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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Youth

종현의 머릿속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떠다닌다. 금수와 짐승의 차이, 존재의 경계, 예술이란 단어의 사회적 의미…. 새롭게 발매될 솔로 앨범은 그의 몽상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남들이 날 이해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하고 다 알면서 저지르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쓸데없고 혹은 저렇게까지 깊은 의미를 둬야 하나 싶은 것들,

나조차 이해 못하는 일들, 난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종현


방송에서 보던 모습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무대에서는 굉장히 에너제틱한데 실제로는 목소리도 작고 말투도 느린 편이에요. 

맞아요. TV에 비치는 이미지와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달라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요. (데뷔한 지 9년차 가수인데도?) 다들 안 믿지만 여전히 그래요. 무대 카메라는 괜찮은데 리얼리티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바짝 긴장해요. 그래서인지 TV에서 훨씬 어리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만나면 전혀 그렇지 않죠?


TV에서 약간 들떠 있는 느낌이었다면 실제로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촬영 준비하면서나 짬이 날 때마다 말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도 했고요. 

유튜브로 영상 찾아보는 거예요. 스케줄이 있거나 졸릴 때마다 잠 쫓으려고 봐요.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하는 경우엔 거의 못 자거든요.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등교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 습관적으로 늦게 자기 시작했어요. 사실 재작년까지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밖에 안 잤어요. 그래도 괜찮았는데 작년부터는 만성피로가 느껴져서…. 원래 좀 예민하기도 한데 앨범 나오기 직전이라 요즘엔 더 그런 것 같아요. 원래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치열하게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어디를 고쳐야 할지 하루 종일 고민해요.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로 고등학교 자퇴한 것을 꼽았어요.[각주:1] 어떤 이유인가요?

사춘기를 벗어나게 해준 선택이었어요. 이제 와서 안 사실인데 그때 엄마의 동의를 구한 게 아니라 통보를 한 격이더라고요. 물론 이런 계획을 짜놨으니 허락해달라고 말했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무조건 “자퇴할 거야”로 들렸을 거예요. 그때 엄마가 내 선택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하루아침에 환경이 변했고 엄마의 믿음을 느낀 만큼 책임감도 강해졌으니까요. 누가 내 머리와 발끝을 잡고 죽 늘어트린 것처럼 정신이 죽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튼살이나 흉터가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건 영광의 상처겠죠.


한 웹 매거진에서 샤이니 멤버 각각의 다섯 가지 매력을 뽑으면서 ‘섬세한 아티스트’라고 칭했어요.[각주:2] 동의하나요?

어렸을 때부터 보통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을 걸어오지 않았으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평범하지 않은 편에 속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틱하다는 게 예쁘게 포장돼 있는 말이라고 느껴요. ‘특이하다’ ‘이해할 수 없다’ ‘진보적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걸 ‘아티스틱하다’라고 좋게 표현하잖아요. 진짜 의미와 사회적 의미가 좀 다르다고 할까. 예술도 그래요. 무언가를 자기 언어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게 예술 아닌가요? 마냥 아름답고 무거운 게 아닌데 사회적 의미 속엔 환상성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으로 아이돌은 아티스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거창한 게 아니니까요.


일반적인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긴 해요. 일단 음악적인 면만 봐도 앨범을 전곡 자작곡으로 채우는가 하면 이하이, 김예림, 아이유를 비롯한 다른 기획사 뮤지션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원래 작곡가가 꿈이었어요. 수월하게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가수를 선택한 거죠. 계획적이었던 건 아니고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리 된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행운이었어요. 아이돌이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뮤지션은 컨셉추얼해야 하는데 아이돌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잖아요. 또 고정관념 때문에 아이돌이 음악 만든다고 하면 ‘기대 이상’이라고 하고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아이돌이 가진 태생적 단점이자 장점이겠죠.


팬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고맙다고 하지 않더군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해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고, 감동도 하고, 화도 내고…. 그런 감정들을 거듭하는 사이 사람 대 사람, 인간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각주:3] 이 말을 들으면서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아이돌이 그런 얘기 해도 돼요?”라는 말 많이 들어요. 특히 이렇게 인터뷰하면서요.(웃음) 그런데 팬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마음 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반대로 나를 숨기거나 가짜로 보여주는 것도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난 진짜를 보여주는 걸 택하지 속이면서까지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각주:4] 그래서 항상 팬들에게 “난 그냥 TV에 나오는 사람일 뿐이에요. 우린 계속 좋은 친구죠.”라고 해요. 팬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거예요.


