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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종현이었습니다

김종현을

어찌하면 좋을까



푸른 밤 종현이었습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마지막 진행을 앞둔[각주:1] 샤이니 김종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기주 저한텐 천년만년 <푸른 밤>을 진행하겠다더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김종현 죄책감에 휩싸여서 살고 있어요.

신기주 많이들 아쉬워해요. 4월 1일 토요일, 어제가 우리 ‘미드나잇 스포일러’ 코너 막방이었잖아요. 이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상암동으로 넘어가서 <푸른 밤 종현입니다> 마지막 생방송을 진행해야 하고. 자정까지 이제 겨우 서너 시간 남았네요.

정우성 청취자들도 팬들도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네요. ‘쫑디’를 떠나보낼 준비를.

김종현 제가 방송에서 먼저 말씀드렸으니까요. 그게 청취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밤 자정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갑작스럽게 제가 사라지는 게 당황스러울 수 있잖아요.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청취자분도 많았으니까요. 마음을 정한 지는 꽤 오래됐어요. 작년 말쯤부터였나, 주변 분들과 상의하고 적당한 때를 정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죠.

정우성 마무리하는 기간이 정서적으로 힘들어 보였어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들었어요. 종현 씨 본인의 노래를 작심한 것처럼 많이 들려주기 시작했죠. 하루하루가 이별 방송이 아니었나 싶어요. 오늘이 정말 이별하는 날이지만.

김종현 방송과 이별을 결심하고 나서부턴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했어요. 그래서 자정 시간대에 어울리는 가장 로맨틱한 노래를 선곡하곤 했죠. 소중한 순간에 소중한 상대에게 음악을 선물하듯이. 그게 저 나름대로의 이별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정우성 부드럽고 젠틀한 방송이었어요.

김종현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신 기자님은 제 성향을 잘 아실 테지만….

정우성 이분이요? 영화, 경제, 경영, 건축, 정치, 인터뷰 전문 기자님! 아니 어떻게 본인을 그렇게 소개할 수 있습니까. 기자 생태계를 그렇게 흐려도 되는 겁니까? 무려 종현의 입을 빌려서! 신기주 기자가 이렇게 소개해달라고 졸랐던 거죠? 솔직히 말해봐요, 저한테만.

김종현 하하, 기자님은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서 ‘미드나잇 스포일러’라는 토요일 코너를 맡고 계세요. 영화 소개 코너죠. 처음부터 그렇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해서 그게 시그너처처럼 굳어진 거죠.

정우성 그러니까 강요에 의한 게 아니냐고요.

신기주 솔직히 나중엔 그렇게 소개를 안 해주면 조금 섭섭하더라.

정우성 강요가 맞았어. 내 생각이 맞았어.

신기주 그렇게 캐릭터가 잡힌 걸 어떡하나요.

정우성 잡힌 게 아니라 잡은 거잖아요! 그나저나 두 분은 3년 넘게 토요일마다 만나셨잖아요. 정말 아쉬울 것 같아요.

김종현 제가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시작한 게 2014년 2월이거든요. 그때부터 자리를 지킨 코너가 바로 ‘미드나잇 스포일러’예요.[각주:2]

정우성 아니, 도대체 왜요?

신기주 ‘왜요’라니요? PD님들도 바뀌고 작가분들도 바뀌었는데, 저는 매주 토요일마다 생방을 하면서 DJ 종현의 옆을 지켜왔다고요.

김종현 솔직히 생방은 아니었잖아요. 3년 동안 생방은 세 번인가 했나?[각주:3]

정우성 이렇다니까. 하여간 취재해보면 다, 제가 이런 사람을 편집장으로 두고 일합니다.

김종현 많이 피곤하시겠네요.



신기주 우리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마지막 생방송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잖아요. 뭉클한 분위기였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됐죠? 어제 생방송 끝나고는 심지어 우리끼리 서로 안아줬잖아요.

정우성 분위기 바꿔보려고 동정심을 유발하고 계시네요, 편집장님. 영화, 경영, 인터뷰, 동정심 유발 전문 기자님.

신기주 (무시) 지난 3년 동안 지켜본 김종현은 너무너무 바쁜 사람이었어요. 어제는 일본, 내일은 중국, 모레는 동남아, 다음 주엔 남미까지 가야 하는 한류 스타였죠. 그런데도 심야 라디오 방송 일정을 꾸준히 소화해냈어요. 전 그 동력이 늘 궁금했어요.

김종현 제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고1 때, 자퇴했을 때라고 대답해요. SM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음악을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자퇴를 결정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살아가는 삶으로부터 벗어났고 스스로를 놓아버렸어요.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라디오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데뷔한 순간보다, 책을 냈던 순간보다도.

신기주 어째서요?

김종현 저는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에 꽂히면 눈가리개라도 한 것처럼 그것만 바라보는 성향이 있거든요. 타고난 기질이죠. 그런데 라디오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각이 넓어졌어요. 자퇴하는 순간에 그랬던 것처럼.

정우성 라디오가 어떻게 김종현이라는 사람을 넓혀준 건가요?

신기주 신기주를 만났다?

정우성 (무시) 라디오 진행 전과 후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어요?

김종현 일단 간접경험이 엄청나게 늘어서 저의 예술적 표현 능력도 늘었어요. 삶의 폭부터 넓어졌고. 제가 판타지스러운 것들을 상당히 좋아해요. 신 기자님은 아시다시피 히어로물도 엄청나게 좋아하고. 어쩌면 저는 늘 판타지적이고 동화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라디오를 하면서 일상적인 얘기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회사 생활이라거나 아르바이트 같은 것.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 오늘 회사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상사한테 혼나서 지치고 힘들었다거나 하는 것. 라디오라는 매체가 그런 얘기가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하고, 또 그런 얘기를 시시콜콜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매체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상상도 못했던 불특정 다수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정우성 말씀을 듣다 보니까 종현 씨가 만든 노래 <하루의 끝>이 떠오르네요. “빈틈없이 널 감싸 안는 욕조 속 물처럼”이라는 가사.

김종현 <하루의 끝>은 정말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진행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곡이죠.

신기주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정우성 그만, 그만!

김종현 (웃음) 처음엔 매일 규칙적으로 마이크 앞에 앉아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런 규칙적인 삶에서 벗어나려고 자퇴했던 거였고. 그런 생활은 힘들고 금세 지쳐요. 제 기질과 안 맞아요. 그런데 라디오를 선택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나, 매일 같은 시간에 스튜디오라는 공간에 있다는 느낌 자체가 너무 좋은 거예요. 취직해서 회사에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되게 불규칙하잖아요. 매일을 외근하듯이 살아가는 직업인데 라디오를 하니까 매일 출근을 하게 되는 거죠.

정우성 답답함과 안정감이 동시에 들었던 모양이네요.

김종현 쉽진 않았어요. 낯선 환경을 접하면 거부반응부터 오잖아요. 전 여행 가는 것도 안 좋아해요. 쉴 때도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익숙한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라디오 스튜디오가 너무 편해진 거죠.

신기주 얼마나 걸렸나요? 편안해지는 데까지.

