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어느 쪽 얼굴이 맘에 들어요?" "어, 글쎄요. 이쪽인가? 이쪽인가?" 그가 머뭇거리는 순간을 비집고 플래시가 터진다. 그는 숨을 크게 쉬는 중이었다. 방금 무대에서 내려온 듯한 헐떡임. 흥건하게 젖은 속눈썹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21세기 소년들


요즘 애들이라는 ‘컬러풀한’ 정체성, 바로 지금의 스타라는 우뚝함. 하지만 알 수 없다. 경쟁은 아무도 모르게 하니까. 또한 너무 잘 안다. 여지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므로. 샤이니라는 이름으로 모인 21세기 소년 다섯 명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새롭게 시작된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종현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요? 거짓말 안 해요. 정말로. 객관적이예요. AB형이고… (눈을 크게 뜨며) 왜 그러시죠?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자기 무대도 객관적으로 봐요?

음, 계산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일단 무대 자체가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거라 뭔가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데, 그걸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너무 힘들다 그러면 힘든 대로 해요. 이거 진짜 못하겠다 그러면 표정으로 다 나와요. 그런 걸 주로 모니터해요.


그런데 샤이니의 무대에 뭔가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부족함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요. 노래며 안무며 모든 게 너무 꽉 차서 빽빽한 건 아닌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게 제일 어려워요. 무대에 설 때마다 부담감이 들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여유도 생겼겠죠? 그날그날 흥얼거리는 노래는 날씨를 따라가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래서 많이 연마하는 건 감성이에요. 오늘처럼 커튼 친 것 같은 날씨라면 그것에 가장 충실하는 거죠. 근데 금방금방 까먹어요. 어제도 이 기분이었는데 내일 똑같은 상황이 되어도 색다르게 다가오니까 표현은 수만 가지가 돼요. 오늘은 휘성 형 노래가 계속 나오네요.


뭔가 섬세하게 다듬기엔 스케줄이 호락호락하지 않겠죠. 갇혀 있단 생각도 들 것 같고.

갇혀 있죠. 하지만 만날 그렇진 않아요. 오늘은 특별히 좋아하는 날씨여서 이런 기분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좀 우울하고, ‘오늘은 좀 감성을 이렇게 돋워야지’ 마음을 먹으면서 해방구를 찾는 거죠. 연습생 때 생각이 많이 나요. 그립다기보다는….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결국 모두에게 다르죠. 연습생 이후 어떻게 달라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원했던 길을 계속 걸었거든요. 다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밴드부에 들었고, 고등학교 다니다가 음악학교로 전학 갔고, 자퇴하고 검정고시 봤고, 다음에 데뷔했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그려왔던 대로 걸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각주:1]


그저 흘러가는 인생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

괜찮게 걸어온 것 같긴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마음에는 안 들어요.


어디서 차이가 나는 거죠?

그런 거 있잖아요. 나만 봤을 땐 모르는데 옆 사람을 보니 후회되는 그런 거. 단적인 예로 제가 수능을 못 보고 그런 거는 하나도 안 섭섭했거든요. 그런데 민호가 수능을 봤을 때 갑자기 살짝 섭섭하더라구요. 손톱만큼? 그저 조금 투덜대는 마음일 수도 있고요. 아직 어려서.


아직 어려요?

네. 그게 진짜 방패예요. 난 어리니까 이러면서, 하면 안 되는 것도 많이 하죠.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죠. ‘루시퍼’로는 무엇을 더 이루고 싶었어요?

얘네 진짜 잘하는구나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 들었어요. ‘줄리엣’때도 듣긴 들었는데, ‘루시퍼’가 ‘줄리엣’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무대 자체가. 우리가 아니면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자신감이에요. 처음에 곡을 받았을 땐 이걸 어떻게 하나? 그랬어요. 그런데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이러면서 크는 거지 생각해요.


팀의 메인 보컬로서는요?

음, 발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좋다 안 좋다가 아니라 그 음악에 맞는 발음이냐는 문제예요. 좀 ‘굴리는’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을 때 사람들이 “얘 왜 이래?”하면 잘못 부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누난 너무 예뻐’를 불렀는데, 잘했다는 얘길 들어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산소 같은 너’ 때는 살짝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살짝 오버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어떻게 들으면 되게 웃기잖아요? 한글 가사를 연음 없이, 영어처럼 강세를 줘 가며 하는 건데, 그 음악으로 마이클잭슨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링딩동’ 때는 베이스로 내려가서 두꺼운 소리, 긁는 소리를 많이 냈는데, ‘루시퍼’로 오면서는 그걸 버려보자, 조금 얇고 시원하게 가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세심한 노력에 비해, 샤이니라는 테두리가 좁진 않나요?

