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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BAS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12일

  

김윤하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앨범의 세포 하나하나가 '보컬리스트' 종현을 향해있다는 점이다. 샤이니의 메인보컬이자 아이유나 손담비 같은 동료 가수들에게 곡을 선사한 작곡가 등 다층적 자아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까지 강조하자면 강조거리가 한도 끝도 없건만, 앨범은 집요하리만큼 종현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을 대표할만한 노래를 하나만 꼽자면 Deez와 함께 작업한 'Neon'일 수밖에 없다. 웬만한 무두질이 아니고서는 섣불리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법한 이 초초고난이도 곡은, 들을 때마다 멜로디 한 음 한 음과 싸워나가는 그의 목소리에 이끌려 끝없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선사한다. 개인팬이라면 조금 아쉬울지 모르지만, 샤이니 멤버로서의 솔로작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면 선택과 집중을 잃지 않은 좋은 균형의 한 장이다.



맛있는
파히타

작년 샤이니 태민의 솔로 앨범을 이은 종현의 솔로 앨범은 태민의 것처럼 본격적이고 진지하다.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앨범이 구성되어있고, 그 아이덴티티란 종현의 보컬이다. 인스트루멘탈은 목적에 부합하여 절제되어있고 마이클잭슨과 프린스 사이 어딘가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종현의 보컬은 앨범 전체를 휘저으며 근래 볼 수 없었던 버라이어티를 선보인다.



블럭

태민의 EP와 이 EP 사이의 연결된 지점까지 찾지는 못했지만, 여러 차원에서의 비교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그 비교 지점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양쪽 모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앨범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단연 프로덕션이다. 이는 이 앨범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는 앨범이 이러한 형태로도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를 던져주기도 했다.



오요

단지 '작사, 작곡도 하는 아티스트 아이돌'의 타이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이니의 어느 멋진 날'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종현이 본인의 작업물을 들려주던 장면이었다.) 종현의 첫 미니 음반 "BASE"는 회사가 제시한 콘셉트와 기획에서 비롯된 음반이라기보다는 종현의 취향이 한껏 느껴지는 일종의 '에고트립'성 음반이 아닐까 싶다. 단지 아이돌 솔로 음반이라고 치부하기엔 종현의 감수성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 예사롭지 않다. 반드시 음반 전체를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유제상

'SM이 선보이는 남자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의 중간 보고서와도 같은 EP. 먼저 발표된 태민의 싱글이 '현 상황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같은 (창작자와 퍼포머의) 한계를 실험한 결과물이란, 종현의 싱글은 팬의 생각과 창작자의 생각이 정확히 만나는 어떤 지점에 위치한다. 그게 밀당을 거친 합의가 아니라 이심전심의 결과물인 것 같아 더욱 보기 좋다. 기존 그룹들은 노쇠했고, 그 이미지는 충분히 소모되었으며, 샤이니 또한 개별활동을 할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객체가 누구이든 SM이 선보이는 남자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는 싱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아이돌'이 처음부터 높은 완성도나 성숙도를 갖춘 작품보다는, 성숙을 향해 가는 모든 과정과 서사까지 소구하는 장르임을 고려했을 때, 과연 지금 아이돌 장르 안에서 샤이니만큼 훌륭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다른 아티스트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꾸준히 자작곡을 공개해온 종현이 마침내 발표한 첫 솔로 앨범은 태민과 마찬가지로 준수한 퀄리티를 갖추고 있지만, 그저 그뿐만은 아닌 또 다른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태민이 '오늘 밤에 나와 함께 사라져요'라고 속삭이며 '고대로 잘 큰' 소년상을 보여주었다면, 종현의 무대에는 소년은 간데없고 '네 여우짓도 참 매력적'이라며 여유를 부리는, 오직 완전히 성숙한 남자 한 명이 서 있을 뿐이다. 화려한 피쳐링 참여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색깔로도 휘둘리지 않고 전체 앨범을 자기 색깔로만 가득 채우고 있는 점도 대단하지만, 스탠드 마이크 하나를 두고 별다른 안무 없이도 눈을 쉽게 떼지 못할 만큼 무대를 꽉 채우는 볼거리를 만드는 능력은 그를 완벽한 한 명의 아티스트로 만들기에 충분해보인다. 지금 이대로도 기성 남자 솔로 아티스트들과 같은 선상에 두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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