김종현 8개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부터 방송하면서 붉으락푸르락하는 게 좀 줄어들었어요. 제작진과도 편해지고. 도움도 많이 받고.

정우성 신기주도 도움이 됐나요? 설마?

김종현 세상 사람들이 좋다는 거 같이 싫다고 하기. 삐뚤어진 사고 표출하기. 꼬여 있는 속내 드러내기.

정우성 나쁜 형이네.

김종현 둘이 같은 성향이다 보니까 잘 맞았어요. 신 기자님은 어떠셨어요?

신기주 정말 어느 순간부턴가 둘이 죽이 맞아가기 시작했죠. 종현 씨가 마이크 앞에서 편안해지면서 라디오 스튜디오가 거실 같아졌고. 그때부터 매주 종현 씨 집에 놀러 오듯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 왔어요. 나쁜 삼촌과 조카 혹은 형, 동생 혹은 친구끼리 영화 한 편 놓고 떠들 듯 방송을 했고. 아시다시피 전 샤이니의 종현이라는 아이돌 스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채로 합류했잖아요. 와서 보니 아이돌이네, 다시 보니 한류 스타네, 그랬던 거라. 오히려 나중에 종현 씨의 솔로 공연을 보고 놀랐죠. 무대 위의 종현은 마이크 앞의 김종현과 또 다르구나 싶어서. 처음엔 무대 위의 샤이니 종현이 대단해 보였지만 나중엔 무대 위의 샤이니 종현을 깨고 나와서 내 앞에 앉아 있는 김종현이라는 사람이 더 대견해 보였어요.

정우성 정말 삼촌처럼 말씀하시네요.

김종현 뭉클하달까.

신기주 지난 3년 동안 김종현이 성장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어른이 돼가는 걸 지켜봐온 것 같은 느낌.

정우성 벌써 울지 마요. 지금 눈빛 너무 습해요. 3년 전 종현을 만나면 다른 사람 같을까요?

김종현 충분히요. 제가 3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저를 본다면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을 것 같아요.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지만.

신기주 샤이니의 다른 멤버들은 라디오를 하는 종현을 이해해줬나요?

김종현 힘들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죠. 걱정해주는 멤버도 있었고. 키가 특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건강 걱정도 많이 해줬고.



신기주 생방은 특히나 영혼이 털리잖아요. 새벽 12시부터 2시까지 생방송하고 집에 돌아오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종현은 세상과 만나러 라디오 스튜디오에 왔던 거군요?

김종현 어쩌면 라디오로 도망쳤던 건지도 몰라요. 제가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도 두려워해요. 라디오는 이제 내 공간 같았어요. 어색하지 않게 새로운 걸 만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됐죠.

신기주 낯선 세상이 낯익은 내 공간으로 흘러드는 거네요.

김종현 정신적 도피처가 됐지만 육체적 피곤함을 안겨주는 애증의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신기주 그렇게 낯선 공간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무대에서는 어쩜 그렇게 훌렁훌렁 잘도 벗어버리는지. 맨날 거실에서 영화 과외해주던 동생이었는데, 어느 날 무대에서 보니까 근육질 몸매를 뽐내고 있었달까.

김종현 그게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큰 무기이자 단점인 것도 같아요. 신 기자님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인간적인 부분까지 꽤 많이 이해하는 분 가운데 한 사람이죠. 그렇게 김종현을 이해하고 있었는데 가수로서의 제 모습을 보면 또 다른 거죠. 생경하고 놀랍고. 그 모습을 보면서, 김종현은 무대 위에서 김종현을 이렇게 만들어가는구나 생각해주면 고맙고.

신기주 어느 쪽이 진짜 김종현인지 생각해봤던 것도 같네요.

김종현 둘 다 진짜 김종현이죠. 다만 제가 어느 쪽이 더 편안한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수 김종현이 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런 김종현의 이미지가 먼저 노출됐으니까. 나한테도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달라졌어요. 사람들한테 나도 인간이라는 걸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보여주는 김종현의 모습도 무척 편해졌어요. <푸른 밤 종현입니다> 덕분에 소품집 발매도 할 수 있었고 소극장 공연도 할 수 있었어요.

신기주 사람들한테 더 내밀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거네요.

정우성 라디오가 정말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네요. 듣다 보니.

김종현 조금 지나면 소품집 에피소드 2가 나올 거예요. 앞으로 그런 식으로 두 가지 앨범을 낼 거예요. 좀 판타지적이고 퍼포먼스가 가능한 음악과 소품집에 실리는 곡처럼 발라드와 재즈와 약간 어쿠스틱한 감성이 담긴 음악.

신기주 샤이니의 김종현과 <푸른 밤>의 김종현.

김종현 어쩌면 샤이니의 음악 속 제가 이상화된 모습이라면 소품집의 음악 속 저는 좀 더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죠. 앞으로 더 또렷하게 그 두 가지를 구분해나갈 작정이에요.

신기주 아이돌은 명칭처럼 이상화된 존재잖아요.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이상적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존재.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그런 존재로 만들어지면 당사자는 아이돌이라는 외피를 벗는 게 두려울 수밖에 없어요. 당연히 안주하고 싶어지죠. 종현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과 만나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가질수록 주변에선 오히려 불안해할 수도 있어요.

김종현 솔직히 미친 짓이죠.

신기주 그런데 왜?

김종현 그런데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상처를 받아서예요. 연예인으로서 받은 상처만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살면서 받은 상처. 살아가면서 얻는 상처. 제가 자주 쓰는 표현으론 성장통. 사람이 확 커버리면 튼살이 생기잖아요. 저도 허리에 튼살이 있어요. 어릴 적에 사람은 왜 클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런 튼살이 보기 싫어서. 어린 모습 그대로였다면 이렇게 보기 싫은 튼살이 안 생겼을 텐데. 성장통도 없었을 텐데. 왜 굳이 커야 할까.

정우성 그때부터 이미 철학자였네요.

김종현 어릴 적부터 말도 안 되는 것에 관해 몽상가적인 상상을 하곤 했어요. 답도 안 나오는 철학적 고민에 골몰했죠. 사람이 고통받으면서도 성장하는 건 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살기 위해서 스스로한테 상처 내고 고통을 감내한다는 거죠. 저 역시 성장하느라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던 거죠.

신기주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남보다 서둘러 자랐겠죠. 아픈 줄도, 튼살이 생기고 흉터가 남는 줄도 모른 채. 그걸 숨기고 아픔이 없는 존재인 척할 수도 있었겠죠. 거꾸로 상처를 드러내고 진짜로 세상을 살아낼 수도 있고.

김종현 그냥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저 스스로가 저를 좀 깼던 것 같아요.

정우성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내기 위해서, 어느 쪽에 가깝나요?

김종현 전 기본적으로 염세적인 사람이에요. 어릴 적부터 우울감을 많이 표출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언제까지나 그런 우울감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의 초중반까지는 그런 우울감으로 살 수도 있죠. 성장하려면 그런 우울감을 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나 스스로한테 갇혀서 죽지 않으려면 고통스러워도 성장해야 하는데 두려워서 멈춰버리면 결국 어린 정신에 머물 수밖에요. 전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선택을 했어요. 내 모습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내가 이렇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만들고, 그들이 알고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어야 내가 방어 태세를 취하죠.

