘Moon’, 오묘한 빛을 내는 “AURORA”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오리지널 네오 소울 장르의 ‘AURORA’, 다양한 매력을 지닌 상대를 칵테일에 비유한 가사가 인상적인 정통 R&B 발라드 곡 ‘Cocktail’, 타이트하면서도 세련된 비트에 묘한 중독성을 지닌 Urban R&B 트랙 ‘RED’까지 총 9곡이 수록돼, 한층 깊고 다채로워진 종현의 음악 세계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종현은 금일(20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http://jonghyun.smtown.com/), Vyrl(바이럴) SMTOWN 계정 등을 통해 감각적인 색채의 티저 클립과 함께 트랙리스트를 공개,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MTOWN

2015 11 종현 allure 얼루어: 종현의 신도시 (화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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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의 신도시

종현이 소품집 <이야기 Op.1>과 음악이 이어지는 소설 <산하엽>을 발간했다. 샤이니가 아닌 종현이 찾은 신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을지로 뒷골목,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은 건물 5층이 오늘의 촬영지였다. 요즘 힙스터들의 성지라 불리는 클럽 신도시다. 적당히 솔기가 터진 가죽 소파와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한 옛 복사기 간판, 오래된 나무 서랍장,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담금술까지. 요지경의 공간에서 종현은 자신의 기타를 꺼내 들었다. 종현은 카메라 뷰파인더에 스스럼 없이 녹아들었다.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를 샤이니의 종현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은 섭섭한 일이다. 그는 아이유김예림, 손담비 등 가수에게 곡을 주고, 자이언티와 아이언, 휘성과 협업하며 음원 차트 순위를 줄 세운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으니까. 쉼없이 노래를 지어온 그가 이번 가을에는 소품집 <이야기 Op.1>과 함께 소설책 <산하엽>을 냈다. 이슬이나 비에 젖으면 꽃잎이 투명해지는 작고 하얀 꽃, 산하엽. 그는 인생을 꽃과 시간으로 표현해달라는 라디오 청취자의 사연에 산하엽으로 답했다. “우리 인생에는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것도 있죠. 이 꽃잎이 그래요. 누구나 삶을 살면서 감정에 촉촉이 젖어가고, 서서히 물들고, 다시 말라가고.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은 언제나 요동치고 있으니 가장 크게 변하는 건 제 마음뿐인가 봐요. 그 변화를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행복의 기본이 아닐까요?” 종현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자신의 신도시를 찾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


종현


첫 소품집 <이야기 Op. 1>을 발매했어요. 왜 2집이 아닌, 소품집을 택했죠?

샤이니와 지난 1월에 발표한 솔로 미니앨범 <Base>, 뮤지션과의 협업이나 곡을 주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소품집의 형태로 남기고 싶었어요.


앨범 자랑 좀 해줘요. 직접 만든 사람에게서 듣는 설명은 또 다르니까요.

DJ를 맡고 있는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프로젝트 코너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 선보인 자작곡을 새롭게 편곡한 9곡을 담았어요. 청취자들에게 받은 사연을 바탕으로 작업했죠. 오로지 제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완성한 앨범이에요. 작사, 작곡은 물론 세션 연주를 맞춰보며 밤을 새웠죠. 이제껏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 앨범에 풀었어요. 그만큼 더 애착이 가요. 제겐 특별한 일이었으니까요. 마치 사람들에게 ‘나는 내 음악을 잘하고 있어요’라고 들려주는 생존 신고처럼요. 이것이, 아니 이것도 내 음악이라는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내가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하나 뚫은 기분이에요.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많아요.

제가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만든 앨범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따로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앨범 발매에 맞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버스킹을 했어요. 첫 번째 솔로 앨범인 <Base>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잘못하면 다음 앨범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시 나올 수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보다 마음을 좀 비웠어요.


첫 솔로 콘서트를 치른 기분은 어땠나요?

12회 차 중에 3회를 끝냈어요. 비교적 작은 무대다 보니, 관객들의 응집력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재미있었어요. 태민이(샤이니) , 정인 누나, 시인 하상욱 씨처럼 매번 다른 게스트를 초대해서 무대를 꾸몄기 때문에 그간 경험해보지 않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고요.


