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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추천] 종현의 [좋아 - The 1st Album]

'좋아 (She is)'를 시작으로 'White T-Shirt'를 거쳐 '우주가 있어 (Orbit)'에 이르기까지, 초반부 3연타를 맞고 일단 휘청거림을 느꼈다. '좋아 (She is)'에서는 펑키(funk)한 슬랩 베이스와 최신의 일렉트로 비트를 멋들어지게 결합한 뒤 그 위를 자신만만 보컬로 활강하듯 오르내리고, 'White T-Shirt'에서는 이미 충만해진 자신감을 'White T-Shirt'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더 높은 설득력으로 일궈낸다. 뭐랄까. 흥겨운 피아노 연주와 부러 과장한 듯 부풀린 보컬 컬러, 트로피컬 하우스에서 영감을 수혈해온 비트 등이 정확한 포인트에서 딱 맞아떨어졌을 때에야 만들어질 수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가 있어 (Orbit)'은 또 어떤가. 저 멀리서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혼 섹션은 곡의 농염한 느낌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여기에 강렬한 일렉트로/알앤비 비트가 더해지면서 더욱 끈적하고, 찐한 무드를 연출해낸다. 이 외에 트랩이 가미된 'Dress Up', 레트로한 지향을 추구한 'RED', 다운 템포 알앤비 'Moon' 등이 말해주듯이 종현은 수많은 최신 장르를 오가면서 듣는 이들에게 '현대성'을 느끼게 해주는, 몇 안 되는 메인스트림 싱어송라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언제쯤 그의 결과물에 좋지 않은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내가 다 궁금해지는 음반. (by. 배순탁)

이 앨범에 대한 배순탁 작가의 글을 읽었다. 짧지만 할 말은 모두 담은 평이었다. 글의 논지에 대부분 동의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다. 나 역시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있어 가능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자본만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AURORA'는 특히 더 귀에 들어온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의 알앤비와 소울이 언젠가부터 SM 엔터테인먼트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SM에서 탄생한 알앤비/소울 명작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도 여럿이다. 샤이니의 '닫아줘 (Close the Door)', 태민의 'Ace', 종현의 'NEON'과 'AURORA' 등등. 많은 이가 SM에서 발매한 앨범을 들을 때 일렉트로닉/댄스/팝 같은 키워드에 집중하겠지만 나의 눈은 언제나 '흑인음악의 흔적'에 쏠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AURORA'는 또 하나의 네오 소울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노래들 뒤에 숨어있는 진보나 디즈(Deez) 같은 뮤지션의 존재도 함께 기억해야 마땅하다. (by. 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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