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베이스의 영향권 내의 요소들이 거의 모든 트랙에 포함되면서 앨범의 큰 뼈대를 이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특징적인 공간의 질감을 형성하면서도 철저히 '반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르를 깎아낸 가요'는 아니다. 가성을 매우 적극적으로 쓰면서 레이어를 겹쳐 쓰는 종현의 보컬이 그 반주와 밀도 높게 맞아떨어져 한 덩어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것이 섬세하게 쓰여진 가사와 풍성하고 연극적인 표현력을 등에 업고 '노래'로서 치밀하게 완성된다. 퓨처베이스를 위시한 최근의 장르적 혼종들, 때론 과거의 ('감상용 일렉트로닉'이란 패러다임의 장르명)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케 하는 방법론, 그리고 노래가 중심에 오는 케이팝이 묘하게 한 곳에서 만난다. 어쩌면 팝으로서는 빽빽해서 (마치 시종일관 눈에 힘을 준 종현을 보는 듯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일까. 하지만 이 음반은 흘려보내기보다 정색하며 들어볼 가치를 넉넉히 입증한다. 'Moon', 'Aurora', 'Suit Up'을 추천한다. ('샤이니 종현'이 더 그립다면, 'Cocktail'이 즐거울 수 있겠다.)
하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담으려 했다는 인상을 주는 앨범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색깔의 곡에 최대한 어울리는 창법을 구사하려는 종현의 노력 또한 느껴지는데, 특히 'Moon'이나 'Aurora'처럼 소화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곡들에서도 보컬을 절제하면서 앨범의 전체적인 톤을 조율하는 점이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선곡이라 취향을 탈 수는 있겠지만 팬들에게는 그만큼 오랫동안 들으며 즐길 수 있을 만한 (좋은 의미의) 떡밥이 될 것 같은 앨범이다. 본인의 취향에 가장 맞는 곡은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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