생각하는 바를 분명히 말하는 타입이군요. 작년 발매한 솔로 미니앨범 <BASE>에서도 SM의 기획력에 함몰되지 않은 뚜렷한 자의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솔로 앨범은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내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하는 작업과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는 의도의 작업. 둘 다 의미가 있지만 솔로에서는 전자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게 맞지, 샤이니의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BASE>를 기획하면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으면 유닛 혹은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만들라고 제안했어요. 작년에 발매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솔로 앨범이 나올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요. 중요한 건 시기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담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조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이틀 후에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라는 연락이 왔어요. SM 하면 보통 억압이 심하거나 교류가 없다거나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회사 내의 눈높이가 높다 보니 그 벽을 넘기가 힘들 수는 있어요. 그래도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잘하면 돼요. 그럼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요.


5월 중 발매되는 새로운 정규 앨범에서 역시 담아두었던 걸 마음껏 표현했나요?

섹슈얼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타이틀 곡 외에도 전체적으로 섹시한 뉘앙스를 가지고 가되 무턱대고 자극적인 게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앨범이요. 그런데 작업자의 입장에서 “이런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얘기한 상태로 작업하는 것과 완성 후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히는 건 차이가 있거든요. 이미 ‘섹슈얼’이란 코드를 알려주고 진행하다 보니까 릴랙스하라고, 조금 참아보라고 ‘태클’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다들 음란마귀가 씌었는지 별거 아닌 가사도 무조건 야하게 해석하고….(웃음) 그게 재미있기도 했어요. 사전고지의 유무가 음악을 해석하는 데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구나, 싶어서. 결과적으로는 좋아하는 걸 최대한 많이 한 상태라 만족해요. 물론 앨범이 잘되면 즐겁고 감사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상상력을 자극하는 섹슈얼한 뉘앙스라니, 자연히 맥스웰이나 디앤젤로가 떠오르네요.

물론 팔세토 스타일의 가성으로 노래하는 네오소울 장르도 있죠. 뿐만 아니라 PBR&B, 누재즈 같은 다양한 장르가 혼합돼 있어요. 한동안 힙합이 워낙 유행이었으니까 힙합 비트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죠. 퓨처 베이스라든지 트랩이라든지 새롭게 관심 가는 비트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한창 ‘썸’ 타거나 ‘Falling in Love’의 스토리라 이별 노래는 물론 발라드 곡은 한 곡도 없습니다.


표현력이 기대되는 컨셉트예요. <BASE>에서 곡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 목소리를 바꿔서 불렀던 것처럼요. 때문에 연극적인 앨범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죠.[각주:5]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수월하고 정확하게 감정을 표현하려면 목소리 톤이나 두께보다도 호흡을 사용해야 해요. 울거나 웃거나 놀랐을 때, 모두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소리만으로도 표정을 내비칠 수 있어요. 또 작사할 때부터 캐릭터의 성격을 정확하게 축조해놓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물론 나를 대입시키면서부터 뻗어가니까 내 성격이 많이 배어 있죠. 가장 중요한 건 노래 속 화자와 청자의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가사는 물론 멜로디도 잘 안 떠올라요.


이번 앨범의 화자는 어떤 인물이에요?

되게 능글맞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아요. 농담도 잘하고 닭살 돋는 말도 서슴없이 던지는 타입이에요. 여자들이 겉으로 오글거린다고 핀잔 주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남자.


작사를 포함해서 평소에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작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작은 영감 하나하나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중학교 때 꿈이 소설가, 국어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중간고사 보고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아, 난 선생님은 못 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밴드부 들어가서 음악 만들고 가사 쓰는 걸로 진로변경했어요. 사주를 봐도 누군가에게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주 보시는 분이 “딱 선생님 사주인데 공부를 전혀 안 한 거 보니까 사기꾼이네!”라고 하셨어요.(웃음) 예술가로서나 이성적으로나 언변이나 글재주가 좋은 사람 굉장히 매력적이잖아요. 서른이 넘어가면 시가 됐든 소설이 됐든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요.


