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솔로 정규 앨범 <좋아>를 발매한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5월24일 발매된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의 첫 솔로 정규 앨범 <좋아>(2016)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앨범이다. 이제 더는 아이돌 가수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것이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게 된 시대, 종현이 9개의 수록곡 중 8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나머지 한 곡도 직접 작사했다는 점은 새삼스러운 축에도 못 낀다. 그게 자신이 진행하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의 코너 중 하나로 청취자의 사연을 가사로 받아 작곡을 하는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을 선보인 바 있는 종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흥미로운 것은 종현이 얼마나 많은 곡을 작곡했느냐가 아니라, <좋아>라는 앨범이 어떤 구성으로 완성됐느냐다.
“한 명의 캐릭터가 그리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종현이 직접 밝힌 것처럼, <좋아>에 실린 9곡은 모두 일관된 콘셉트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무겁지 않게 고백하고(좋아), 자신을 미치게 하는 상대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며(화이트 티셔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만큼은 착실히 상대를 따라 궤도를 도는 사람임을 어필한다(우주가 있어). 꿈꾸기만 했던 상대와 함께하게 된 기쁨을 이야기하고(오로라), 무르익어가는 관계 속에서 괜히 상대에게 투정도 부려보다가(드레스 업), 신호등 빨간불에 걸린 찰나의 순간 입을 맞추며 기쁨의 절정을 노래한다(레드. 이상 수록곡 제목). 다양한 톤의 노래들이 모여 묵직한 파스텔톤을 이뤘던 미니앨범 <베이스>(2015)나, <푸른밤, 종현입니다>에서 사연을 받아 작곡한 노래들을 모아 낸 미니멀한 톤의 소품집 <이야기 Op.1>(2015)과는 달리,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렘과 행복을 오롯이 그려낸 <좋아>는 소리의 질감에서부터 앨범 아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경쾌하고 달콤한 총천연색으로 반짝인다.
첫 솔로 정규앨범 ‘좋아’ 발매 눈길
9곡 모두 일관된 콘셉트와 스토리
자신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시도
사회와 세계 대하는 자세도 진지
그 자신 숭배-멸시의 대상임에도
성전환자 여성에 지지 밝혀 화제
90년대 말부터 히트곡들만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유행을 탔고, 2000년대 들어 음악의 소비가 더는 시디(CD)나 카세트테이프처럼 손에 잡히는 물성을 지닌 매개체가 아니라 곡 단위로 끊어서 유통이 가능한 음원 파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음원 파일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음악 소비의 판도가 바뀐 지금, 이제 단일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듯 앨범 전체를 구성하는 아티스트는 점점 더 만나보기 어려워졌다. 전체 앨범을 구매해서 진득하게 감상해 줄 청자들이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종현은 하나의 지향을 가지고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꾸린 작곡팀 ‘위프리키’와 함께 협업하며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단일한 세계관을 완성했다.
청자에게 한 곡 한 곡 단위가 아니라 그 총체로서 앨범을 듣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시도다. 유일하게 작곡에 참여하지 않은 ‘화이트 티셔츠’에 대해 회사가 생각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가늠해보고 싶단 생각에 회사에 일임했다는 그의 말에서도 자신감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훔쳐볼 수 있다. 말하자면 그 한 곡으로 앨범의 세계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이런 자신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캐스팅이 되던 순간에도 보컬이 아닌 베이시스트로 활약하고 있었던 종현의 탄탄한 음악적 밑바탕도 있겠지만, 내겐 그보단 멈추지 않고 배우며 더 나은 존재가 되려 노력하는 특유의 성실성이 더 눈에 띈다. 이번 앨범이 준비 기간 6개월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5년 전에 만들어 뒀던 곡, 3년 전에 만들어 뒀던 곡들을 더해 완성이 된 것처럼, 그의 자신감은 자신의 재능에 대한 과신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 올린 학습의 누적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략…)
ⓒhani.co.kr: 글 이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