음, 샤이니 팬덤 이상의 뭔가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편견은 없지만,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각주:2]


샤이니의 가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게 참 어려워요. 대중성과 예술성 두 가지가 같이 만났을 때 정말 최고의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모순도 좀 있어요. 후크를 좋아하면서 또한 후크를 욕하는 것과 같아요. 샤이니는 상업 음악을 해요. 상업 음악이잖아요.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어요. 사람들을 흥얼거리게 만들어야 해요. 음악은 많고 누가 먼저 각인시키느냐는 문제예요. 그걸 계기로 한번 더 듣게, 한번 더 찾게.


중요한 건 후크송이든 무엇이든 설득할 수 있느냐겠죠. ‘나비야 나비야’든 ‘링디기디기딩딩동’이든, 듣는 사람이 과연 그럴 만하다고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게 가수의 몫이니까. 덜컥 혼자 무대에 올라왔다고 해도요.

네, 무대에 혼자 있어도 노래를 부를 거예요. 기분이 너무 좋으면 ‘말 달리자’를 무반주로 부를 수도 있을 거예요. 죽도록 우울하면 휘성의 ‘나락’을 부를 수도 있겠고요.


솔로에 대한 조바심은 없어요?

노래 하나를 내 보컬로 꽉 채우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요. 왜냐면, 모르겠어요. 저는 특별히 샤이니라는 팀의 음악을 듣거나 만들 때, 샤이니가 곧 저고 제가 곧 샤이니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인 당신이 보기에 샤이니는 어떤 팀인가요?

재밌는 팀, 다이내믹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잘한다 멋있다 그런 느낌이라기보다 ‘얘 같은 애는 어디에도 없어’그런 느낌? 그런 애들 다섯 명이 모여 있는 팀? 저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누구의 무엇을 빼앗고 싶어요?

휘성 형의 감성요. 저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훨씬 깊어요. 그리고 나얼 씨의 발성, 또 정엽 형의 해석. 그걸 다 합치면….


괴물이 될지도…. 음, 남자 나이 스무 살은?

할 것 다 할 나이.


해요?

못하죠. 바빠서 못해요.


근데, 바쁘다는 게 뭘까요. 밥을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요즘 세상에 누구는 안 바쁜가?

그게 그러니까, 미치는 거예요. 세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거든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어요. 그런데 활동 시작하고서 한 달 반 동안 운동을 한 번도 못했어요. 그 정도? 운동뿐만 아니라 작곡 피아노 화성학 공부 모두 시간이 된다면, 하면서 아쉬움이 쌓이죠. 자신을 좀 괴롭히는 성격이라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샤이니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은 뭘까요?

글쎄요. 되게 부딪히네요. 내가 하고 싶은 거랑 샤이니가 해야 되는 거랑. 전 발라드를 했으면 좋겠어요.


준비하고 있어요?

일단은 쉬어야 해요. 제 개인적인 관념인데 가수가 데뷔를 하면 실력이 안 늘어요. 너무 바쁘기 때문에 계속해서 컨디션은 다운되고, 그 상태에서 연습을 할 수 없으니까 목이 돌아오기 바라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스케줄이 끊이질 않으니까요. 그러다 공백 기간이 생겼을 때 열심히 바짝 해서 다시 조금 올려놓고, 그런 식이예요. 지금은 쉬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작곡가가 꿈이랬죠?

네, 곡은 지금도 쓰고 있어요. 집에서 혼자. 얼마 전에 화성학이랑 음악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정말 신세계예요. 음악학교에 간 것이 제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 곡 작업을 하면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는 걸 느껴요. SM에 들어올 때보다 훨씬 강렬해요.


샤이니를 보면서 당신을 좀 더 주목하게 된다면 그건 왜일까요?

키가 작아서? 아니면 안보이는 듯 튀는 놈이 하나 있어서.


그게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다기보다, 만약 제가 보였다면 무대였을 것 같아요. 저는 무대에서 터트리려고 해요. 에너지라는 게 뭉쳐있다가 넘치면 터지잖아요. 그 정도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는 순간이 그때길 바라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면 결국 그걸 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인터뷰 내내 너무 입바른 소리만 한 건 아닌가 몰라요.

그러게요. 샤이니가 데뷔 삼 년인데 여태 루머가 하나도 없어요. 좀 터져야 재밌는데.