소설 <산하엽: 흘러간, 놓아준 것들>이 작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연애소설이나 사랑영화를 전혀 안 본다면서 왜 연애소설을 썼어요?

그게 삶의 아이러니에요. 작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쓸 때도 독자가 누구일지 생각했어요. 대부분 여성이 읽을 텐데 나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동요할까? 그게 사랑이야기였던 거죠. 그런데 알콩달콩한 연애는 도저히 두 페이지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별과 이별 후의 이야기를 썼어요. 쓰는 내내 일기나 가사 쓰는 것과는 또 다르게 나를 되돌아볼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네 명의 인물이 나오잖아요.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 가수,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후배. 그 넷 모두가 내 모습들이거든요. 내 면면이 부여된 캐릭터와의 만남, 그 작업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보통은 남자주인공이 나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남자는 내가 음악을 할 때, 여자는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의 태도예요. 가수는 남들이 보는 나, 그리고 후배는 내가 사랑할 때의 모습이에요.


그 후배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말 없이 위로를 건네는 역할이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짝사랑할 때예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몇 사람 사랑하지 못했을 만큼 한번 사랑하게 되면 맹목적으로 감정을 이어가는 편이에요. 사랑하는 순간까지도 힘겹고 오래 걸리고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대한 추상적인 계획이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은 물론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지금 내 삶의 방식에 만족하고 연애 외의 다른 계획들을 세우는 게 즐거워서 거기에 빠져 있어요.


사실 ‘산하엽’이란 단어를 찾아낸 게 놀라웠어요. 물에 젖으면 투명해지는 희귀한 꽃이라니,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니까요. 

참 예쁜 꽃이죠. 그런 단어를 찾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마음 가는 단어가 있으면 검색해서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고 사회적 의미가 어떤지 생각해봐요. 단어를 가지고 더하기 빼기를 많이 한다고 할까. 문장이나 단어들이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는 편이에요.


요즘 자꾸 생각나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다면요?

누군가가 저한테 보낸 문자인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우리 봄이 오기 전에 꼭 만나요.” 그 문장이 너무 예쁘기도 했고 나한테 존댓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얘기한 것도 재미있었어요. 따뜻한 느낌도 들고 왜 3월, 4월 이런 뚜렷한 날짜가 아니라 추상적인 기한을 정해서 얘기를 했을까. 왠지 뭉클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글도 쓰고 ‘우린 봄이 오기 전에’라는 노래도 만들었어요. 지금 외국에 나가 있는 친한 형인데 결국 만나기 전에 봄이 지나가버렸네요. 그래도 ‘우린 봄이 오기 전에’를 발매하기 전까지는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가사나 소설 모두 그렇지만 실제로도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사람이네요. 스스로도 로맨티스트라고 생각하나요?

그렇기도 하고 몽상가이기도 해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 몽상가잖아요. 몽상가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그걸 이루려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결국 그 꿈이 현실화되면 이제 더 이상 몽상가가 아니게 되죠. 그래도 계속 또 다른 꿈을 꿔서 몽상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인 것도 맞아요.[각주:6] 무슨 뜻이냐면 남들이 날 이해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하고 다 알면서 저지르는 거죠. 반항심일 수도 있고 의외성을 공략하려고 노력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쓸데없고 혹은 저렇게까지 깊은 의미를 둬야 하나 싶은 것들, 나조차 이해 못하는 일들, 난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이를테면 또 어떤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요? 존재의 진정한 의미?

예를 들면 산타클로스 같은 거예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믿음으로 착한 일을 하게 되면, 그러니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면 그건 실존의 유무를 떠나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존재한다’와 ‘존재하지 않는다’의 경계가 무너져버리게 되는 거죠.[각주:7]


‘아티스틱’한 생각이네요.

