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어느 쪽 얼굴이 맘에 들어요?" "어, 글쎄요. 이쪽인가? 이쪽인가?" 그가 머뭇거리는 순간을 비집고 플래시가 터진다. 그는 숨을 크게 쉬는 중이었다. 방금 무대에서 내려온 듯한 헐떡임. 흥건하게 젖은 속눈썹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21세기 소년들


요즘 애들이라는 ‘컬러풀한’ 정체성, 바로 지금의 스타라는 우뚝함. 하지만 알 수 없다. 경쟁은 아무도 모르게 하니까. 또한 너무 잘 안다. 여지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므로. 샤이니라는 이름으로 모인 21세기 소년 다섯 명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새롭게 시작된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종현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요? 거짓말 안 해요. 정말로. 객관적이예요. AB형이고… (눈을 크게 뜨며) 왜 그러시죠?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자기 무대도 객관적으로 봐요?

음, 계산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일단 무대 자체가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거라 뭔가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데, 그걸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너무 힘들다 그러면 힘든 대로 해요. 이거 진짜 못하겠다 그러면 표정으로 다 나와요. 그런 걸 주로 모니터해요.


그런데 샤이니의 무대에 뭔가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부족함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요. 노래며 안무며 모든 게 너무 꽉 차서 빽빽한 건 아닌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게 제일 어려워요. 무대에 설 때마다 부담감이 들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여유도 생겼겠죠? 그날그날 흥얼거리는 노래는 날씨를 따라가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래서 많이 연마하는 건 감성이에요. 오늘처럼 커튼 친 것 같은 날씨라면 그것에 가장 충실하는 거죠. 근데 금방금방 까먹어요. 어제도 이 기분이었는데 내일 똑같은 상황이 되어도 색다르게 다가오니까 표현은 수만 가지가 돼요. 오늘은 휘성 형 노래가 계속 나오네요.


뭔가 섬세하게 다듬기엔 스케줄이 호락호락하지 않겠죠. 갇혀 있단 생각도 들 것 같고.

갇혀 있죠. 하지만 만날 그렇진 않아요. 오늘은 특별히 좋아하는 날씨여서 이런 기분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좀 우울하고, ‘오늘은 좀 감성을 이렇게 돋워야지’ 마음을 먹으면서 해방구를 찾는 거죠. 연습생 때 생각이 많이 나요. 그립다기보다는….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결국 모두에게 다르죠. 연습생 이후 어떻게 달라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원했던 길을 계속 걸었거든요. 다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밴드부에 들었고, 고등학교 다니다가 음악학교로 전학 갔고, 자퇴하고 검정고시 봤고, 다음에 데뷔했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그려왔던 대로 걸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각주:1]


그저 흘러가는 인생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

괜찮게 걸어온 것 같긴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마음에는 안 들어요.


어디서 차이가 나는 거죠?

그런 거 있잖아요. 나만 봤을 땐 모르는데 옆 사람을 보니 후회되는 그런 거. 단적인 예로 제가 수능을 못 보고 그런 거는 하나도 안 섭섭했거든요. 그런데 민호가 수능을 봤을 때 갑자기 살짝 섭섭하더라구요. 손톱만큼? 그저 조금 투덜대는 마음일 수도 있고요. 아직 어려서.


아직 어려요?

네. 그게 진짜 방패예요. 난 어리니까 이러면서, 하면 안 되는 것도 많이 하죠.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죠. ‘루시퍼’로는 무엇을 더 이루고 싶었어요?

얘네 진짜 잘하는구나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 들었어요. ‘줄리엣’때도 듣긴 들었는데, ‘루시퍼’가 ‘줄리엣’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무대 자체가. 우리가 아니면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자신감이에요. 처음에 곡을 받았을 땐 이걸 어떻게 하나? 그랬어요. 그런데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이러면서 크는 거지 생각해요.


팀의 메인 보컬로서는요?

