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에게서 원래 이런 '흑인음악' 필이 충만했었나.
종현의 첫 솔로 미니앨범 <BASE>에 대한 일감은 블랙 뮤직(Black Music) 혹은 마이클 잭슨이다. 소울일 수도 있고, 펑크일 수도 있다. 작사작곡한 곡 뿐만 아니라 작사와 가창에만 참여한 곡에서도 이런 필이 느껴지는데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풍성하고 세련된 팝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내뿜어오던 SM의 앨범보다는, '블랙 뮤직' 박진영이 이끄는 JYP 앨범처럼도 들린다.
선공개됐던 더블 타이틀곡 '데자-부(Déjà-Boo)'는 종현의 자작곡(작곡에는 자이언티, 위프리키 참여)인데, 곡 진행뿐만 아니라 탁탁 끊어 내뱉는 창법과 그루브한 리듬감이 전형적인 80년대 흑인음악 스타일이다. 길거리를 휘젓고 다닐 때조차 그루브가 풍기고, 보통 말을 할 때도 랩처럼 들리는 그런 전혀 다른 그들만의 존재감. 곡의 기조는 레트로 펑크지만 자이언티의 랩이 가세해 시대를 조금은 현재진행형으로 끌어당겼다.
종현의 숨겨졌던 블랙 뮤직 DNA는 12일 처음 공개된 3번트랙 '할렐루야(Hallelujah)'에서 가장 크게 도드라진다. 도입부는 R&B, 소울 스타일인데 후반부 콰이어(성가대)의 하모니가 단번에 이 곡을 '블랙 가스펠' 언저리를 이끌고 간다. 제목도 '할렐루야'이고, 가사도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에 대한 기쁨 같은 것이니까. '할렐루야'를 최대한 굵직한 중저음으로 소화하려는 종현의 기척도 살갑다. 하여간 종현의 재발견, 아이돌의 재발견, SM 장르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이날 역시 처음 공개된 더블 타이틀곡 ‘Crazy(Guilty Pleasure)’도 마이클 잭슨이 떠오를 정도로 종현의 색다른 모습이 시종 아른거린다. 가성 고음 부분이 국내에서는 좀체 들을 수 없는 남성보컬 창법. 네오 소울, 펑크에 아이언의 랩, 여기에 팝적인 미디엄 템포가 다분히 멜로디를 부각시킨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이유다.
이번 앨범의 유일한 여성보컬(윤하) 피처링곡 'Love Belt'는 R&B 트랙. 속삭이듯 사랑의 불안한 감정을 내뱉는 윤하의 목소리도 매력적이지만, 곡 중간에 나오는 스트링의 따스하고 깊은 선율도 이 곡에 차별성을 더 한다. 앨범의 전체 스토리라인에서는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6번트랙 '일인극'과 함께 가장 이질적인 곡이다. 시종 자신의 꽁꽁 숨겨뒀던 블랙뮤직 DNA를 드러냈던 앨범은 휘파람이 솔솔 불어온 어반 소울 장르의 자작곡 '시간이 늦었어'로 마무리된다.
종현이라는 블랙뮤직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이다.
ⓒTHE MUTE: 김관명(minji2002@themut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