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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TY PLEASURE

종현에게 굳이 길티 플레저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솔로 음반에 모든 답이 있으므로.


종현


20대의 반이 지났어요. 뭔가 달라졌나요?

1990년에 태어났으니까 딱 스물여섯 살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스무 살이 되면 큰 변화가 생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스물다섯 살도 예상해본 적이 없었어요. 올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니까 무언가 달라진 건 있어요.


그건 솔로 음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이제 그럴 나이니까 솔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평생 음악을 할 것이고 그러려면 솔로 음반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급한 마음이 조금도 없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음반을 냈어요. 3월에는 샤이니가 도쿄 돔에서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해요. 올해는 첫 경험이 많네요.


베이스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많은 악기 중에서 왜 베이스였나요?

중학교 2학년 때 막연하게 밴드부에 들고 싶었어요. 멋있어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1학년 때 이미 멤버가 갖춰진 상태라 베이스 자리만 남아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했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어가지 못했을 거예요. 베이스는 아주 매력적인 악기예요. 화려하진 않지만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이거든요. 베이스가 빠지면 음악이 얼마나 재미없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알 거예요.


밴드 이름이 궁금해지는데요.

시온(Zion)이에요. 저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가톨릭 학교여서 기독교식 이름이었어요. 자이언티(Zion.T) 형을 봤을 때 ‘어!’ 했죠.


그 무렵 어떤 아이였어요?

검도를 배웠어요. 어린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금 하고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뭔가 이루고 싶어했었죠. 어머니가 레코드 가게를 하셨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셨어요. 정작 피아노 학원에 보내면 저는 피아노로 먹고살 것도 아닌데 왜 학원에 보내냐고 따졌지만요. 검도 대회도 나가고,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밴드를 하고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됐어요.


결심이 서게 만든 음악이 있나요?

주변이 모두 H.O.T 음악에 열광할 때였어요. 자연스럽게 인기 있는 음악을 자주 듣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고, 노래 따라 부르는 걸 좋아하게 되었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음악적 사춘기를 겪었어요. 뚜렷한 취향이 생기면서 음악을 찾아 듣게 된 거죠. 넵튠스, 다크 차일드, 베이비 페이스요. 제가 좋아했을 때는 전성기에서 5년 정도 지난 후라 유행의 파도가 잠잠해지고 정제된 핵심만 편리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일렉트로닉, 디스코, 펑크 등 점점 장르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면서 자미로콰이나 티오피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 들었던 음악들이 아직도 저를 지배하고 있어요.


고스란히 종현의 음악을 만드는 일은 어땠나요?

오래 전에 썼던 곡들을 음반에 담았어요. 요즘 저의 감성이나 최근 1년간 썼던 곡들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요. 이 곡들은 나중에 보여드릴 수 있겠죠. 이번 음반에는 협업이 많았어요. 누군가와의 작업을 상상하면서 만든 부분이 실제로 곡을 만들면서 맞아떨어지는 것이 설어요. 그리고 다른 음악가들과 작업하면서 상상할 수 없었던 부분을 메우는 그분들의 능력에 감탄했고요.


타이틀 곡 ‘Crazy’에는 아이언의 랩이 들어가요.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어요.

‘Crazy’는 회사에서 먼저 제안한 곡이에요. 저의 음악적 색깔보다는 대중이 들었을 때 즐거울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는 음악, 하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건 재미없잖아요. 예를 들어 캔이 있어요. 그 안의 내용물이 저예요. 겉 포장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내용물은 열어서 보여줘야 하잖아요.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생각했을 때 ‘Crazy’가 타이틀 곡으로 가장 적절했어요.


아이언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아이언이 그렇게 어린 줄 몰랐어요. 너무 잘해서요(웃음). 그냥 한번 녹음했는데 그걸 써도 될 정도였어요. 같은 곡을 두 번 부른 다음 겹쳐서 한 트랙을 만드는 걸 더블링이라고 해요. 랩은 더블링을 자주 사용하는데 아이언은 한 번에 한 거예요. 목소리가 일직선으로 하나만 나오는 게 멋있고 자신 있어 보였어요. 저도 아이언의 랩에 좋은 호흡을 맞추고 싶어서 애드리브로 멜로디를 짜면서 곡을 완성해나갔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제 곡을 돋보이게 하는 랩이 아닌 괜찮은 결과물을 만드는 거였어요. 어떤 작업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곡과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리 멋져도 넣지 않을 작정이었어요.


