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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좋아
SM 엔터테인먼트
2016년 5월 2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퓨처베이스의 영향권 내의 요소들이 거의 모든 트랙에 포함되면서 앨범의 큰 뼈대를 이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특징적인 공간의 질감을 형성하면서도 철저히 '반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르를 깎아낸 가요'는 아니다. 가성을 매우 적극적으로 쓰면서 레이어를 겹쳐 쓰는 종현의 보컬이 그 반주와 밀도 높게 맞아떨어져 한 덩어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것이 섬세하게 쓰여진 가사와 풍성하고 연극적인 표현력을 등에 업고 '노래'로서 치밀하게 완성된다. 퓨처베이스를 위시한 최근의 장르적 혼종들, 때론 과거의 ('감상용 일렉트로닉'이란 패러다임의 장르명)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케 하는 방법론, 그리고 노래가 중심에 오는 케이팝이 묘하게 한 곳에서 만난다. 어쩌면 팝으로서는 빽빽해서 (마치 시종일관 눈에 힘을 준 종현을 보는 듯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일까. 하지만 이 음반은 흘려보내기보다 정색하며 들어볼 가치를 넉넉히 입증한다. 'Moon', 'Aurora', 'Suit Up'을 추천한다. ('샤이니 종현'이 더 그립다면, 'Cocktail'이 즐거울 수 있겠다.)

하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담으려 했다는 인상을 주는 앨범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색깔의 곡에 최대한 어울리는 창법을 구사하려는 종현의 노력 또한 느껴지는데, 특히 'Moon'이나 'Aurora'처럼 소화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곡들에서도 보컬을 절제하면서 앨범의 전체적인 톤을 조율하는 점이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선곡이라 취향을 탈 수는 있겠지만 팬들에게는 그만큼 오랫동안 들으며 즐길 수 있을 만한 (좋은 의미의) 떡밥이 될 것 같은 앨범이다. 본인의 취향에 가장 맞는 곡은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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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BAS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12일

  

김윤하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앨범의 세포 하나하나가 '보컬리스트' 종현을 향해있다는 점이다. 샤이니의 메인보컬이자 아이유나 손담비 같은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선사한 작곡가 등 다층적 자아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까지 강조하자면 강조거리가 한도 끝도 없건만, 앨범은 집요하리만큼 종현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을 대표할만한 노래를 하나만 꼽자면 Deez와 함께 작업한 'Neon'일 수밖에 없다. 웬만한 무두질이 아니고서는 섣불리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법한 이 초초고난이도 곡은, 들을 때마다 멜로디 한 음 한 음과 싸워나가는 그의 목소리에 이끌려 끝없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선사한다. 개인팬이라면 조금 아쉬울지 모르지만, 샤이니 멤버로서의 솔로작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면 선택과 집중을 잃지 않은 좋은 균형의 한 장이다.



맛있는
파히타

작년 샤이니 태민의 솔로 앨범을 이은 종현의 솔로 앨범은 태민의 것처럼 본격적이고 진지하다.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앨범이 구성되어있고, 그 아이덴티티란 종현의 보컬이다. 인스트루멘탈은 목적에 부합하여 절제되어있고 마이클잭슨과 프린스 사이 어딘가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종현의 보컬은 앨범 전체를 휘저으며 근래 볼 수 없었던 버라이어티를 선보인다.



블럭

태민의 EP와 이 EP 사이의 연결된 지점까지 찾지는 못했지만, 여러 차원에서의 비교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비교 지점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양쪽 모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앨범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단연 프로덕션이다. 이는 이 앨범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는 앨범이 이러한 형태로도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를 던져주기도 했다.



오요

단지 '작사, 작곡도 하는 아티스트 아이돌'의 타이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이니의 어느 멋진 날'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종현이 본인의 작업물을 들려주던 장면이었다.) 종현의 첫 미니 음반 "BASE"는 회사가 제시한 콘셉트와 기획에서 비롯된 음반이라기보다는 종현의 취향이 한껏 느껴지는 일종의 '에고트립'성 음반이 아닐까 싶다. 단지 아이돌 솔로 음반이라고 치부하기엔 종현의 감수성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예사롭지 않다. 반드시 음반 전체를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유제상