온유


종현이 쓴 '욕'과 당신이 쓴 '유어 네임'의 가사를 비교하면 어때요? 

'욕'이 더 좋아요. 제가 지금까지 봐오고 생각했던 장면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가사예요. 저도 가사에 신경은 썼지만, 항상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내 가사에 없는 부분이 '욕'에 많이 있어요. 다른 사람 생각과 내 생각이 똑같을 순 없는 거지만.


KEY


노래는 종현이 제일 많이 부르죠?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니까. 노래를 못하던 애가 잘하게 됐을 때의 과정을 닮고 싶다고도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여기서 살고 있으면.


태민


팬들도 주로 당신을 귀여운 '막내'로 여기죠. 이제 당신도 열여덟인데, 마냥 귀엽다는 말이 어떤가요?

처음으로 귀엽단 얘기 들었을 땐 정말 어색했어요. 사실 당시엔 다른 멤버 형들은 멋있다는 얘기 들으니까 나도 멋있다는 얘길 듣고 싶었거든요. 요즘엔 귀엽단 얘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사실 그런 말 듣는 것도 한때잖아요. 한 2년 남은 거 같아요. 형들은 이제 위험할 수도 있겠죠. 하하. 얼마 전에 주민등록증 만들러 갔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연습생 때 종현이 형이 만드는 것 보면서 신기했는데, 그걸 내가 만든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참 안났어요. 이젠 좀 덜 귀엽겠구나….


노래는 종현에게 배울 거라 생각했어요.

종현이 형은 녹음할 때 많이 도와줘요. 가사에 빼곡하게 써가면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느낌을 줘봐라" 같은 식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죠. 평소엔 붙잡고 가르쳐주기보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져줘요. 실용음악 학교를 다니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에 강해요. 형들에게 많이 배워서 노래, 춤 다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연기도 잘 하고 싶고.


노래할 때나 연습할 때 안 보이는 경쟁이 있겠죠? 

당연히 있죠. 누가 연습하면 다들 따라서 연습해요. 모니터도 자기 것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멤버 것까지 보면서 연구하고요. 그 와중에 서로 자기 스타일을 찾으려고 경쟁해요. 종현이 형이랑 온유 형은 노랠 너무 잘하죠. 민호 형은 연기를 잘하고 예능감도 있고. 키 형은 말을 잘해요. 이런 환경에서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GQ: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윤석무, 헤어 신동민, 메이크업 공혜련, 스타일리스트 마나, 캐스팅디렉터 최진우, 어시스턴트 홍서진·조미선·박상주

  1. 몇 년 전 GQ 인터뷰 때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고. 그려왔던 대로 걸어왔다고요. 멋있었어요. 아직도 유효한 말인가요?
    어렸을 때는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을 했고 지금은 작곡가가 되고 싶어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도 전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좋은 곡이 나오든, 좋은 곡이 못 나오든, 그건 평가의 문제지 방향성에 대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동시에 이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도 같아요.
    2015년 3월 GQ [본문으로]
  2. 6년 전 〈GQ〉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 말은 아직 유효한가요?
    물론이죠. 사실 그때는 어려서 꼭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말의 요지는, 지금 나온 음악도 충분히 훌륭한데 악기와 플랫폼이 변했다고 음악이 아니라 표현하는 건 안타깝다는 거예요. 당시엔 인정받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인드네요. 이것도 아름답다는….
    더 커졌네요. 종현 씨.
    거만해진 것일 수도 있죠.
    2016년 10월 GQ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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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s Are SHINee Tonight

샤이니를 인터뷰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보낸 일곱 시간이 아이돌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오해를 부풀리다가, 어느 한순간 모조리 허물어뜨렸기 때문에.


'샤이니'의 다섯 멤버는 첫인상부터 너무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하루 24시간을 촘촘하게 쪼개서 엄청난 양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 촬영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곳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했고. 일곱 시간에 걸쳐 온갖 까다로운 포즈를 요구했지만 싫은 기색 한번 보이지 않았다. 촬영으로 늦어진 저녁 식사를 배달시키려고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아무거나, 주문하시기 편한 것'이라는 수더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무언가를 권하면 '괜찮아요'라고 사양하면서도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인다. 다섯 명 모두 감탄이 나올 만큼 행동이 반듯했다. 그래서 뭔가 불안했다. 사람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야 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죠?"나 "수능은 잘 봤어요?"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키가 후리후리한 이 청년들이 실은 스무 살 언저리의 소년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지만. "우리 땐 안 저랬는데" 하며 어른답게 혀를 끌끌 찰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어쩌면 국어 교과서에서 쏙 뽑아낸 것처럼 착한 모법 답안으로 <데이즈드>의 지면을 메워야 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다섯 개의 인터뷰는 '아이돌은 철저한 매니지먼트로 조련한 연예 기획 상품'이라고 확신하던 한 음모론자가 보기 드물게 건조한 태도로 한 아이돌 그룹을 만난 이야기다. 샤이니라는 아이돌.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다섯 개의 빛나는 얼굴을 목격한 현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아이돌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필연적으로 아이돌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과 비범함이 거기 있었다.