음, 발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좋다 안 좋다가 아니라 그 음악에 맞는 발음이냐는 문제예요. 좀 ‘굴리는’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을 때 사람들이 “얘 왜 이래?”하면 잘못 부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누난 너무 예뻐’를 불렀는데, 잘했다는 얘길 들어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산소 같은 너’ 때는 살짝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살짝 오버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어떻게 들으면 되게 웃기잖아요? 한글 가사를 연음 없이, 영어처럼 강세를 줘 가며 하는 건데, 그 음악으로 마이클잭슨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링딩동’ 때는 베이스로 내려가서 두꺼운 소리, 긁는 소리를 많이 냈는데, ‘루시퍼’로 오면서는 그걸 버려보자, 조금 얇고 시원하게 가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세심한 노력에 비해, 샤이니라는 테두리가 좁진 않나요?

음, 샤이니 팬덤 이상의 뭔가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편견은 없지만,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각주:2]


샤이니의 가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게 참 어려워요. 대중성과 예술성 두 가지가 같이 만났을 때 정말 최고의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모순도 좀 있어요. 후크를 좋아하면서 또한 후크를 욕하는 것과 같아요. 샤이니는 상업 음악을 해요. 상업 음악이잖아요.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어요. 사람들을 흥얼거리게 만들어야 해요. 음악은 많고 누가 먼저 각인시키느냐는 문제예요. 그걸 계기로 한번 더 듣게, 한번 더 찾게.


중요한 건 후크송이든 무엇이든 설득할 수 있느냐겠죠. ‘나비야 나비야’든 ‘링디기디기딩딩동’이든, 듣는 사람이 과연 그럴 만하다고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게 가수의 몫이니까. 덜컥 혼자 무대에 올라왔다고 해도요.

네, 무대에 혼자 있어도 노래를 부를 거예요. 기분이 너무 좋으면 ‘말 달리자’를 무반주로 부를 수도 있을 거예요. 죽도록 우울하면 휘성의 ‘나락’을 부를 수도 있겠고요.


솔로에 대한 조바심은 없어요?

노래 하나를 내 보컬로 꽉 채우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요. 왜냐면, 모르겠어요. 저는 특별히 샤이니라는 팀의 음악을 듣거나 만들 때, 샤이니가 곧 저고 제가 곧 샤이니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인 당신이 보기에 샤이니는 어떤 팀인가요?

재밌는 팀, 다이내믹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잘한다 멋있다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얘 같은 애는 어디에도 없어’그런 느낌? 그런 애들 다섯 명이 모여 있는 팀? 저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누구의 무엇을 빼앗고 싶어요?

휘성 형의 감성요. 저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훨씬 깊어요. 그리고 나얼 씨의 발성, 또 정엽 형의 해석. 그걸 다 합치면….


괴물이 될지도…. 음, 남자 나이 스무 살은?

할 것 다 할 나이.


해요?

못하죠. 바빠서 못해요.


근데, 바쁘다는 게 뭘까요. 밥을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 세상에 누구는 안 바쁜가?

그게 그러니까, 미치는 거예요. 세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거든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어요. 그런데 활동 시작하고서 한 달 반 동안 운동을 한 번도 못했어요. 그 정도? 운동뿐만 아니라 작곡 피아노 화성학 공부 모두 시간이 된다면, 하면서 아쉬움이 쌓이죠. 자신을 좀 괴롭히는 성격이라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샤이니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은 뭘까요?

글쎄요. 되게 부딪히네요. 내가 하고 싶은 거랑 샤이니가 해야 되는 거랑. 전 발라드를 했으면 좋겠어요.


준비하고 있어요?

일단은 쉬어야 해요. 제 개인적인 관념인데 가수가 데뷔를 하면 실력이 안 늘어요. 너무 바쁘기 때문에 계속해서 컨디션은 다운되고, 그 상태에서 연습을 할 수 없으니까 목이 돌아오기 바라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스케줄이 끊이질 않으니까요. 그러다 공백 기간이 생겼을 때 열심히 바짝 해서 다시 조금 올려놓고, 그런 식이예요. 지금은 쉬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작곡가가 꿈이랬죠?

네, 곡은 지금도 쓰고 있어요. 집에서 혼자. 얼마 전에 화성학이랑 음악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정말 신세계예요. 음악학교에 간 것이 제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곡 작업을 하면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는 걸 느껴요. SM에 들어올 때보다 훨씬 강렬해요.