'SM이 선보이는 남자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의 중간 보고서와도 같은 EP. 먼저 발표된 태민의 싱글이 '현 상황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같은 (창작자와 퍼포머의) 한계를 실험한 결과물이란, 종현의 싱글은 팬의 생각과 창작자의 생각이 정확히 만나는 어떤 지점에 위치한다. 그게 밀당을 거친 합의가 아니라 이심전심의 결과물인 것 같아 더욱 보기 좋다. 기존 그룹들은 노쇠했고, 그 이미지는 충분히 소모되었으며, 샤이니 또한 개별활동을 할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객체가 누구이든 SM이 선보이는 남자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는 싱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아이돌'이 처음부터 높은 완성도나 성숙도를 갖춘 작품보다는, 성숙을 향해 가는 모든 과정과 서사까지 소구하는 장르임을 고려했을 때, 과연 지금 아이돌 장르 안에서 샤이니만큼 훌륭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다른 아티스트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꾸준히 자작곡을 공개해온 종현이 마침내 발표한 첫 솔로 앨범은 태민과 마찬가지로 준수한 퀄리티를 갖추고 있지만, 그저 그뿐만은 아닌 또 다른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태민이 '오늘 밤에 나와 함께 사라져요'라고 속삭이며 '고대로 잘 큰' 소년상을 보여주었다면, 종현의 무대에는 소년은 간데없고 '네 여우짓도 참 매력적'이라며 여유를 부리는, 오직 완전히 성숙한 남자 한 명이 서 있을 뿐이다. 화려한 피쳐링 참여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색깔로도 휘둘리지 않고 전체 앨범을 자기 색깔로만 가득 채우고 있는 점도 대단하지만, 스탠드 마이크 하나를 두고 별다른 안무 없이도 눈을 쉽게 떼지 못할 만큼 무대를 꽉 채우는 볼거리를 만드는 능력은 그를 완벽한 한 명의 아티스트로 만들기에 충분해보인다. 지금 이대로도 기성 남자 솔로 아티스트들과 같은 선상에 두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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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 BASE (2015) by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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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트랙 ‘데자-부(Déjà-Boo)’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백업보컬과 필터에 눌린 반주의 뭉툭한 질감을 대뜸 내놓는다.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거창한 인트로 트랙을 많이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조용하지도 어마어마하지도 않은 이 도입부는 근래 SM의 발매반들 중에선 가장 느닷없는 시작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곡은 그러나 끝까지 대단한 폭발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곤 나직하게 “OK, next.”라 말한 뒤 2번 트랙 ‘Crazy’로 넘어간다. 뜨거운 열정이나 은밀한 긴장보다는 차가운 모습으로 ‘위험한 이끌림’이란 주제를 담아내는 이 곡은 S&M 이미지의 티저와 맞물린다.


‘열창’이 선보여지는 것은, 비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인에 대한 벅찬 마음을 노래하는 3번 트랙 ‘할렐루야’에 이르러서이다. 곡의 어두운 공기는 “신께 감사할래”의 상승하는 멜로디와 함께 후렴으로 돌입하는데, “천사가 보여, 눈물이 고여, 할렐루야”를 노래하는 목소리는 힘을 발밑까지 뺀 듯하다. 그리곤 다시 힘이 붙기 시작해, 절정은 가스펠 풍의 백업보컬을 융단처럼 깔며 감정을 터뜨리는 후렴의 마지막 지점을 향해 걸어 올라간다.


이 음반의 힘의 구조는 3번 트랙, 특히 트랙의 마지막을 가리키고 있다. 7곡(CD 기준으론 8곡)의 미니앨범임을 감안하면 다소 느린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첫 두 곡의 흡인력이 확실하게 보장되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음반은 4번 ‘Love Belt’에서 포근하고 느긋하게 숨을 돌린 뒤, 다시 비슷한 구조를 반복한다. 5번 ‘NEON’은 ‘데자-부’의 조금 더 과감한 버전 같고, SM 비사이드 트랙들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6번 ‘일인극’은 다시 ‘할렐루야’와 비슷한 질감의 뜨거움을 보여주며, 7번 ‘시간이 늦었어’는 다시 편안하게, 그리고 ‘Love Belt’보다는 산뜻하게 내려앉는다.