종현


"100%의 내 진심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려면 말이 아닌, 어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음악으로 전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지켜봤는데, 당신은 무뚝뚝한 성격일 것 같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오늘은 어떤 날인가?

활동적인데 좀 시니컬한 날? (웃음)


이런. 인터뷰어에게는 쉽지 않은 날이다.

날씨나 상태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당신이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가?

가수를 인터뷰 한다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음악이 당신에게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그건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의 마지막 질문이 아닌가. "아무개에게 음악이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옳은 얘기다. 종현에게, 음악이란?

어, 이렇게 되니까 당황스러운걸? (웃음) 내게 음악은 이야기인 것 같다. 가사가 무엇이건, 곡의 분위기가 어떻건, 내가 표현하는 음악은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로 듣는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감동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부터 당신이 흥얼거리던 노래는, 흥미롭게도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발표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였다. 옛날 노래를 좋아하나?

유재하의 노래는 전부 좋아한다. 푸른하늘의 '7년 간의 사랑'도 아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감성적인 음악을 많이 듣고 있는데, 그런 음악을 내가 좀 더 깊이 알게 되면 내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보컬리스트에게 꼭 필요하다는, 촉촉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그런가? (쑥스러운 웃음) 감정이 무뎌지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한다. 연습생 때는 슬픈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일부러 울기도 하고 그랬다.


오늘 촬영의 주제는 '그 누구의 조종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의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아이돌'이었다.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관리된다'는 흔한 생각을 전복시키자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성실할 수밖에 없다. 너무 좋으니까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은 거다. 말하자면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매일 화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걸 보고 '멋있게 보이려고 이미지 관리하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오해인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터뷰가 반가운 거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객관적인 사람. 그러니까 서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수는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모든 것에 공정한 태도 때문에 앞서 말했던 '빈틈 없이 관리된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언행은 늘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전혀 의도치 않게 불필요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평소 하던 대로 '까칠한' 질문을 몇 개 쓰다가, 내가 잠시 샤이니의 수십 만 팬들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용히 지웠으니까.

저런. (웃음) 우리는 연예인이다. 그리고 말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얘기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니 더욱더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다.


실수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미리 조심하는게 훨씬 현명하다. 하지만 그런 장점이 오히려 당신을 정답만 말하는 재미 없는 인터뷰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겠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요즘 깨어있는 시간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뭔가?

작사. 내가 생각하는 시적인 표현은 머리가 아니라 실제로 겪은 일들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언젠가 슬픈 일 앞에서 '세상이 출렁인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해봤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은 출렁이지 않을까? 글쓴이가 경험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다. 한 줄인데도 마음에 와 닿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SHINEE SHINES BRIGHT


20대 후반이 되면서 아이돌 그룹과는 멀어졌다. 술 취한 밤이면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의 첫 소절을 눈물 바람으로 중얼거리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다섯 멤버의 평균 연령이 18세 정도인 그룹 샤이니의 화보를 진행하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의 이미지를 무턱대고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신곡 '링딩동'을 꼼꼼히 들어봤다. 그동안 멜로디만 기억하고 있던 노래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직설적인 가사가 처음에는 좀 낯설었지만 내용인즉슨 사랑에 빠지는 순간 머릿속에 벨이 울린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사랑에 미쳐 정신이 반쯤 나가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였다. 촬영 날 처음 마주한 그들은 저마다 노래 한 곡씩을 쉬지 않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떤 노래기에 그렇게 열심히 부르냐고 물었더니 다음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게 될 곡이어서 연습중이라고 했다. 내가 십대일 때를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들이다. 바쁜 일정 중에도 촬영 내내 놀라운 집중력과 성실한 태도를 보여줬던 그들이 멋졌다. 스스로의 의지로 여기까지 온 그들을 표현하고자 했던 애초의 촬영 콘셉트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날 노래방에서 그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DAZED & CONFUSED: 에디터 신윤영, 패션 에디터 노승효, 포토그래퍼 윤석무