자이언티와는 양복점에서 인연을 맺었다고요.

정말 좋아하는 음악가였는데, 단골 양복점이 같았고 우연히 마주쳤어요.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가 막연하게 함께 작업하자는 약속을 했어요. 솔로 음반을 준비하면서 제안을 했고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Deja-Boo’는 원래 제가 부를 생각이 없었고 힙합 음악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휘성을 존경하는 음악가로 자주 꼽았었죠.

맞아요. 평소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커버 곡도 자주 불렀어요. 솔로 음반 제작이 결정되고 가장 먼저 달려가 작업하자고 졸랐어요. 막무가내였는데 흔쾌히 함께 작업해주셨어요.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할렐루야’를 만들었어요. 둘이 함께 만드는 노래라면 당연히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태어난 것도 행운이고 상대방이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곡이오. 휘성 형 노래 중에서 여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반영한 ‘너라는 명작’에 존경을 담아 오마주한 부분도 있어요. 버스(Verse) 부분에 ‘너라는 명작’이라는 가사가 들어가요. 이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윤하의 목소리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Love Belt’는 가사가 되게 무심해요. 미안함은 미안함인데 좀 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어요. 울자면 슬퍼지고, 너무 무심한 느낌으로 부르면 한없이 차가워지는 곡이었어요. 그래서 누가 불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에픽하이의 ‘또 싸워’라는 곡을 통해 윤하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무심하게 툭툭 발음하지만 숨소리에 담긴 감정은 포근하더라고요. 메시지를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왔어요. 할렐루야를 외쳤죠! 만약에 윤하 누나가 부를 수 없었다면 이 곡은 아마 음반에서 빠졌을 거예요.[각주:1]


다른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었나요?

애초에 다른 음악가와 작업해서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니면 솔로 음반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회사가 제시한 콘셉트를 들었을 때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유닛으로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어요. 회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제가 많은 방향에 참여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제 생각을 받아들여준 회사 덕분에 솔로 음반이 빨리 나올 수 있었어요. 한마디로 고집이에요.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오.


예를 들자면요?

퍼즐 맞추듯 숨겨져 있는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게 재미있는 것들을 담아놨어요. 마블 코믹스 영화를 보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쿠키 영상 있잖아요. 본편이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가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너스 영상이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쿠키 트랙을 만들었어요. 제목은 ‘포춘 쿠키’고, 집의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엎드린 자세로 녹음한 음성이 들어가 있어요. 이번 음반을 함축한 문장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음반으로 들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어요.

음반을 안 사면 들을 수 없는 트랙을 만들었는데, 노골적으로 음반을 사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인정하기 싫지만 음반 시장의 상황은 아주 안 좋아요. 음반 시장에 속해 있고,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하게 돼요. 안 될 걸 안다고 나마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싫어요.[각주:2] 누군가 쿠키 트랙 같은 조그마한 즐거움을 보고 음반을 샀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이런 작은 노력이 음반 시장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음반이 나오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랑 누나, 샤이니 멤버들이랑 음반에 참여한 분들이오. 너무 당연한 대답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과 프로모션 관련해서가 아니면 음반을 잘 안 주는 편이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사게 해요. 친구가 식당을 한다고 해서 매번 당연하게 밥 한 끼 달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청취자의 사연을 곡으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가 참 종현답다고 생각했어요.[각주:3]

개인적으로 언젠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였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종현입니다>와 연계되면서 폭이 넓어졌어요. 좋은 이야기꾼이 되어 사연을 보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재해석해서 그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곡을 쓰다 보니 확실한 공부가 되었고, 청취자에게 기념될 만한 걸 만들 수 있어 좋았어요.


결국 가사인 것 같아요.