정우성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것인가요?

김종현 그보다는 이게 나라는 걸 입증하고 싶어 하는 것에 가까워요. 신 기자님과 방송에서도 얘기했던 건데, 인간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내가 진짜 누구인지 말해야 하는 거죠.

신기주 ‘미드나잇 스포일러’ 첫 방송에서 다룬 영화가 <다크나이트> 시리즈였어요. 마지막 방송에서 다룬 영화도 <다크나이트> 시리즈였죠. 수미상관이었어요. <다크나이트>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이 배트맨이라는 아이돌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상징화하는 이야기죠. 배트맨으로 상징되는 어떤 가치를 구축하는 것. 그런 과정이 아이돌이 살아가는 법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방송에서 말했잖아요. 대중한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그 존재의 껍질을 버리고 진짜 내가 돼서 떠나는 것. 물론 어떤 사람은 영원히 그런 대중의 존재로 남으려고 발버둥 치죠. 다른 사람은 자신이 세운 상징을 스스로 깨고 나와서 진짜 자신으로 돌아가요. 난 김종현은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돌계의 다크나이트.

김종현 내가 인간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람으로 말이에요. 연예인은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어떤 캐릭터로 표현되고 이해되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적어도 나는 인간으로서도 살아가고 있다는 내 나름의 대답 같은 것? 그렇게 혼자 웅변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우성 나한테는 왜 자꾸 이런 감정이 생기는가, 왜 쓰거나 부르지 않으면 못살겠는가, 이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처럼 사는 건가요?

김종현 이게 저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제 직업은 제가 가진 능력 중에선 가장 괜찮은 재주고. 저는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신기주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요?

김종현 사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프로듀싱하고 글 쓰는 쪽이에요.

신기주 그러고 보니 지금 그 반지는 늘 끼고 다니던 반지가 아니네요?

김종현 이 반지는 우리 콘서트에서 판매하는 굿즈예요.

신기주 늘 끼지도 않고 들고만 다니던 반지가 있었는데.

김종현 그건 빼놓았어요. 그 공간이 어색해서 이 반지를 끼고 있는 거죠.

신기주 그것도 인간적 상처?

김종현 (웃음) 성장의 과정?

신기주 솔직히 라디오를 놓아서 상처가 늘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김종현 제가 일신상의 문제로 라디오를 그만두는 거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일신상의 문제라고 말한다는 건 더 이상 이유를 물어보지 말아달라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라고도 생각해요. 그래도 일신상의 문제가 치유되면, 이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 날 찾아주는 이가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신기주 처음 샤이니 멤버들 만났을 때 기억나요?

김종현 그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때.

신기주 결성된 게 아니라 회사에서 만든 거잖아요.

김종현 5명이 함께 데뷔한다고 통보를 받는 입장이었죠.

신기주 당시로선 이렇게까지 오래 함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테고. 그 때야말로 운명적인 순간이었을 것 같아요.

김종현 우리는 운명 공동체인 거죠. 가족과 비슷한. 나와 보니까 내 가족이잖아요. 나와 보니까 내 팀인 거죠. 물론 이 회사에 들어온 건 제 선택이었지만 그 외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은 제 선택이라기보다는 조언자들의 결정에 따른 결과죠. 물론 제가 선택하지 않았으면 그쪽으로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저는 사실 주변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 케이스는 아니에요. 당시에도 ‘이 친구들이랑 같은 팀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냥 ‘데뷔를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신기주 덤덤했네요.

김종현 물론 누구와 데뷔하느냐는 중요하죠. 하지만 어리다 보니까 그것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어요. 나 하나 챙기기에도 바빠서.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강박이나, 나의 역할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죠.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니까요.

정우성 여러모로 참 맏형 같네요, 종현 씨는.

신기주 샤이니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었나요?

김종현 깊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데뷔가 결정됐고, 연습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열등감에 휩싸였거든요. 내가 좋아하고 꿈꾸던 아티스트에 대한 열등감이랄까. 누군간 크리스 브라운과 널 왜 비교하느냐고 할 테지만 저한텐 위로가 안 돼요. 저의 개인적 판단이 중요하니까요. 그게 저를 가장 크게 발전시킨 원동력이니까. 저의 우울감이나 열등감이 언제나 저를 지배하는 감정이었어요.

신기주 지금 글을 쓰고 있죠?

김종현 스릴러 소설. 지난번엔 연애 소설을 썼는데 그건 제가 원했던 장르는 아니에요. 저는 연애 얘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정우성 스릴러가 좋아요?

김종현 제일 좋아하는 장르예요.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신기주 글은 고독해야 해요. 역시 종현은 양면적이네요.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김종현과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김종현.

정우성 얼마 전에 <푸른 밤 종현입니다> 듣다가 울 뻔했어요. 종현 씨는 울었고. <푸른 밤> 처음 시작하는 날, 퇴직한 아버지와 온 가족이 고깃집을 열었다는 사연이었어요. 가까스로 손님을 치르고 문을 닫았을 때, 이제 좀 쉴까 싶었을 때 마침 들리던 방송이 <푸른 밤> 첫 방송이었던 거예요. 그날부터 그분은 하루를 마치고 종현 씨 방송을 들으면서 쉬는 거예요. 그 사연 기억하세요?

김종현 청취자들한테는 얘기를 못 했지만 그때 이미 저는 하차를 결정한 후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미안함이 훨씬 컸던 거고, 그래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났어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저는 알고 있었어요. 나에게도 그만큼 크니까. 계속 얘기하지만 제가 미안하고 죄책감에 휩싸이는 거죠. 근데 이게 성격 탓이기도 할 거예요. 둥근 성격이 아니고 모난 성격이라서 그런 사연을 만났을 때 스스로에 대한 질타. 왜 더 하지 못하니. 왜 네가 한 말을 더 완벽하게 책임지지 못하니. 그러다 보니까 되게 더 좀….

정우성 다 느껴졌어요.

김종현 그래서 이런 글을 썼어요. “어찌하면 좋을까, 이리 커진 나의 공간을.” 이 문장을 앞으로도 곱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기주 조금 있다가 마지막 생방송을 할 텐데, 또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네요. 어찌하면 좋을까.

정우성 샤이니에서 ‘큰 댐’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너무 울어서.

김종현 그렇죠. 최근에는 눈물을 많이 안 보였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눈물을 보이면 제가 너무 힘들어져서, 개인적으로. 눈물을 보이는 걸 무서워하거나 슬퍼하진 않아요. 사람이 감정 표현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기주 어찌하면 좋을까.

김종현 사실 실감도 잘 안 나요.

정우성 오늘 방송 내용은 정해진 거죠?

김종현 오늘은 청취자 사연 소개를 많이 할 거고. 손편지들 얘기 할 거고. 사실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하는 심야 방송은 정서적으로 위험한 일이라고들 하거든요. 감수성이 표출되는 시간이니까. 저 역시 그랬고. 오늘도 아마 그렇겠죠.