그렇죠. 예술가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금수와 인간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아, 요즘에 ‘금수’라는 단어에 꽂혀 있어요. 짐승보다는 고급스러운 뉘앙스를 띠면서 욕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날것의 느낌은 살아 있으니까요. ‘짐승과 인간의 차이점’이라고 말하면 내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혼자 생각해요. 짐승과 금수의 차이는 뭔지, 무게감이 어떻게 다른지. 이런 얘기를 하면 보통은 “그래. 철학적이긴 해. 인간은 그런 고민을 해야 하고 고찰을 해야 해. 하지만 왜 굳이…?” 혹은 “그래서, <주토피아>는 봤어?”라고 하지만요.(웃음)


ⓒHarper's BAZAAR: 에디터 권민지, 포토 최문혁, 헤어 임정호, 메이크업 김주희, 어시스턴트 이병호

  1. ※ 정확히는 일반 고등학교 자퇴 후 음악 학교에 진학한 것.
    “음악학교에 간 것이 제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곡 작업을 하면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는 걸 느껴요. SM에 들어올 때보다 훨씬 강렬해요.” 2010년 10월 GQ [본문으로]
  2. 종현, 섬세한 아티스트
    포지션: 메인보컬, 싱어송라이터, 반항아
    처음부터 종현은 눈에 띄는 멤버였다. 노래의 도입부에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했고, 호흡을 많이 섞는 독특한 보컬은 샤이니의 특징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종현은 목소리로 중심을 잡던 시기를 지나, 곡과 가사를 통해 팀의 색깔을 스스로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SHINee The 3rd Album Chapter 1. Dream Girl-The Misconceptions Of You]에서는 수록곡의 제목을 모아 써내려간 가사로 컴백의 기세를 그려냈으며(‘Spoiler’), 미니 5집 [Everybody]에서는 “차가운 눈빛에 패인 내 심장 중심 깊숙이 베인 채 이 상처를 못 고치면 죽어버릴지 당장 미쳐버릴지 어찌 될지 모르겠어” 등의 독특한 가사로 선택받지 못한 사랑의 애달픔을 묘사했다(‘상사병’). 그리고 마침내 정규 4집 [Odd]에서는 첫 번째 트랙 ‘Odd Eye’의 작사와 작곡, 편곡을 모두 해내며 자신과 팀의 성장을 증명했다. 이렇게 뚜렷한 아티스트의 인장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15년 5월 28일 ize [본문으로]
  3. “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성장해 오는 동안, 저희와 팬분들이 서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해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고, 감동도 하고, 화도 내고……. 인간적인 부분에서 그런 감정들을 거듭하는 사이, 가족 같은 관계가 된 건 아닐까 해요. 사람 대 사람, 인간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3월 SeeK vol.007 [본문으로]
  4. “제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집에서도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거든요. 너무 솔직한 게 가끔은 저 자신이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솔직하고 싶어요.” 2009년 1월 6일 10asia [본문으로]
  5. 그리고 그런 자의식은, 열창이 아니어도 목소리의 컨트롤과 연극적 표현력으로, 또한 우아한 팝을 주조해낼 수 있는 퀄리티로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빛을 발한다. 2015년 1월 22일 Idology [본문으로]
  6. 고영배 “종현 씨는 로맨티시스트가 아니면 그런 가사를 쓸 수가 없어요. 로맨틱(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내가 아는 로맨티시스트 중에 가장 가장 시니컬(한 부분)을 같이 가지고 있어. 로맨틱 대비 시니컬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커피소년 “그래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고영배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인 것 같아요.”
    나인 “약간 복잡한 남자예요. 맞아요.”
    고영배 “복잡해. 맞아맞아”
    커피소년 “맞아맞아.”
    고영배 “그런 데에 여자들이 미치는 거지.” 2016년 1월 26일 푸른밤 [본문으로]
  7. “「쫑디는 산타 몇 살까지 믿었어요? 저는 믿은 적이 없어요.」라고 보내주셨습니다. 글쎄요, 제 기억 속에서 산타를 믿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저도? 기억 속에서는. 왜냐면 어린이집에 일곱 살 때 몇 개월 다녔거든요. 그때도 이미 내가 산타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어렸을 때 이미 알고 있었겠죠? 제 머릿속에는 산타를 믿었던 기억은 없네요. 그런데 저는 커서 생각을 한 건데 산타라는 건요, 내가 믿는 순간 존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형체로서 다가오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잖아요. '착하게 살면 선물을 받는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인 거니까 내게 형체로 다가오지는 않아도 내 심적인 부분이나 인생에 있어서 ― 가치관이나 이런 것에 ― 도움을 분명히 줄 테니까, 믿으면 산타는 있는 거죠. 흰 수염 기르고 빨간색 모자 쓰고 그 산타는 사실 음료 회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인 거고 우리가 생각하는 산타라는 건, 어떻게 보면 기댈 곳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2014년 12월 23일 푸른밤 [본문으로]