<디 아지트: 더 스토리 바이 종현>이라는 콘서트 제목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음악은 이야기다’라는 말을 해왔어요. 가수는 이야기꾼이라 생각했거든요. 누군가 공감하고, 교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노래하든 듣는 이가 화자의 이야기에 감정의 동요를 얻는다면 그건 좋은 음악이라는 답도 얻었죠. 샤이니에는 샤이니만의 뚜렷한 색이 있고, 협업은 그 가수에 맞는 색깔을 존중해서 함께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소품집 <이야기 Op. 1>은 오로지 저만의 개인적인 이야기인 거예요. 온전히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욕심에 콘서트의 공연곡 세트리스트까지 제가 결정했어요. 크레딧에 제가 작곡가, 작사가로 올라간 곡으로만 구성했죠. 이야기꾼으로서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타인을 위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려는 사람의 만남은 하나의 사건이다.” 콘서트에서 했던 이 말이 인상 깊어요. 당신이 원하는 청자와의 관계인가요?

그 말은 라디오의 오프닝처럼 시작했던 말이에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쌍방의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서로가 소통하는 거죠. 원하는 노래를 신청받아서 들려주거나, 관객의 사연을 받아서 노래로 풀어주고요. 이를테면 혼자 오신 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분을 찾아서 즉석으로 반주 없이 노래하기도 해요. 완곡이 아닌 곡까지 치면 20여 곡을 부르지만, 공연마다 노래가 다르고, 흐름도 달라요.


공연의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요?

이번에는 모든 걸 충족시키기보다는 아쉬움을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저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요. 완벽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공연이 끝나는 게 아쉽다,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좋은 아쉬움이요. 다음이 궁금한 공연을 만들고 싶던 목적은 이룬 것 같아요. 일단 전 그래요.


그 소통은 마치 ‘천지창조’ 그림처럼 손끝이 닿은 일러스트의 앨범 재킷과도 일맥상통하는군요.

맞아요. 그 재킷 그림은 ‘너와 나’를 표현하는 수화예요. ‘유앤아이’라는 수록곡에 어울리기도 하고요. 항상 노래를 만들 때마다 듣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궁금했어요. 이번 공연으로 답이 채워진 거죠.


이제까지 다섯 명이 하던 무대를 혼자 채웠잖아요. 12회는 짧지 않은 횟수죠. 체력은 괜찮아요?

3일 동안 네 번의 무대를 가졌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요? 많은 사람이 걱정해주었지만, 아직까지는 즐거워요.


소품집과 짝을 이루는 소설책 <산하엽: 흘러간, 놓아준 것들>을 발간했죠. 트랙마다 소설이 이어지는 형식이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이제까지 상상력이란 음악이 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왔어요. 노래는 시작과 끝을 열어두죠. 이별을 노래하면 왜 헤어졌고, 그 뒤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요. 듣는 이는 그 빈틈에 저마다 자신을 대입하며 곡을 해석하죠. 그 상상을 멈추게 하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창작자로서 어떻게 보면 못된 행동일 수 있는데, 노래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시작과 끝이 모호한 나의 음악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감상자로 하여금 더 복잡한 감정과 뚜렷한 그림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글을 썼어요.


당신이 곡을 쓰는 작업 방식인 건가요?

이번에는 곡을 쓰고 글을 썼지만, 곡을 쓸 때에는 앞과 뒤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듣는 이의 입장에서 상상하게 만들어야 감정의 동요가 더 잘 일어날 테니까요. 추상적으로는 그렇고요. 구체적인 제 곡 작업 방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 앞에 있는 작은 노란 창문은 창이 노란색이어서 밖이 노랗게 보이는지, 밖이 노란 세상이라 창이 노란색인 건지 생각해보는 거죠. 그럼 세상에 대한 왜곡을 주제로 가사를 풀어요. 그렇게 사물에 나를 녹여내는 법을 찾죠.


흥미로운 창작의 연결고리네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인공이 기자라서 더 감정이입을 했나 봐요.

30분이면 후루룩 읽는다고 하던데요(웃음)? 전 책을 소리 내며 읽는 편이라 40분 정도 걸렸어요. 준비는 오래했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몰입해서 책을 완성했어요. 쓰면서 문장력에 좌절했지만요.


주인공인 기자, 소설가, 후배, 인터뷰를 하는 가수. 모두 당신에게서 출발한 인물인가요?

맞아요. 모두 저이기도 해요. 특히 그중에서 인터뷰를 하는 가수는 완벽한 제 이야기이죠. 그가 하루의 끝을 욕조에서의 반신욕과 향초,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소설가처럼 제주도를 찾는 것도 제 습관이에요.