정우성 자, 이제 우리 쫑디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김종현 사실 지금 슈트 입고 있는 것도 나름 예의를 차리는 방법이에요. 오늘 생방송은 오픈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데 청취자분들이 좀 많이 오실 거예요.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할 거고. 마지막 인사 나눌 때 좀 차려입고 싶은 기분이기도 해서 예의 차리는 중입니다.

신기주 행복하세요? 듀오 인터뷰 마지막 질문이에요.

김종현 행복하려고요. 최근 반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했어요. 행복이라는 것. 저는 성향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혀요. 이런 사람들은 행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신 성장은 할 수 있죠.

신기주 이젠 행복하면서 성장하고 싶군요.

김종현 몇 년 전에 어머니랑 누나한테 울면서 투정 부린 적이 있어요. 술 엄청 취해서. 엄마랑 누나한테 물어봤어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행복하냐고 물어봤어요. 술 먹고. 자고 있는 가족들 깨워서. 아저씨처럼. 제 삶의 첫 번째 목표였거든요. 엄마랑 누나가 행복한 거. 둘 다 자다 깨서는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부러운 거예요.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안 그런데. 나도 행복하고 싶어, 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엄마랑 누나한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데. 그때부터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거죠. 한 6개월 동안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했던 거예요. 저에게는 그 변화의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이젠 행복해져야겠어요. 행복해져야 돼요. 행복하려고요.


ⓒEsquire: 포토그래퍼 김참, 에디터 신기주·정우성, 스타일링 원영은, 헤어 임정호, 메이크업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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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선물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어떤 선물을 선택할까? 트렌드의 최전방에 선 그들이 전하는 10인 10색 선물 이야기.


몽블랑M 만년필 68만원 몽블랑.


신기주(〈에스콰이어〉 편집장)

샤이니 김종현에게


김종현은 눈물을 글썽였다. 4월 2일에서 3일로 날짜가 바뀌는 자정 무렵이었다. 3년 동안 진행한 〈푸른밤 종현입니다〉의 마지막 생방송이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직전에 종현과 깊고 푸른 대화를 나눴다. 김종현은 라디오를 통해 아이돌이란 껍질을 깨고 소통할 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라디오가 없었다면 쓸 수 없었을 수많은 가사와 여러 책에 대해 얘기했다. 라디오를 놓아야만 하는 김종현의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계속 무언가를 쓸 것 같아요. 전 늘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문득, 김종현에게 몽블랑M 만년필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몽블랑M은 몽블랑의 여러 만년필 중에서도 가장 현재적이며 그래서 김종현과 썩 잘 어울린다. 몽블랑M으로 김종현이 계속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걸 멈추지 않았으면 싶다. 김종현이 몽블랑M으로 써낸 가사와 수필과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Esquire: 에디터 김지수





신기주와 전문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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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영화, 경제, 경영, 건축, 정치, 인터뷰 전문 기자님! 아니 어떻게 본인을 그렇게 소개할 수 있습니까. 기자 생태계를 그렇게 흐려도 되는 겁니까? 무려 종현의 입을 빌려서! 신기주 기자가 이렇게 소개해달라고 졸랐던 거죠?”


2015년 6월 28일


종현 “경영, 경제, 영화 전문 신기주 기자님 어서 오십시오”

신기주 “네! 안녕하세요.”

종현 “안녕하세요. 경영, 경제, 영화 전문이지만 오늘은 공룡 전문(웃음)!”

신기주 “제가 우연히 들었는데 종현 씨 별명이 공룡이라고요?”

종현 “아, 맞습니다. 제가 얼굴 생김새라든지 아니면 두상과 얼굴 골격이 공룡상이 있어요.”

신기주 “심지어는 무대 위에서 공룡 탈을 쓰고(웃음) 나온 사진도 봤어요.”

종현 “그렇게 공룡, 공룡 하니까 팬분들이 던져 주시는 인형을 머리에 쓴 거죠.”

신기주 “그렇군요.”

종현 “그런 것도 이제 찾아보세요? 신 기자님, 오오.”

신기주 “그럼요, 우리 좀 친한 척(웃음)?”

종현 “아유, 신 기자님 그 정도로 저에게 애정이(웃음)?”

신기주 “경영, 경제, 영화, 종현 전문.”

종현 (폭소)



2017년 4월 1일


신기주 “그리고 영화, 경영, 경제, 건축, 인터뷰 다음에 종현 전문 기자 되었는데(웃음).”

종현 “저도 이제 잘 아시죠, 신 기자님께서.”

신기주 “그러게요.”

종현 “많은 걸 알고 계시죠.”


신기주와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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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저는 매주 토요일마다 생방을 하면서 DJ 종현의 옆을 지켜왔다고요.”


2014년 11월 30일 ①


종현 “일요일에도 생방송으로 함께해주시는 분이네요. 아유, 자비로운(웃음) 영화 전문 기자 신기주 기자님 모셨습니다. 어서오세요.”

신기주 “네. 먹고 살기 힘드네요.”

종현 “(폭소) 생방송으로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신기주 “아니, 이게요. 공식적으로는 다 생방송이었다고요. 아, 나(웃음).”

종현 “공식적으로는 이게 녹음방송인지 생방송인지 사전 고지를 하고 하는 건 아니니까.”

신기주 “난 몰랐네, 난 이제 들켰네(뻔뻔).”

종현 “들켰네, 들켰어(웃음).”

신기주 “제가 일요일날 이 시간에 뭐했는지 아세요?”

종현 “뭘 하셨는데요?”

신기주 “생방송인 척하느라고 한 시간 동안 연락 끊고 숨어 있었어요.”

김철영 PD (폭소)

종현 “아, 이런이런(웃음). 이럴 수가. 10개월을 그러셨는데.”

신기주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웃음)?”

종현 “이게 무슨 일이야(웃음). 오늘부터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기주 “그렇구나. 털렸다(웃음).”


2014년 11월 30일 ②


종현 “기자님 평소 일요일에는 뭐하세요? 이 시간에는?”

신기주 “제가요, 정말 열두 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요, 연락도 끊고요.”

종현 “에이.”

신기주 “밖에 두문불출하고(웃음).”

종현 “정말로, 정말로(웃음)?”


2014년 11월 30일 ③


종현 “「기자님 빵빵 터져요. 매주 생방송 하면 안 돼요?……라고 하면 화내시겠죠?」 하셨는데요.”

신기주 “(웃음) 저 매주 생방송 했다고요! 공식적으로는요.”


2014년 11월 30일 ④


종현 “「두 분 생방송이라 서로 설렘이 가득한 것 같아요. 목소리에 흥분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요.」 하셨습니다. 우리는 항상 생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ㅅ?”

신기주 “공식적으로는, 네(웃음).”


2015년 3월 8일


종현 “「신기주 기자님과 오랜만에 생방송으로 만나네요. 물론 기자님은 맨날 생방송이라 하시지만요.」 하셨습니다(웃음).”