샤이니를 보면서 당신을 좀 더 주목하게 된다면 그건 왜일까요?

키가 작아서? 아니면 안보이는 듯 튀는 놈이 하나 있어서.


그게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다기보다, 만약 제가 보였다면 무대였을 것 같아요. 저는 무대에서 터트리려고 해요. 에너지라는 게 뭉쳐있다가 넘치면 터지잖아요. 그 정도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는 순간이 그때길 바라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면 결국 그걸 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인터뷰 내내 너무 입바른 소리만 한 건 아닌가 몰라요.

그러게요. 샤이니가 데뷔 삼 년인데 여태 루머가 하나도 없어요. 좀 터져야 재밌는데.


온유


종현이 쓴 '욕'과 당신이 쓴 '유어 네임'의 가사를 비교하면 어때요? 

'욕'이 더 좋아요. 제가 지금까지 봐오고 생각했던 장면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가사예요. 저도 가사에 신경은 썼지만, 항상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내 가사에 없는 부분이 '욕'에 많이 있어요. 다른 사람 생각과 내 생각이 똑같을 순 없는 거지만.


KEY


노래는 종현이 제일 많이 부르죠?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니까. 노래를 못하던 애가 잘하게 됐을 때의 과정을 닮고 싶다고도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여기서 살고 있으면.


태민


팬들도 주로 당신을 귀여운 '막내'로 여기죠. 이제 당신도 열여덟인데, 마냥 귀엽다는 말이 어떤가요?

처음으로 귀엽단 얘기 들었을 땐 정말 어색했어요. 사실 당시엔 다른 멤버 형들은 멋있다는 얘기 들으니까 나도 멋있다는 얘길 듣고 싶었거든요. 요즘엔 귀엽단 얘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사실 그런 말 듣는 것도 한때잖아요. 한 2년 남은 거 같아요. 형들은 이제 위험할 수도 있겠죠. 하하. 얼마 전에 주민등록증 만들러 갔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연습생 때 종현이 형이 만드는 것 보면서 신기했는데, 그걸 내가 만든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참 안났어요. 이젠 좀 덜 귀엽겠구나….


노래는 종현에게 배울 거라 생각했어요.

종현이 형은 녹음할 때 많이 도와줘요. 가사에 빼곡하게 써가면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느낌을 줘봐라" 같은 식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죠. 평소엔 붙잡고 가르쳐주기보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져줘요. 실용음악 학교를 다니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에 강해요. 형들에게 많이 배워서 노래, 춤 다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연기도 잘 하고 싶고.


노래할 때나 연습할 때 안 보이는 경쟁이 있겠죠? 

당연히 있죠. 누가 연습하면 다들 따라서 연습해요. 모니터도 자기 것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멤버 것까지 보면서 연구하고요. 그 와중에 서로 자기 스타일을 찾으려고 경쟁해요. 종현이 형이랑 온유 형은 노랠 너무 잘하죠. 민호 형은 연기를 잘하고 예능감도 있고. 키 형은 말을 잘해요. 이런 환경에서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GQ: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윤석무, 헤어 신동민, 메이크업 공혜련, 스타일리스트 마나, 캐스팅디렉터 최진우, 어시스턴트 홍서진·조미선·박상주

  1. 몇 년 전 GQ 인터뷰 때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고. 그려왔던 대로 걸어왔다고요. 멋있었어요. 아직도 유효한 말인가요?
    어렸을 때는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을 했고 지금은 작곡가가 되고 싶어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도 전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좋은 곡이 나오든, 좋은 곡이 못 나오든, 그건 평가의 문제지 방향성에 대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동시에 이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도 같아요.
    2015년 3월 GQ [본문으로]
  2. 6년 전 〈GQ〉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 말은 아직 유효한가요?
    물론이죠. 사실 그때는 어려서 꼭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말의 요지는, 지금 나온 음악도 충분히 훌륭한데 악기와 플랫폼이 변했다고 음악이 아니라 표현하는 건 안타깝다는 거예요. 당시엔 인정받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인드네요. 이것도 아름답다는….
    더 커졌네요. 종현 씨.
    거만해진 것일 수도 있죠.
    2016년 10월 GQ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