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음악성을 끈덕지게 탐구하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컨템포러리 알앤비 수작. 이젠 그에게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도 되겠다.
글 | 이즘
달콤하고 농염하다. 현대적인 퓨쳐 알앤비 사운드 위에 간드러지는 보컬이 부담스럽지 않은 유혹을 던진다. 종현이 직접 전곡의 가사를 작사하며 만들어낸 이 ‘귀여운 추파’는 앨범을 관통하며 수록 곡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긴밀하게 엮어 주는 기둥이다. 아이돌 가수의 앨범 작업 참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는 단순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첫 솔로 정규앨범에 직접 캐릭터를 부여한다.
데뷔 초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았던 그였지만 본작에서는 리듬과 소리에 더욱 공을 들였다. 여기에 섬세하게 레이어를 겹쳐 쌓은 보컬은 트렌디한 반주와 어우러지며 또 하나의 악기가 된다. 신시사이저처럼 퍼져나가며 극지방의 「Aurora」를 형상화하고, 크러쉬와 함께 작업한 타이틀곡 「좋아」에서는 흥겨운 일렉트로 펑크 비트에 맞춰 파트마다 음색을 바꿔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의도된 어눌한 발음과 「우주가 있어」에서처럼 리듬에 착착 붙는 작사 또한 보컬의 기악적 역할을 더욱 강조한다.
위프리키, 런던 노이즈(LDN Noise) 등 SM 프로듀서들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뽑아낸 세련된 비트도 앨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흥겨운 EDM 곡 「Dress up」과 그와 대칭을 이루는 부드러운 퓨처 알앤비 「Suit up」까지 앨범의 사운드는 최신 경향을 모두 흡수한다. 트렌디한 비트를 바탕으로 종현은 곡들을 자신의 캐릭터에 온전히 녹여낸다. 유일하게 그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White t-shirt」도 다른 트랙들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는 것은 그의 뛰어난 소화력 덕이다.
스타덤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완성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 뮤지션의 열정이 낳은 훌륭한 결과물이다. 거대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었지만 뚜렷한 존재감으로 앨범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 추는 결국 종현 자신이다. 현재 국내 메인스트림 음악의 흐름을 선도하는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자신감과 자기만의 음악성을 끈덕지게 탐구하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컨템포러리 알앤비 수작. 이젠 그에게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도 되겠다.
수록곡
1. 좋아
2. White t-shirt
3. 우주가 있어
4. Moon
5. Aurora
6. Dress up
7. Cocktail
8. Red
9. Suit up
ⓒizm: 조해람(chrbb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