원문


종현은 지난 2008년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로 데뷔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그리고 지난해 1월에는 첫 솔로 앨범을 내놨는데요. 솔로 가수로서도 단숨에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실력파 그룹인 샤이니의 메인보컬로서 맹활약을 펼쳐온 종현의 뛰어난 가창력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종현은 앨범 수록곡의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뛰어난 역량을 뽐내며 "아이돌 가수는 음악적 실력이 부족하다"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버렸는데요.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매한 샤이니 종현.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최근 들어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작사, 작곡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선보이는 아이돌들은 몇 없습니다. 정해진 '흥행 공식'에 짜맞춘 듯한 노래를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죠. 그러나 종현은 다릅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가 확실합니다. 


그런 종현이 24일 첫 번째 솔로 정규앨범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1월 발매된 첫 미니앨범과 9월 공개된 첫 소품집에 이어 종현이 선보이는 세 번째 솔로 앨범인데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련된 사운드에 담아낸 웰메이드 앨범을 내놨네요. 종현의 음악 색깔이 더욱 진해졌습니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음악적 타협을 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게 뮤지션이고, 이게 싱어송라이터죠. 


타이틀곡은 '좋아'인데요. 퓨쳐 베이스를 가미한 일렉트로 펑크 장르의 곡입니다. "Oh She is 자그마한 눈 너의 눈빛이 좋아 Oh She is 좀 진한 눈썹 나는 그런 게 좋아 Oh She is 마침 바람도 딱 좋아 예감이 좋아" 등의 반복되는 가사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아이돌 가수로 꼽히는 종현은 매력적인 목소리로 능수능란하게 멜로디를 이끌어나갑니다. 종현이 파트별로 변화를 주며 선보이는 다양한 스타일의 창법이 듣는 재미를 더해주는데요.


이번 앨범에는 '좋아'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노래 9곡이 담겼습니다. 종현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데요. 2번 트랙에는 컨츄리 느낌의 피아노 사운드로 시작되는 '화이트 티셔트'(White T-Shirt)가 실렸습니다.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곡의 비트감을 잘 살려내는 종현의 보컬이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그리고 '우주가 있어'는 퓨쳐 베이스 기반의 미디엄 템포 곡인데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별', '인공위성' 등의 단어를 이용해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네요. "널 따라 도는 별이 너무 많은 걸. 전부 가짜 인공위성들뿐인 걸. 저 달에 걸고 맹세해 난 오직 너 오직 너-너-너 너뿐이야"라는 내용입니다.


종현은 첫 솔로 정규 앨범을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는데요. 이번 앨범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자신만의 음악적 중심을 단단하게 잡되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트랙 하나, 하나마다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문'(Moon)과 '드레스 업'(Dress Up)은 샤이니의 '뷰'(View), 에프엑스의 '포월즈'(4 Walls) 등을 만든 영국 작곡가팀 런던 노이즈(LDN Noise)와 종현이 함께 작업한 곡들인데요. '문'은 몽환적인 느낌의 도입부가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종현은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곡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드레스 업'은 트랩이 가미된 업 템포 EDM 곡인데요. 보컬과 랩이 교차되는 곡의 리드미컬한 구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어셔, 머라이어 캐리, 저스틴 비버 등 유명 팝 스타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세계적인 알앤비(R&B) 프로듀서 브라이언-마이클 콕스(Bryan-Michael Cox) 역시 이 앨범에 참여했는데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상대를 칵테일에 비유한 노래인 '칵테일'(Cocktail)을 통해 종현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종현은 올해 데뷔 9년차를 맞았습니다. 9년간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충분한 음악적 내공을 쌓아온 종현이 첫 솔로 정규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의 향기를 풀풀 풍기네요. 종현은 오는 26일 방송되는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좋아'의 무대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 종현 정규 1집 '좋아'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충만한 아티스트의 향기


ⓒ맛있는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amorry@etomato.com)




ⓒS.M. Entertainment

2016 06 종현 DAZED & CONFUSED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소년의 이름으로 (화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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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이름으로

샤이니의 종현이 아낌없이 열정을 바친 새로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느낌표가 되든, 물음표가 더 많아지든 개의치 않을 기세다.