참고: The First Photobook Part 1. SHINee day


ⓒS.M. Entertainment

2009 07 종현 SHINee The First Photobook: Part 1. SHINee day 데이 (화보)



참고: The First Photobook Part 2. SHINee night


ⓒS.M. Entertainment

2008 11 25 종현 ArirangTV Showbiz Korea 쇼비즈 코리아: SHINee Monologue (영상 인터뷰)


SHINee Monologue


종현


음악에 관한 생각


가창력 제 가창력을 제가 평가하자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나이도 아직 어리니까 제가 많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고요. 또 제가 원하는 꿈에 아직 못 미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의 선배님들이나 또 많은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듣고 더 많이 배우면서 제가 하고 싶은 꿈 꼭 이루고 싶습니다.


롤모델 제가 중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굳혔는데요. 중학교 때는 펑크(funk) 음악을 했어요. 그러면서 흑인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더 많은 음악을 들어가면서 이것저것 장르에서 많은 배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꼭 한 가지 음악만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음악을 하고 싶고요. 또 롤모델이라기보다, 제가 꼭 뮤지션이 되고 싶거든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꼭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좋아하는 곡 제가 요즘에 가장 많이 듣는 곡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곡인데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음악을 제가 정말 좋아해요. 1집 2집 모두 사서 전곡을 다 외울 정도로 매일 듣고 있는데, 요즘에 가장 많이 듣는 곡은 Promise you라는 곡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가사도 너무 좋은 곡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꼭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 소절♪ 여기까지 할게요. 어. 떨리네요. 왜 이렇게 떨리지? (웃음)



샤이니에 관한 이야기


데뷔 샤이니로 데뷔하게 된 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SM 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이 돼서 연습생으로 연습을 하다가 샤이니로 데뷔하게 됐고요.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슬럼프가 오거나 그랬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가 오면 그만큼 몸도 마음도 힘드니까, 더 많이 좌절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이렇게 샤이니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또 제 꿈이 있기 때문에 그걸 이루기 위해서 저희 멤버들과 함께 더 열심히 해나가야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앨범 첫 번째 미니앨범이 딱 나왔을 때, 믿기지가 않았어요. 녹음을 할 때도 많이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그 고생한 게 갑자기 한꺼번에 생각나면서 저희 멤버들 정말 수고했다, 또 우리 도와주신 분들 스탭분들도 너무 감사했고, 앨범을 딱 들은 순간 '아, 이제 시작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무대 첫 무대는 무조건 너무 기억에 남고요, 모든 무대가 기억에 남지만 저는 산소 같은 너 첫 번째 방송했을 때 그때, 너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때 연습을 하면서 아, 이 곡으로 많은 분들에게 저희를 알리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을 했는데 누난 너무 예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곡이었기 때문에 저희 멤버들과 더 파이팅을 하고 올라갔어요. 그렇게 정신 없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제가 연습한 것만큼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너무 많이 후회를 했어요. 좀 더 잘 할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너무 많이, 후회를 했는데 다음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지 하면서 조금조금씩 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목표와 꿈


갖고 싶은 능력 뭐가 있을까요. 아, 저는 모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악기를 다루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면서 베이스 기타도 쳤었고, 이것저것 악기를 배우려고 많이 했었는데 잘하는 악기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욕심이 너무 많이 나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을 해서 꼭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악기 다섯 개 정도는(웃음) 꼭 마스터를 하고 싶고요. 그게 만약에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신이 한 가지 이루어준다면 그걸 빌겠지만 그런 일은 없겠죠?(웃음) 그렇기 때문에 저는 꼭 어떻게든 그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듀엣 제가 데뷔하기 전에 장리인 선배님과 함께 앨범에 제가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앨범에 중국어 노래를 하나 불렀었는데 그때 정말 리인 누나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요. 같이 작업을 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어느 분과 함께 작업을 하든지 정말 좋은 부분인 것 같고, 지금 생각해 보면 보아 선배님과 함께 한번 듀엣곡을 불러보고 싶어요. 정말 노래를 너무 잘하시고 목소리가 너무 좋기 때문에, 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작업을 하면서 많은 조언을 해주실 것 같기 때문에, 한 번쯤 한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목표 샤이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저희는 최고가 되는 게 저희의 목표고요. 또 저희를 생각하면 컨템퍼러리 밴드가 바로 떠오르게 하는 게 저희 목표예요. 저희의 타이틀이기 때문에,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게, 저희 멤버들과 함께 아시아를 넘어서 어디서든 최고가 되고 싶고요.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되겠죠.


ⓒ아리랑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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