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의 『좋아』


조정식 “자, 그럼 이제 저희가 지난주에 반응이 좋았다는 ‘요즘 힙합’이라는 코너입니다. 저희가 힙합의 소식을 체크해 드리는 코너인데요. 어떤 소식으로 시작할까요? 국내부터 시작할까요?”

김봉현 “네. 국내 뉴스 먼저 준비했는데요. 오늘은 국내 뉴스를 굵은 걸로 한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힙합 소식은 아닌데 그래도 힙합이 흑인음악이다 보니까 블랙뮤직에 기반을 둔 소식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바로 한국에서 제일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이죠, SHINee의 멤버 종현의 새 앨범 『좋아』가 발표됐습니다.”

조정식 “아니, 그런데 SHINee 종현 씨의 새 앨범은 정말 그냥 제가 생각했을 때는 힙합이랑은 전혀 관련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봉현 “아, 전혀까지는 아니고요. 앨범 전체가 관련이 있는 건 아닌데, 일단 앨범 자체가 매우 좋습니다. 사실 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들이 앨범을 굉장히 훌륭하게 만들고 있어요, 계속.”

조정식 “아, 그래요?”

김봉현 “그 연장선에서 이 앨범도 되게 좋게 전 들었고요.”


「오로라(AURORA)」


김봉현 “이 앨범에서 제가 눈여겨 본 노래가 하나 있는데 AURORA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조정식 “AURORA요?”

김봉현 “네. 사실 비율로만 따지면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에 가장 적게 주목을 할 거예요.”

조정식 “타이틀곡이 아니고?”

김봉현 “네. 그렇죠. 음원사이트 가보면 아마 하트가 가장 없는 그런 노래일 것 같습니다.”

조정식 “네. 그럼 이게 어떤, 힙합적인 색이 좀 묻어 있나요?”

김봉현 “이 노래가 거의 완연한 Neo Soul 트랙이에요.”

조정식 “Neo Soul… 뭔가요, 그게?”

김봉현 “R&B/Soul의 한 장르인데 기존 R&B보다는 끈적끈적하고 조금 어렵고 난해할 수도 있는데 뭔가 그 흑인음악의 리듬과 바이브를 굉장히 원초적으로 날것 그 자체로 재현한 그러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종현의 오로라가 바로 그런 노래고요. 제가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생각이 든 게 사실 한국에 힙합 신이 있고 R&B 신도 있긴 한데 사실 한국 R&B 신이 굉장히 척박합니다.”

조정식 “좀 그렇죠. 네.”

김봉현 “그렇죠. 신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말씀도 많이 하시는데 그런데 언젠가부터 SM에서 나오는 앨범들이 한국 R&B/Soul을 굉장히 명맥을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어요, 저는.”


종현의 「오로라(AURORA)」


김봉현 “SHINee 앨범 중에 닫아줘라는 노래도 있고. 종현의 지난 앨범 수록곡이었던 Neon이나 그리고 이번 앨범의 AURORA, 이런 노래들이 그냥 포장지를, 겉 포장지를 제외하고 보면 굉장히 퀄리티 높은 그런 R&B/Soul 음악들이고요. 저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SM의 앨범들이 양질의 R&B/Soul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 뒤에는 바로 진보나 Deez 같은 한국 R&B 뮤지션들이 숨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보와 Deez 모두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각각 수상한 적이 있을 정도로 본인 자체가 뛰어난 R&B/Soul 뮤지션인데 SM에서 이들을 자신들의 작업실로 데려왔어요. 그래서 많은 트랙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런 뮤지션들의 손길에서 나오는 사운드와 feel 이런 것들이 다 SM의 노래들로 완성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점도 뒤에서 수고해 주시는 이 분들도 주목을 해야겠다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조정식 “그분들이 이번 종현 앨범에도 참여를 한 건가요?”

김봉현 “네. 물론이죠. 진보는 이번 앨범은 참여하지 않았는데 Deez 같은 뮤지션은 제가 듣고 너무나 감동받은 이 AURORA라는 노래를 종현과 같이 작곡을 하고 만들었고요. 사실 이런 건 있어요. 굳이 꼬아서 본다면 SM의 수많은 명작 R&B/Soul 트랙들이 진보와 Deez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직접 부른 SHINee 멤버들을 깎아내릴 수 없는 것이 이 멤버들이 마치 YG의 Big Bang의 태양처럼 그냥 좋은 노래 받아서 시키는 대로 불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노래를 잘하거든요, 사실. 이건 아이돌 치고는 이런 수식어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R&B/Soul을 가장 잘 소화하는 보컬리스트들이 SHINee의 종현이나 이런 멤버라고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BS

원문


[공동 추천] 종현의 [좋아 - The 1st Album]

'좋아 (She is)'를 시작으로 'White T-Shirt'를 거쳐 '우주가 있어 (Orbit)'에 이르기까지, 초반부 3연타를 맞고 일단 휘청거림을 느꼈다. '좋아 (She is)'에서는 펑키(funk)한 슬랩 베이스와 최신의 일렉트로 비트를 멋들어지게 결합한 뒤 그 위를 자신만만 보컬로 활강하듯 오르내리고, 'White T-Shirt'에서는 이미 충만해진 자신감을 'White T-Shirt'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더 높은 설득력으로 일궈낸다. 뭐랄까. 흥겨운 피아노 연주와 부러 과장한 듯 부풀린 보컬 컬러, 트로피컬 하우스에서 영감을 수혈해온 비트 등이 정확한 포인트에서 딱 맞아떨어졌을 때에야 만들어질 수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가 있어 (Orbit)'은 또 어떤가. 저 멀리서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혼 섹션은 곡의 농염한 느낌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여기에 강렬한 일렉트로/알앤비 비트가 더해지면서 더욱 끈적하고, 찐한 무드를 연출해낸다. 이 외에 트랩이 가미된 'Dress Up', 레트로한 지향을 추구한 'RED', 다운 템포 알앤비 'Moon' 등이 말해주듯이 종현은 수많은 최신 장르를 오가면서 듣는 이들에게 '현대성'을 느끼게 해주는, 몇 안 되는 메인스트림 싱어송라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언제쯤 그의 결과물에 좋지 않은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내가 다 궁금해지는 음반. (by. 배순탁)

이 앨범에 대한 배순탁 작가의 글을 읽었다. 짧지만 할 말은 모두 담은 평이었다. 글의 논지에 대부분 동의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다. 나 역시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있어 가능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자본만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AURORA'는 특히 더 귀에 들어온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의 알앤비와 소울이 언젠가부터 SM 엔터테인먼트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SM에서 탄생한 알앤비/소울 명작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도 여럿이다. 샤이니의 '닫아줘 (Close the Door)', 태민의 'Ace', 종현의 'NEON'과 'AURORA' 등등. 많은 이가 SM에서 발매한 앨범을 들을 때 일렉트로닉/댄스/팝 같은 키워드에 집중하겠지만 나의 눈은 언제나 '흑인음악의 흔적'에 쏠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AURORA'는 또 하나의 네오 소울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노래들 뒤에 숨어있는 진보나 디즈(Deez) 같은 뮤지션의 존재도 함께 기억해야 마땅하다. (by. 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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