종현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상상을 즐겨 하는 모습이 소년 같다.

소년처럼 보이는 건 큰 칭찬인 것 같다. 아이돌이고, 아티스트라는 특성상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면죄부(?)를 받기도 해서 애처럼 굴 때도 있는 것 같다. 조심성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대신 이제는 사회생활 경험이 꽤 있기 때문에 허용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소년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 


오늘 촬영은 어땠는가?

야외 촬영이 오랜만이어서 새로웠다. 곡 작업이나 공연이 아닌, 화보 촬영은 내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각주:1] 나를 위해 준비한 것들을 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패션은 나의 업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더 즐길 수 있다.


패션과 음악은 함께 간다.

맞지만, 내가 타고난 천성은 음악이다. 글 쓰는 것, 음악 하는 것 이외에는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능성도 열어두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워낙 확고해서인지 음악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자신에게 다른 걸 할 시간이 어딨냐고 스스로를 책망할 정도니까.


어느덧 데뷔 8년 차다. 샤이니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은 낼 만큼 성숙했다.

앨범을 내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곡들을 담아 더욱 의미가 깊고,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통일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지난 미니 앨범이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출사표였다면 이번 정규 앨범은[각주:2]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면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후 1년 4개월의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장르, 사운드, 이야기를 찾아 음악적 방향성을 구체화시킨 게 바로 이번 앨범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티스트 김종현의 가장 큰 매력은?

샤이니 멤버라는 것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하하).


앨범 수록 곡 중 애착이 가는 것은?

‘화이트 티셔츠’. 노래 가사에는 롤링 스톤스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예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직접 작업한 곡은 아니지만 들었을 때 유머러스하다. 사실 내가 만든 곡들은 모두 힘들게 작업해서 하나만 꼽을 수 없다.


곡을 만들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가?

지난 소품집은 오롯이 나의 이야기들이었다. 반대로 미니 앨범이나 정규 앨범은 트렌디한 사운드의 곡들로 작업한다. 유행하는 음악 장르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바탕으로 상상의 이야기를 꾸며나간다. 단순한 생각을 살짝 바꿔도 음악은 전혀 달라진다.


노래나 공연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장소에 따라 다르다. 특히 솔로 앨범 공연에서는 프로듀싱까지 하기 때문에 포지션과 에너지 소비 면에서 모두 샤이니로 공연할 때와 차이가 있다. 소극장 공연이라면 관객 개개인과 소통하려 하고, 큰 공연장에서는 퍼포먼스나 에너지를 어떻게 방출하느냐를 고민한다. 무대가 넓으면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에너지를 전달하여 관객들이 화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사 작업 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하는 노력은?

문맥이 맞아야 한다. 즉, 말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나 할까. 의도적으로 존댓말과 반말을 섞는 식은 괜찮지만, 리듬에 맞춰 발음을 살리거나 음절을 맞추려고 문법에 맞지 않게 가사를 쓰는 걸 참지 못한다.


편집증처럼 들린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편집증에 걸린 남자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하하). 뮤직비디오를 보면 문을 열 때 손잡이도 못 만지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흰 선만 밟는다.


이번 앨범 공개를 앞두고 샤이니 멤버들은 뭐라 하던가?

샤이니 멤버들은 각자 열심히 활동하지만 여유가 있는 편이라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 어른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 ‘알아서 잘했겠지’ 하며 묵묵히 응원할 거라 본다.


ⓒDAZED & CONFUSED: 텍스트 오유라, 패션 강윤주, 포토그래피 안연후

  1. “화보의 대상이 나일 뿐 내가 주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화보는 시각적인 부분이라 제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요. 스태프들을 믿고 가는 편이에요.” 2015년 11월 Esquire [본문으로]
  2. 이어지는 설명은 이번 정규 앨범이 아니라 소품집 [본문으로]

2016 05 종현 1st 정규 『좋아』 앨범 재킷: 티저 & 오피셜 이미지 고화질 (화보)



참고: 티저 공개 상세한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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