신기주 “들켰다. 이젠 안 할게요(웃음).”

종현 “그래요. 우리 쿨하게 합시다.”

신기주 “다 아시는 거 알아요.”

종현 “「신기주 기자님! 기자님 진짜진짜 좋아해요. 매주매주 생방송 해주세요.」라고 무리한 부탁 하시네요.”

신기주 “네. 진짜진짜 저도 하고 싶어요.”

종현 “(웃음) 금방 너무 소울 없었어! 너무 감정 없었어. 하/고/싶/어/요.”

신기주 “영혼 없는 발언(웃음).”


2017년 4월 1일 ①


종현 “오랜만에 생방송을 이 부스에서 진행을 하는데.”

신기주 “세 번째입니다, 오늘. 그런데 오늘 스포일링 당했습니다. 세 번째라는 거(웃음).”

종현 “(웃음) 그렇군요. 제가 기억력이 너무나도 또렷한 나머지. 일 년에 한 번꼴(웃음), 일 년에 한 번꼴입니다.”

신기주 “(웃음) 이럴 수가. 다 들켰네요.”

종현 “그러게 말입니다.”

신기주 “폭망했습니다(웃음).”

종현 “(웃음 터뜨림) 아니에요.”


2017년 4월 1일 ②


종현 “「처음 Midnight Spoiler 생방송 할 때 생각이 납니다. 신기주 기자님 늘 생방송인 척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안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지금도 그러신가요?」(웃음)라고.”

신기주 “이제 스포일링 됐어요.”

종현 “이제 다 알아요(웃음).”

신기주 “다 알아요, 네(웃음).”

종현 “앞서 있었던 두 번의 방송에서 우리가 많이 걸렸기 때문에. 중간중간 많이 티가 나서 다들 알았지만, 오늘은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기주 “(웃음) 오늘 생방송입니다. 오늘 저 여깄습니다!”

종현 “그래요(웃음).”


2017년 4월 1일 ③


종현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 겁니까. 푸른밤이 이제 신 기자님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흐려질 텐데.”

신기주 “아! 토요일날 생방송 안 해서 참 편하네(웃음).”

종현 “저런 무슨!”

신기주 (웃음 터뜨림)

종현 “이야, 3년 동안 세 번 해놓고!”

신기주 “뻔뻔(웃음).”

종현 “여러분, 이분이 이렇습니다. 이렇게 뻔뻔하십니다.”


신기주와 한류 스타의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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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지난 3년 동안 지켜본 김종현은 너무너무 바쁜 사람이었어요. 어제는 일본, 내일은 중국, 모레는 동남아, 다음 주엔 남미까지 가야 하는 한류 스타였죠.”


2014년 10월 26일


종현 “한 달 만에 뵙네요.”

신기주 “그러게요. 보고 싶었어요.”

종현 “그러게요.”

신기주 “오오.”

종현 “저는 계속 일본과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시듣기, 그리고 mini로 함께 들었었는데 역시 신기주 기자님은 여전히 시니컬한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신기주 “(웃음) 한 달 만에 바뀌었겠어요, 인간이? 중국과 일본이오? 이야, 정말 동북아 순회공연이군요.”

종현 “그렇죠, 뭐(웃음). 바쁩니다.”

신기주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오신 걸로.”

종현 “네.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요.”

신기주 “……아직도 계속돼요?”

종현 “네네(웃음).”


신기주와 하루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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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2015년 10월 4일


신기주 “노래 잘 들었습니다.”

종현 “아이고, 아이고(웃음). 감사합니다.”

신기주 “저를 위로해 주시더군요.”

종현 (웃음)

신기주 “집에 혼자 가는데 어휴, 음악이 나오는 거야. 힘들어(웃음).”

종현 “신 기자님께서 심지어 톡을 다 주시고. 이야기를 나눴죠. 감사합니다.”


신기주와 조카 혹은 동생 혹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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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나쁜 삼촌과 조카 혹은 형, 동생 혹은 친구끼리 영화 한 편 놓고 떠들 듯 방송을 했고.”


2014년 11월 30일 ①


종현 “「신기주 기자님 쫑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라고 무슨 의미지인지 잘, 정확히 의도 파악이 힘든 문자가 왔어요(웃음).”

신기주 “저하고 생각보다, 생각보다 정말 잘 맞아요.”

종현 “오, 어떤 생각을 하셨기에?”

신기주 “처음에는 사실은 저 혼자 떠들고 갈 줄 알았더니 점점점 얘기가 깊어지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핑퐁하는 느낌이 들고, 재밌습니다.”

종현 “그래요.”

신기주 “그리고 나이 차이가 안 느껴져요.”

종현 “아, 진짜요?”

김철영 PD (폭소)

신기주 “제가 스무 살 같아요.”

김철영 PD (손뼉까지 치며 폭소)

종현 “젊어지는 느낌(웃음)? 젊어지는 푸른밤!”


2014년 11월 30일 ②


종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잖아요. 2005년도에 개봉한 영화인데, 저는 사실 개봉 당시에 못 봤고……”

신기주 “(불쑥) 왜요?”

종현 “?ㅅ? 2005년도면 제가 학생, 중학생이었을 거예요.”

신기주 “헐.”

종현 “(웃음) 중학생이었을 겁니다.”

신기주 “우리가……”

종현 “예, 예.”

신기주 “그러니까……(웃음).”

종현 “고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어요.”

신기주 “아, 네…….”

종현 “네. 그랬었는데요.”

신기주 “그런데도 제가 되게 비슷한 나이처럼 느껴지……(웃음).”

김철영 PD (폭소)

종현 “회춘 방송 푸른밤입니다(웃음).”


2015년 6월 28일


종현 “사실 신 기자님과 저의 관계 자체는 상당히 ― 본인의 잡(job)을 내비치지 않는 듯한 ― 친근함 그런 게 있잖아요, 진짜 친구 같은 느낌. 일적으로 만났지만.”

신기주 “그렇죠. 기자와 가수 사이가 아닌 동네 형, 동생.”

종현 “그러다 보니까(웃음), 기자와 가수가 아니다 보니까 아무리 사적인 얘기를 해도, 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 전혀 걱정이 없고(웃음).”

신기주 “아, 나 왜 이렇게 게으르지(웃음)?”

종현 “그런데 다음 날 기사가 다 나(웃음). 어쨌든 그런 건데, 저의 무대 위의 모습을 찾아보신다고 하니까 신선하네요.”

신기주 “이제부터 조심하세요(웃음).”

종현 “알겠습니다.”

신기주 “다 알아내 가지고 다 써야지!”


2017년 1월 1일


종현 “기자님에게 저도 좀 변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기주 “사실은 첫인상에서 제가 알고 있는 종현이라는 인물은 외모만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좀 알게 되니까 친구 같아요. 카톡 하다 보면, 뭐야? 맞먹자는 거야(웃음)?”

종현 (폭소)

신기주 “정말 친구 같잖아요?”

종현 “기자님과 제가 톡을 자주 하거든요. 종종 하는데, 기자님께서 그렇게 딸 자랑을 너무 많이 하셔 가지고 큰일났습니다(웃음).”