콘서트 주제처럼 당신이 좋아하는 아지트는 어딘가요?

집이요. 제 집에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벽은 어두운 색으로 인테리어했어요. 마음이 차분하게 편해져요. 일이 없는 날에는 향초를 피워놓고 LP판을 듣거나 무성 영화를 봐요. 혼자 있을 땐, 집에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해요.


당신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흘렀으면 하나요?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올해 나름의 커다란 숙제였던 소품집과 콘서트, 소설책까지 끝냈죠. 이후부터는 지금 진행 중인 외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해요.


수확기가 있었으면, 잠시 농한기가 있어야 충전을 할 텐데요.

그러게요. 끝나지가 않네요. 사실 전 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이 끝나는 걸 못 보나 봐요.


그건 성격인가요?

맞아요. 쉬질 못해요. 쉬면 불안해요. 어떻게 보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해요. 아티스트로서 나와 다른 감성을 지닌 사람, 내가 느끼지 못한 감각을 지닌 사람을 늘 부러워하죠. 태생이 작은 그릇인데, 욕심부려서 그릇을 크게 만들려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건지도 몰라요. 멀리보면 세상의 모든 일을 제 노래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이것도 욕심인 거죠.


오늘 하루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할 건가요?

어제와 똑같을 거예요.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잘지도 모르겠네요.


Behind the Scene


종현의 옆모습

샤이니의 종현을, 종현의 이름으로 만났다. 새로운 소품집 <이야기 Op.1>과 소설책 <산하엽>을 발간하고, 연일 콘서트를 치르던 그였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남짓, 창밖으로는 해가 지고 있었으니 마음은 덩달아 초조했다. 촬영 중 그가 잠시 테라스에 나가 숨을 고를 때, 갑자기 영감을 받은 사진가가 셔터를 눌렀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멋진 사진을 건졌다. 얇은 슬리브리스 티셔츠를 입은 화보 속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추운 날씨에 헐벗겨서 밖으로 내몰진 않았으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종현은 자신의 음악 이야기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자 활기를 되찾았다. 오랜 시간 고민해 찾은 그의 철학은 확고해 보였다.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DJ를 위해 떠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 청년에 대해 생각했다. 편견, 그 무게에 대해서 말이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그가 만든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좋았다. ‘하루의 끝’을 들으며 덕분에 이번 마감을 넘긴다. 고맙다는 인사는 다음에 만나 제대로 전해야겠다.


ⓒallure: 에디터 박소현, 포토그래퍼 목정욱,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이에녹, 메이크업 김지현

2015 07 종현 MYUNGJI FOCUS 명지포커스 vol.88: 명지에서 세계路 주목! 명지인 (인터뷰,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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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e

그룹 샤이니의 종현, (…)이 들려주는 일문일답


“얘기하듯이 오래 귓가에 머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2008년 데뷔하여 어느덧 중견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샤이니(SHINee). 지난 5월 근 2년 만에 정규 4집 앨범 'Odd(오드)'를 발표하면서 가요계로 돌아온 샤이니 멤버 중 종현, (…) 군은 특히 우리 명지인들에게 낯이 익다. 모두 우리 대학교 영화·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종현(김종현, 뮤지컬공연 석사15), (…) 군이 바쁜 방송활동 중에도 모교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픈 소중한 얘기를 전해왔다.


우선 각자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종현 2년 가까이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최근에 'Odd(오드)'를 발표하면서 국내 활동을 재개했어요.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서다 보니 너무 반갑고 설레네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종현 이번에 발표한 앨범은 미국 빌보드 월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는 평가와 함께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아서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일본 데뷔 4년 만에 도쿄돔 단독 콘서트를 비롯하여 20여 개 도시에서 투어 콘서트를 했답니다.


모교를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장소나 시간, 사람이 있다면?

종현 작년 말에 대학원 입학 면접에서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틈틈이 짬을 내서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에 답변하는 연습을 혼자서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막상 면접장에 들어서니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데뷔 무대 이후로 제일 떨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내 인생에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종현 좌우명을 얘기하자면, '이해보다 인정'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고 막막하기만 한 일도,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이미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남아 있는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종현 가시적인 숫자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속 깊은 얘기를 하듯이, 오래오래 귓가에 머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모교의 친구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면?

종현 우린 젊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러니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MYUNGJI UNIVERSITY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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