다시 첫 트랙 ‘데자-부’로 돌아가 보자. 이 곡은 고전적인 훵크가 으레 그렇듯, 긴장과 해소에 의한 결론을 갖기보다는 끝없이 앞으로 그저 굴러간다. 첫 후렴이 ‘열리는’ 36초경을 포함해 곳곳에서 능란하게 호흡을 잡았다 풀었다 할 뿐이다. 보컬 역시, 샤이니에서 종종 강렬한 보컬을 담당하는 종현의 이미지에 비해, 차갑다. 그러나 보컬은 차갑되 현란하다. 그것은 (자이언티의 피처링을 포함하여) 여러 개의 레이어가 맞부딪쳤다가는 떨어지는 역동성으로 이뤄진다. 이는 짝을 이루는 ‘NEON’에서도 마찬가지다. 종현의 목소리는 여러 명의 보컬리스트가 나눠 부를 곡을 혼자 부르는 듯 주고받다가는 서로 겹쳐지곤 한다. ‘데자-부’의 방송 무대는 마치 그룹 무대의 1인 세로 직캠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그는 이 일인다역을, 통일감을 주기보다는, 수시로 변화하는 창법을 통해 더욱 다채롭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솔로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가 여러 겹으로 녹음되는 것은 스튜디오 기술이 어언 70년을 넘은 2015년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반복된 녹음과 편집을 통해 한 사람의 목소리로 다양한 효과를 내는 기법 또한 비요크(Björk) 등에 의해 대중적으로도 익숙하며, 가깝게는 신해철의 ‘A.D.D.A’ 같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여전히 어느 정도 ‘실험적’이란 수사로 분류되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대중에게 안락한 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코드 진행과 단선율, 그리고 가사로 이뤄진 ‘노래’를 가장 편안하게 느끼며, 때로는 그것이 ‘진짜 음악’이길 요구하기도 한다.


그 지점에서 종현의 ‘노래’는 흥미롭다. 비요크나 신해철과 나란히 비교할 만큼 파격적이진 않다. 어쩌면 그룹의 곡으로 들어온 데모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을까. ‘데자-부’와 ‘NEON’은 부담 없이 들어도 그저 즐거운, 매끈하고 매력적인 팝이다. 세련된 아이돌팝의 맥락 속에서, 아주 조금 아슬아슬한 정도로 수위를 유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NEON’의 이질적인 리듬의 병치와 함께 수시로 비틀어지는 그루브와 테이프스탑(tape stop), 섬세하게 조절된 텐션 화성과 불협은, 이 두 곡의 보컬(들)에게서 다른 맥락을 시사한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팝의 기술에 대한 긍정이다. 거기서, ‘데자-부’의 3분 27초 지점 “Ok, next”는, 느리게 두 번 절정을 맞이하는 이 음반이 갖는, 레코딩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로서 음반이란 매체의 정체성을 지목한다.



아이돌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인정받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아마도 훌륭한 발라드를 부르는 것일 터이다. 정통적인 ‘어른의 팝’을 선보인 규현의 솔로 음반이 그 정통적인 예라 할 수 있다. SM의 잇따른 솔로 음반 발매가 어떤 의미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가운데, 샤이니의 두 멤버가 내놓은 솔로 음반은 그러나,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SM 패권주의적 시각이든 그렇지 않든 샤이니는 아이돌 인정투쟁의 과정에서 아이돌 상(像)이 진보해온 맥락을 보여왔다. 음반의 구성을 통해 아티스틱한 가치 혹은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좀처럼 흠잡을 수 없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두 축이 서로 맞물리는 곳에 샤이니의 위상이 존재한다.


태민의 “ACE”(2014)가 퍼포먼스의 우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종현의 “BASE”는 음반을 다시 말한다. 음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동안 솔루션으로 부각되었으나 이제는 다소 시들해진 형태인 CD 한정 수록곡을 굳이 활용하는 것 또한 그렇다. (이는 2012년이었다면 뒤쳐진 느낌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이기에 새삼 정직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돌 산업의 ‘기반’은 곧 음반이라는 주장일까. 그리고 그런 자의식은, 열창이 아니어도 목소리의 컨트롤과 연극적 표현력으로, 또한 우아한 팝을 주조해낼 수 있는 퀄리티로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빛을 발한다. 민트색 정장을 입고 꼭 한 발짝 멀리 내딛는 걸음이 과감하다.



종현 - BAS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12일

데자-부 (Déjà-Boo) (feat. Zion-T)
Crazy (Guilty Pleasure) (feat. 아이언)
할렐루야 (Hallelujah)
Love Belt (feat. 윤하)
NEON
일인극 (MONO-Drama)
시간이 늦었어 (Beautiful Tonight)
(CD Only) 포춘쿠키 (Fortune Cookie)


종현의 “BASE” 미니앨범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5년 1월 중순에서 확인할 수 있다.


ⓒIDOLOGY: 글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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