신기주 “애인 자랑도 한다고 해주세요.”

종현 “그러게 말이에요. 자랑할 게 정말 많으신 분이에요(웃음).”

신기주 “얘기하다 보면 종현 씨하고 정말 친구처럼 얘기하게 되고요. 그게 방송했던 기간과 비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여러 방송을 해봤지만 푸른밤이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고 정말 가장 애정이 있어요. 가장 즐겁게 하는 방송입니다.”

종현 “감사합니다.”


신기주와 무대 위의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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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오히려 나중에 종현 씨의 솔로 공연을 보고 놀랐죠. 무대 위의 종현은 마이크 앞의 김종현과 또 다르구나 싶어서.”


2015년 10월 25일 ①


신기주 “공연 잘 봤습니다.”

종현 “아, 제 공연 보러 오셨었죠.”

신기주 “정말 가수는 무대 위에서 봐야 되겠더군요. 사람이 달라 보여.”

종현 “(웃음) 그렇죠, 그렇죠?”

신기주 “내가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건가(웃음)?”

종현 “(폭소) 아니요, 막 대하십시오. 라디오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니.”

신기주 “아니, 일단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진짜.”

종현 “아닙니다(부끄러움). 언젠가 제가 만약에 신기주 기자님과 인터뷰 하는 날이 오면 제가 그런 걸 느끼겠죠?”

신기주 “쥐락펴락?”

종현 “네(웃음).”

신기주 “패대기를 치고 막.”

종현 “아니, 이럴 수가! 내가 할 얘기 안 할 얘기를 다 했다! (웃음).”

신기주 “그리고 심지어 안 한 얘기도 써(웃음)!”

종현 “아이고, 이런. 그러지는 않으시겠죠(웃음). 어쨌든 제가 인터뷰로 기자님을 만날 날까지 기대해 보도록 하면서.”

신기주 “네.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2015년 10월 25일 ②


신기주 “(영화 이야기) 이번 생이 텄다 싶으면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이 사람은.”

종현 “그냥 자고 일어나면.”

신기주 “자고 일어나면 돼요. 참 나. 참 좋겠어. 내가 종현 씨 공연을 봤더니 자고 일어나면 나는 김종현이 될래(웃음).”

종현 (웃음)

신기주 “부럽더라, 진짜.”

종현 “아이, 아닙니다(웃음).”

신기주 “난 뒤에서 애나 보고 있었는데.”

종현 “(웃음) 아이랑 같이 오셨었잖아요.”

신기주 “사실 공연에 민폐인데, 제일 뒤에 앉아서 조용히 봤어요. 우리 딸이 좋아했는데요. 심지어 우리 딸이 꽃도 전해줬죠?”

종현 “너무 귀여웠어요.”

신기주 “그래.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웃음).”

종현 “부끄럽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꽃을 주는데 너무너무 귀엽더라고요. 고마웠습니다.”

신기주 “그래요.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우리 딸로 태어나야겠어(웃음).”


신기주 “그렇게 낯선 공간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무대에서는 어쩜 그렇게 훌렁훌렁 잘도 벗어버리는지. 맨날 거실에서 영화 과외해주던 동생이었는데, 어느 날 무대에서 보니까 근육질 몸매를 뽐내고 있었달까.”


2016년 12월 10일


종현 “잘 지내셨어요?”

신기주 “네. 종현 씨 공연 보느라고(웃음) 주말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종현 “아, 제 공연 보셨죠.”

신기주 “저한테 딱 맞는 공연이더라고요. 성인용 공연(웃음). 와, 공연 정말 멋있더군요. 정말 종현 씨 무대에서 보니까 사람이 달라 보여요.”

종현 “원래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매력적이죠(웃음).”

신기주 “특히 복근 이런 거. 복근에 집중하게 됐어(웃음).”

종현 “저의 직업은 복근입니다(웃음).”

신기주 “제가 정말 저의 비선실세 데려갔다가 눈 가려주느라고 힘들었어요.”

종현 “아이고, 아닙니다. 뭐든 열심히 할 때 항상 멋있어 보이죠. 모든 사람은.”

신기주 “그런데 정말 그 많은 팬들, 청중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던데요?”

종현 “아닙니다. 공연 보러 와 주셔 가지고 되게. 2회 하는 날 오셨었잖아요?”

신기주 “그렇죠. 마지막 공연이었죠.”

종현 “지인분들 많이들 와주시고 하면 그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중간중간 해요(웃음). 그러면 힘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충전을 합니다. 맞아. 신기주 기자님께서 보고 계신다면서(웃음), 그런 생각을 종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주셔서 저한테 큰 힘이 됐어요.”

신기주 “저도 계속 서 가지고 봤는데요. 제발 뒤에서 앉으라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종현 “(웃음) 기자님 키가 크니까. 기자님 키가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2017년 1월 1일


신기주 “이야. 2015년, 2016년…… 와, 3년째.”

종현 “어떠세요? 3년이나 푸른밤을 함께하고 계신데 그간 변한 게 느껴지시는지.”

신기주 (웃음)

종현 “왜, 왜 그렇게 웃으시죠(웃음)?”

신기주 “그 사이에 종현 씨 콘서트도 여러 번 가고 솔로 콘서트도 가서 보고 어우, 못볼 것도 보고. 너무 부끄러워(웃음)!”


2017년 4월 1일


신기주 “저는 종현 씨 공연 장면 보고 다 응시하고 있었지.”

종현 “(웃음 터뜨림) 그랬군요.”

신기주 “오, 몸 좋더라. 몸 만든다고 고생했겠더라(웃음).”

종현 “아유, 민망해라(웃음).”


  1. “어제 신기주 기자님 뵀죠? (…) 저는 오늘도 신기주 기자님 만나고 왔습니다(웃음). (…) 인터뷰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난 건 아니고 일 때문에 뵀고요.” 2017년 4월 2일 마지막 푸른밤 [본문으로]
  2. 종현이 푸른밤을 시작한 것은 2014년 2월 3일, ‘Midnight Spoiler’를 시작한 것은 4주차인 2014년 2월 28일. 총 148회 방송. [본문으로]
  3. ① 2014년 11월 30일, ② 2015년 3월 8일, ③ 2017년 4월 1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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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이 말하다

종현과 말하다

종현을 말하다


종현을 만나기 전, 라디오를 통해 먼저 그를 알게 됐다. '그럴 수도 있다'는 표현을 몇 번씩 쓰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종현이 하는 말들의 말미는 둥글었는데, 자신을 드러내는 선에서 타인이 행여 다치지 않을까 끝을 구부린 말들이었다. 살갗처럼 붙어있는 그 말투가 그에겐 익숙해 보였다. 생각의 층과 겹이 촘촘하고 입체적인 사람인 것 같아 들을수록 그가 궁금해졌다. 마침내 종현과 마주앉았다.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대답을 들었다.


종현


종현 씨에겐 오늘 촬영을 함께한 스태프 모두가 새 얼굴이었어요. 섭외를 제가 했거든요. 의외였어요. 담당 스태프들과만 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화보의 대상이 나일 뿐 내가 주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체가 아니라고요?