제목을 짓고 곡을 만들어요. 제목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열한 후에 구성을 맞춰요. 가사가 중점이 되니까 신기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가사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으면 곡을 만들지 못해요. 망상 하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면 꼭 메모장에 적어둬요. 로맨틱 영화 말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BASE>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춘 쿠키’의 ‘과자 속 종이에 뭐가 적혀 있었니’라는 한 줄이오. 포춘 쿠키를 깨기 전의 기대감, 깼을 때의 기분처럼 제 음반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거든요.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나요?

시각이랑 청각이 예민하고 촉각이 제일 둔해요. 영화 보는 거 아주 좋아해요. 특히 애니메이션이오. 어린이들이 보기 편하도록 쉽고 친절하게 권선징악을 다루니까요. 전 착하면 흥하고 나쁘면 망하는 게 세상의 이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속에서 나름의 동심과 이상을 지켜나가는 게 너무 좋아요. 다 큰 어른이 뭘 그런 걸 좋아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전 부끄럽지 않아요(웃음).


트위터에 감성적인 글이 웃음거리로 읽히지 않는 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쓴 걸 봤어요.

힘든 것도 좀 티 내고 행복한 걸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감성적이라고 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담담하게 얘기하면 쿨한 척한다고 비웃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감정과 감성이 있는데 편을 가르면서 서로를 매도하는 싸움을 보는 것이 불편해요.


트위터의 종현은 친근하게 느껴져요.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방송이나 무대에서는 당연히 연예인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하지만, SNS에서까지 누군가의 마음에 들게만 행동해야 한다면 정말 슬플 거예요. 트위터에 쓰는 생각, 관심사가 가장 저와 가까워요.


새해 다짐 중에 지킨 것과 못 지킨 것이 있나요?

새해 다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뭔가를 다짐하면 멈추는 것 역시 다짐할 때가 많은 것 같아서요. 그런데 주위에서 하도 여행은 가보라고 해서 올해는 여행을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각주:4]


자신한테 덕담 한마디 해주세요.

즐겼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한 상황이더라도 제발 즐겨서 더 좋아하게 되고, 아니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유지했으면.


ⓒDAZED & CONFUSED: 포토그래퍼 LESS, 에디터 박의령, 헤어& 메이크업 김환, 스타일링 김윤미, 어시스턴트 백가경

  1. 타블로 “제가 인터뷰에서 종현 씨가 그렇게 얘기한 걸 보고, 그걸 보고 러브 벨트를 틀었어요. 진짜 나한테, 내가 만든 노래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 느낌으로 만든 노래는 어떨까 하고 러브 벨트를 들었는데 제가 진짜 친구들한테 다 추천했잖아요.”
    종현 “아, 정말요?”
    타블로 “이 노래 너무 좋다고.”
    종현 “감사합니다.”
    타블로 “거기서는 더 무심하게 만들었더라고요.”
    종현 “윤하 누나가 만약에 이걸 안 불렀잖아요 피처링을 안 해주셨으면 이 노래는 세상에 못 나왔을 거예요.”
    타블로 “그냥 안 내? 아예?”
    종현 “안 냈을 거예요, 저도. 윤하 누나가 그냥 딱 맞았고, 너무 고마웠죠. 형한테도 너무 고맙네요. 이런 매력 있는 보이스를.”
    타블로 “아니, 내가 너무 고맙네요.” 2015년 2월 18일 꿈꾸라 [본문으로]
  2. “이야기 하지 않고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저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니까, 사라져 가는 무언가를 안타까워 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막을 수는 없더라도 ― 나의 행동이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 어느 정도 나의 신념을 표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5년 1월 12일 푸른밤 [본문으로]
  3. 푸른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작사/작곡/노래 김종현 (음악 듣기, 가사와 관련 정보 & 인터뷰 모음) [본문으로]
  4. 그리고 약 9개월 후 “와, 정말 시간 빨라요. 벌써 9월 됐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연초에 계획을 했었던 것 같은데……아, 여러 가지 계획도 아니었죠. 그때 '뭔가 계획하지 말자'라는 계획을 했었고 '그래도 여행은 다녀오자'라는 계획을 하나 했었는데 여행 못 갔어요. 네. 틀렸습니다, 전.” 2015년 9월 1일 푸른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