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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순위가 낮아 아쉽다고요? 하지만 뮤지션 종현이 지닌 가치가 바래진 않습니다. 음원 순위가 말해주지 않는 뮤지션의 완성도가 있죠. 이에 최근 발매된 한국 가요 앨범 중 즐겁게, 또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는 앨범 ‘좋아’를 소개합니다.



종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좋아’는 단연 소장 가치가 있다고 추천할 만한 앨범입니다. 국내에서 흑인음악을 이만큼 소화할 수 있는 멋진 20대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종현은 단연 빠질 수 없죠. 여기에 강렬한 색감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해낸 앨범 아트워크는 최근 발매된 앨범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깊은 쪽에 속한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1990년생, 27세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얼마 전 데뷔 8주년을 맞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그리고 음악이 하고 싶어 학업도 포기하고 가수가 되는 데에만 매달렸던 소년이 이제 어엿한 9년차 가수가 되었는데요.


앞서 미니 앨범 ‘베이스(BASE)’, 소품집 ‘이야기’를 거쳐 내놓은 이번 솔로 정규 앨범 ‘좋아’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종현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그려온 ‘솔로 가수 종현’을 위한 작품입니다. 앨범 아트워크부터 콘셉트 포토, 종현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깔을 입힌 음악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것이 없죠.


■ 종현이 ‘좋아’하는 자신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앨범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진한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화, 그리고 그 위에 쓰여 있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 같기도 한 이것은 일종의 상형문자인가 싶은데요. 잘 보면 이는 “좋아”란 말을 그림처럼 써둔 것입니다. 이는 이번 앨범에서 유독 시각적인 자극을 일깨우는 ‘색채 콘셉트’를 기획한 것과 긴밀한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요. 평범한 단어를 노란색-파란색의 조화 속에서 종현의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담아 연출했습니다.


분홍, 파랑, 노랑, 하양, 초록. 재킷 사진을 들여다보면 종현의 앨범이 이 다섯 가지 색으로 채워져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색들은 한 가지 톤이 아니고, 페이지마다 편안한 파스텔과 눈이 아플 정도의 비비드함을 오가며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감각적인 종현의 음악을 아트워크로 형상화한 것 같죠?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일률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색깔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노란색입니다. 재킷 표지에서부터 종현은 이 샛노란 색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습니다. 추측건대, 아마 이 샛노란 색은 다른 색들이 모두 변화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상징하고 싶은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이건 바로 종현이 갖고 있는 ‘종현 그 자체’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싶은 것 같군요. 혹시 종현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일까요?


■ ‘노력형’ 뮤지션이 만든 ‘완성형’ 결과물


종현은 국내 20대 남성 보컬리스트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지도와 세련된 음악적 감각을 갖고 있는 중요한 뮤지션 중 한 명입니다. 사실 인기와 비례하는 수준의, 즉 양질의 R&B 소화력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는 국내에서 찾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그중에서도 종현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이란 편견까지 딛고 어엿한 R&B 뮤지션으로 대중에 다가가게 된 이상적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보컬 및 작사-작곡 실력을 보여주며 말이죠.


느리건 빠르건 상관없습니다. 어떤 비트에서도 리드미컬함을 결코 잃지않는 종현의 보컬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어느 트랙에서도 가사는 집중해 들어보길 권합니다.


1. 좋아(She Is)

=이번 ‘좋아’는 종현의 노력이 집결된 타이틀곡입니다. 최근 국내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퓨처 베이스(Future base)가 일렉트로 펑크란 재치있는 장르에 가미돼있어 세련된 느낌을 자아내죠. 이외에도 곡에서 엿보이는 여러 장점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재치있는 멜로디라인입니다. 뮤지션 크러쉬(Crush)가 함께 작업했다고 하는데, 크러쉬 곡에서 종종 느껴지는 자유분방함이 종현의 것으로 바뀐 부분이 들리는 것도 재미있네요. 


2. 화이트 티셔츠(White T-Shirts)

=도입부 건반부터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낯선 창법으로 첫 소절부터 치고 들어오는 종현의 보컬에서 극대화됩니다. 여기에 퓨처 베이스만큼 유행했던 트로피컬 하우스(Tropical House)로 세련된 감각을 살린 매력적인 팝 넘버입니다. 가사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It's just White T-shirts”라는 반복이 종현이 살리고 싶었던 야릇한 느낌을 자아내는 중심입니다.


3. 우주가 있어(Orbit)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말 그대로 ‘찬양’하는 목소리가 담긴 곡입니다. “널 따라 도는 별이 너무 많은걸 / 전부 가짜 인공위성들뿐인 걸.” 이 가사에서 종현이 내면의 생각을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지 알 수 있고, 독특한 접근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4. 문(MOON)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특별한 설명히 필요하지 않은, 종현을 위한, 종현이 부른 곡입니다. 미니 앨범 ‘베이스’ 수록곡 ‘할렐루야’를 떠올리게 하는 무거운 코러스도 인상적입니다.


5. 오로라(Aurora)

=3번 트랙 ‘우주가 있어’부터 5번 트랙 ‘오로라’까지 일관되게 사랑을 우주와 자연이 만들어내는 황홀경에 비유하는 가사가 귀에 꽂히는데요. 이 곡은 가사 뿐만 아니라 신시사이저, 드럼 소리가 종현의 농밀한 고백이 담긴 보컬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리스너를 집중케 합니다.


6. 드레스 업(Dress Up)

=이 앨범에서 뚜렷한 EDM의 향을 느낄 수 있는 트랙입니다. 반복되는 추임새가 트랩 비트 속에서 터져 나올 때 또 한 번 종현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곡입니다. 


7. 칵테일(COCKTAIL)

=4번 트랙 ‘문’이 멜로디로 R&B의 느낌을 차용했다면, 이 곡은 완전히 정통 R&B를 표방한 곡입니다. 즉, 종현이 가장 완벽에 가깝게 소화할 수 있는 곡이란 소리죠. 


다만 재미있는 것은 도입부가 굉장히 서정적인 것에 비해 곡 자체가 풍기는 느낌이 매우 섹시하고 유혹적이란 점입니다. 포효하듯 뱉어내는 보컬은 ‘베이스’ 당시 ‘세련된 R&B 뮤지션’이라 호평 받은 부분을 납득케 합니다. 이렇게 확실히 자신의 색깔을 찾은 종현에게서 엿보이는 연륜이 곡을 이끄는 힘 아닐까요. 


8. 레드(RED)

=역시 종현은 R&B 장르에 한해서만큼은 어떤 장르적 변주라도 모두 소화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타고난 리듬감, 보컬 감각 덕분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곡을 들으면 종현이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팝, R&B, 힙합 등 각종 장르를 통해 터득한 보컬 역량은 본래 가장 강점을 지닌 R&B 장르를 소화할 때 완벽하게 감각적으로 변합니다. 


9. 수트 업(Suit Up)

=“오 네 손 네 팔뚝 막 스쳐 지나가 (목 위로) / 더 지나가 (등 뒤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며 은밀하게 속삭이는 가사가 실제 연인이 속삭이는 듯 설렘을 자아냅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곡이라 생각됩니다.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혹적인 이미지가 이 트랙에 고스란히 담겼군요. 종현의 앨범은 이렇게 매력적인 ;R&B 곡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뉴스엔: 박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