네. 제 앨범 아니잖아요.


아….

농담이고, 화보는 시각적인 부분이라 제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요. 스태프들을 믿고 가는 편이에요. 담당 기자님이 좋은 분들을 잘 섭외해주셨겠죠.


새 앨범 소품집 <이야기 Op.1>이 나왔어요.

DJ를 맡고 있는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서 공개했던 노래들을 담았어요. 전 곡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서인지 개인적인 색채가 짙게 배어 나온 것 같아요. 편곡 방향을 잡고, 트랙 리스트를 정한 후에 곡을 배치하고, 연주자분들이 녹음할 때에도 참관하고…. 어느 하나 제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앨범 활동에 대한 행보가 독특하네요. 방송 활동 대신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어요. 

음악적인 시도가 많은 앨범이라 프로모션도 참신하게 하고 싶었어요. 관객과 가까이 붙어 소통할 수 있는 버스킹은 제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공연 방식이에요. 팬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하다 보니까 온전히 버스킹이라고 하기보단 좀 더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긴 했지만요.


10월에는 솔로 콘서트 <THE STORY by JONGHYUN>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죠. 기획과 연출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원하는 방향이 있었나요?

소통이요. 그래서 공연의 이름도 스토리예요. <THE STORY by JONGHYUN>은 그 자체론 미완성이에요. 관객과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하죠. 실제로 관객이 직접 참여해주셔야 마무리되는 조각들이 있어요. 


주고받는 공연이네요.

공연을 보신 분께서 “네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시더군요. 전 제 얘기만이었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 모든 건 우리 이야기였어요.


앨범을 내곤 소설 <산하엽>을 내며 작가로도 데뷔했어요. 글 쓰는 건 어땠나요? 가사 쓰는 작업과는 다르던가요?

심하게 다르던데요? ‘소설을 써야지’란 생각보단 색다른 음악 감상법을 제시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포부가 거창했죠.


책을 통한 음악 감상이요?

<산하엽>엔 제가 작사한 12곡의 가사가 곳곳에 실려 있어요. 소설을 읽다가 가사가 나오면 해당 음악을 들어보세요. 이미 알던 노래도 새롭게 들릴 거예요. 


이야기를 읽다가 음악으로 들을 수도 있는 거군요. 이런 건 어쩌다 생각하게 됐어요?

음악에겐 멋진 힘이 있어요. 상상력을 이렇게, 팡 폭발하게끔 하고, ‘어떤 상황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됐을까,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를 떠올리게 해요. 조금 못된 마음일 수 있는데, 그 상상을 귀속해버리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노래를 만든 사람으로서 직접 노래의 앞뒤 상황을 알려주는 거죠. 소설 <산하엽>이.


무슨 내용이에요?

이별 얘기예요. 첫 작품은 자전적인 얘기가 많이 들어간다던데, 완성하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작가인 남주인공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기자인 여주인공은 일상의 굴레에서 지쳐 있지만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면에서 절 닮았어요. DJ는 외부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적인 제 모습이에요. 마지막으로 여자 후배는 말 없이 위로하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예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녹이려고 했어요. 


작가부터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기준 자체가 되게 모호한 것 같아요. 제게도 분명 평범하게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힘들고, 그 힘든 걸 극복하려는 모습이 있거든요. 굴곡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느끼는 감정은 누구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영감을 찾는 건 음악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겠네요.

일상 속 발견을 자주 메모하는 편이에요. 어제 자 메모를 알려드리죠. (종현이 건넨 휴대전화엔 “밤은 술보다 위험하다. 밤은 너보다 위험하다.”[각주:1]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짧게 써놔요. 어느 날 밤에 떠올랐어요. 술을 마시면 감정에 기복이 생기잖아요. 이렇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근데 전 술 마실 때보다 밤을 맞을 때 그 기복이 더 심해지거든요. 이런 발견이나 감상을 비유나 시적으로 표현하고 음악으로 풀어내죠. 별거 아니에요.


그렇게 곡이 완성되는 거군요. 이번엔 라디오 얘길 해볼까요?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면 종현 씨가 라디오에 유독 애착을 보인단 사실을 알 테죠. 

재미있거든요.


그 시간을 다른 데 투자하면 돈을 더 벌지 않을까요?

하하. 돈은 딴 데서 충분하게 벌어요. 수학적인 걸 생각하고 하는 게 아녜요.


그럼 대신 뭘 얻어요?

교감이요. 친밀한 매체잖아요. 옆에서 얘기하는 것 같고. 모르는 분들도 만날 수 있어요. 아, 게스트가 아니라 청취자를 얘기하는 거예요. 두 시간이 통으로 주어지는 덕에 소소하거나 복잡 미묘한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어요.


사연은 얼마나 와요?

매일 적게는 400통에서 많으면 2000통까지 와요.


다 읽진 못하겠네요. 작가가 선별한 사연을 읽게 되나요?

아뇨. 읽어요. 전부 다. 라디오 부스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광고 나갈 때에도 사연을 읽어요. 그 정돈 다 볼 수 있는 양이에요.[각주:2]


주로 어떤 사연인가요?

시간대가 밤이어서 그런지 ‘지친다’, ‘힘들다’, ‘오늘 하루는 이랬다’ 같은 내용의 사연이 많이 와요.


지친단 얘기를 자꾸 들으면 본인도 지치게 되지 않아요?

전 페이스가 강한 사람이어서요. 그렇진 않아요.


종현 씨는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하더군요.[각주:3] 이 사람, 위로의 고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위로하는 건 어디서 배워요?

그런 걸 어디에서 배워요, 하하. 제가 따뜻한 사람인가 보죠. 음… 진심으로 공감하고 걱정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좋은 디제이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을까요?

어제 라디오에서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거짓으로 기쁜 척하는 건 좋은 DJ의 자세가 아닌 것 같아요. 슬픈 땐 슬프다고, 힘들 땐 힘들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각주:4] 그게 멋진 연예인의 모습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DJ는 청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 그들이 속마음을 내보이는 만큼 저도 숨김이 없어야 해요. 그래야 비겁하지 않겠죠.


쉴 땐 뭘 해요?

쉬지 못했어요. 쉬고 싶지도 않고요. 일하는 걸 좋아하는, 아니 일해야 한단 강박이 있는 사람이어서요. 가만히 있으면 쓸모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군요.

가끔 ‘난 왜 이렇게 못 쉴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른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진 잘 모르겠어요.


모순이네요. ‘하루쯤 모두 제쳐두고 쉬어도 돼’라고 노래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해주는 얘기죠. ‘넌 그래도 돼. 난 안 되지만.’ 뭐 그런 느낌? 위로하는 노래를 많이 쓰긴 했어요. 저한테 하는 얘긴 아니었어요.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면요?

질문보단… 솔직해지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요. 아직 솔직하지 못해서요. 근데 솔직해지고 싶어요. 치장하지 않고 싶고요. 아직 무리인 것 같지만… 언젠간 되겠죠?


솔직해서 도리어 상처를 받거나 주게 될지도 몰라요.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 따른 노력은 해야겠지만 그마저도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해지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꿈꾸는 청년의 모습을 띠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어떤 청년의 모습이요?

사회에 이바지하는 청년….


밝은 청년이네요.

저 염세주의자예요. 몽상가죠. 근데 우린 사실 몽상가가 많이 필요해요.


몽상가란 사실엔 동의해요. 그런데 염세주의라… 왜요? 많이 가진 사람이잖아요. 사랑도 많이 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염세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세계나 인생을 비참하다고 보고 환멸을 느껴 놓아버리고 사는 걸 뜻한대요. 전 거기까진 아니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도 알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왜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정의가 부정될 때 제 자신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요. 나 하나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방향을 잡고 옳은 쪽으로 나아가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종현 씨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누구나 평등한 사회, 그래서 평화로운 세계요.


ⓒEsquire: 포토 김재훈, 진행 강민지, 스타일리스트 최경원(Choi Kyungwon), 헤어 강현진(Kang Hyunjin), 메이크업 안성희(Ahn Sunghee), 어시스턴트 최승완(Choi Seungwan)

  1. “「요새 하루에 딱 한 문장 쓸 수 있는 다이어리를 쓰는데 이 한 문장이 은근히 어렵네요. 쫑디의 오늘 하루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뭐라고 하실 거예요?」라고 보내주셨습니다. 아직은 저의 하루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까 지금 하기에는 좀 그렇고요, 며칠 전에 제가 그런 걸 썼었어요. 저는 글 쓰는 거나 그런 걸 즐기는 편이어서 잠들기 전 밤에 썼던 건데, 그 문장은 '밤은 너보다 위험하다'였거든요. 그 문장을 시작으로 이제 쭉 글을 썼었는데 '밤은 너보다 위험하다. 밤은 술보다 위험하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밤이 돼서 감성적으로 깊어지고 그리고 너와 함께 있을 때보다 더 내가 슬퍼지고 그런 것들 ― 밤이기 때문에 나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 그래서 어찌 보면 위험하다라는 의미로 '나에게 가장 큰 건 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밤이구나' 이런 이야기를 썼던 글이었는데, 저는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는 편이에요. 며칠 전이죠? 한 3~4일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3~4일 전에 저는 하루를 '밤은 너보다 위험하다'라고 정리를 한 적이 있네요(웃음).” 2015년 10월 21일 푸른밤 [본문으로]
  2. “「쫑디, 잡지에 인터뷰한 거 잘 읽었어요. 게시판, 문자 다 본다고 하기에 소개가 안 되어도 좋으니 저도 쫑디에게 위로 한마디 하려고 보내봐요. 요즘 많이 바쁘고 힘들 텐데 씩씩한 모습 보여줘서 항상 고마워요.」라고 보내주셨습니다. 아이고, 그거 읽으셨구나? 신기주 기자님이 하시는, 신기주 기자님의 그 ○○콰이어 잡지(웃음). 감사합니다. 그래요. 재밌었어요. 인터뷰하면서 기자님 얘기도 되게 많이 했는데 좀 많이 나갔나 모르겠네? 어쨌든, 좋았고요. 이 라디오라는 게 좋은 매체죠. 정말, 너무너무. 사람마다 하면서 즐거운 일이 있잖아요. 해야 하는 일과 즐거운 일이 있는데, 라디오는 저한테 되게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 필요한 일. 내가 필요한 일이라기보다 저한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2015년 11월 4일 푸른밤 [본문으로]
  3. 「(…전략…) 그 어떤 위로에도 힘을 낼 수 없는 오늘이다.」라는 사연에 내일쯤을 써서 답하며 했던 코멘트들. “최면 걸듯이 '힘내' '힘내' 이런 말보다 '지금은 좀 힘들어 하고 우울해 하고 그런 다음에 정말 마음이 내킬 때 다시 돌아와' 이런 말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 곡은 공개한 날 이야기를 드렸던 것처럼 '힘들어, 힘들어.' 그럴 때 '야, 힘내.' 이 말보다는 차라리 '힘들 때는 좀 쉬고, 굳이 오늘 힘 안 내도 돼. 내일쯤 힘내고 그리고 네가 한 달 쯤 우울하고 힘들더라도 나는 옆에서 묵묵히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 너 기분 내킬 때, 힘날 때 돌아와서 나한테 이야기해 주면 돼.'라는 가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우리 가족분들에게 항상 '힘내요', '힘내십시오. 잘될 거예요.'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죄송한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그 '힘냄' 그리고 씩씩함을 강요하지 않는 DJ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 마음이 노래로 표현된 건 아닐까 싶습니다.” [본문으로]
  4. “「오늘 쫑디 지쳐 보여요. 쫑디가 제 하루의 끝을 항상 위로해 줬는데 저는 지금 이런 쫑디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하는 걸까요?」라고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사실 여러분을 위로하면서 '위로해야지! 위로하는 입장이야. 위로만 하는 자리야!'라고 생각하고 앉아 있지 않거든요. 저도 위로를 받고 있는 시간이니까 ―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 한쪽에게만 에너지를 주지는 않죠 ― 저도 지금 에너지를 여러분께 많이 받고 있으니까요. 그냥 듣고 계시는 것만으로,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시는 것은 더더욱 크게 저에게 힘을 주고 계신 거예요. 제가 항상 '저 오늘 기분이 어때요', '저 오늘 기분이 어때요'라고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이유들도 그런 것 같아요. 두 시간이란 시간 동안 우리가 함께하는데 그동안 제가 힘들고 지치고 안 좋은 감정이 든다고 그걸 숨기고 방송 진행을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 감정에 대해서 여러분이 피드백을 해주시는 걸 또 내가 느끼고 그러는 게 ― 우리가 같이 만들어나가는 ― 그게 진짜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DJ를 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2015년 10월 6일 푸른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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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

음악은 위로를 건네기도, 몸을 들썩이게도, 편견이 깨지게도 한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음악의 힘을 경험하게 해줄 네 장의 신보.



종현

BASE


세련되면서도 힘이 넘친다. 뜨거운 열정보다는 차가운 긴장감이 곡 전체를 흐르고, 이를 통해 곡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는 전체적인 주제에 더없이 적확한 사운드로 듣는 이들을 설득해낸다. 익숙한 열창은 후반부의 가스펠 합창이 돋보이는 세 번째 곡 ‘할렐루야’에서부터 들을 수 있다. 그 전에 위치한 ‘Crazy’에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뒤에 등장하는 트랙이니, 이런 식으로 감정선을 상승시키는 흐름은 아무래도 의도되었을 확률이 높다. ‘Love Belt’는 앨범 속 2부를 알리는 기점으로 전체적인 흐름은 조금 더 과감해지는데, 음악을 입체적으로 듣는 이들을 기분 좋게 압박한다.


WHEN 아이돌에 대한 논쟁이 붙었을 때.

WHERE 은밀한 장소에서.

WHO 아이돌이라면 욱하는 친구에게.


ⓒEsquire: 배순탁(음악 칼럼니스트, <배철수의 음악 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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