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는 결코 쉽지 않다. 음악·춤·패션 등 어느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현 시대의 트렌드를 제시하겠다며 '컨템퍼러리 밴드(contemporary band)'를 자청한 탓인지 늘 유행보다는 개성을 먼저 생각해왔다.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타이틀 곡 '루시퍼(Lucifer)'는 1980년대풍 기계음에 현대적인 선율을 더한 '어반 일렉트로니카(Urban Electronica)'라는 신장르다. 여기에 '로보트로닉(Robotronic)' 같은 신조어를 가사로 써 독특한 느낌을 완성시켰다.

패션도 남다르다. 등전체가 보이도록 파인 티셔츠와 미래지향적인 은색 베스트 등 아이템 하나하나가 독특하다. 반삭 헤어는 물론 손가락을 들고 추는 춤동작까지도 특이하다. 그래서일까. '샤이니'는 유독 난해한 그룹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았다.

이런 '샤이니'의 독특함은 약이 될 수도 혹은 독이 될 수도 있다. 개성으로 인정받으면 트렌드가 되지만, 난해함이 되면 결국 도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이니'는 독특한 자신들의 색을 장점으로 받아들였다. 어려워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것.

"새로운 걸 제시하는 건 결코 대중성과 멀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획일화된 가요계에서 신선한 그리고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다양한 팬들의 기호에 맞추려면 저희같은 독특한 느낌의 그룹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개성을 유행으로, 난해함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다섯 남자(온유, 종현, 키, 민호, 태민) '샤이니'를 방송 현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샤이니, 다섯 남자들의 난해한 매력

'샤이니'는 분명 난해하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보면 결코 평탄하지 않다. 여느 아이돌처럼 유행을 쫓으면 쉬울 텐데 독특한 음악, 독특한 패션, 독특한 춤을 고집하며 굳이 어렵게 돌아왔다. 데뷔 곡 '누난 너무 예뻐'부터 이런 개성이 넘쳤다.

"'누난 너무 예뻐'가 나왔을 때 다들 좀 특이하게 받아들이셨던 것 같아요. 누나를 특정한 가사도 그렇고, 너무 리드미컬한 팝 멜로디도 대중이 모두 공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누나 팬에게만 어필한 부분도 있고요"

최근 곡인 '링딩동'에도 난해함은 이어진다. 사랑에 빠진 감정을 벨소리인 '링딩동'에 빗대 표현한 점은 물론 색색의 스키니진은 분명 대중이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었고, 무릎을 굽히면서 한쪽 방향으로 튕기는 춤 역시 독특하긴 마찬가지였다.

"'링딩동'은 음악, 댄스, 패션 모든 면에서 새로운 걸 추구한 곡이었어요. 대중에 보다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죠. 그 안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고,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걸 보여줄 때 대중성도 따라올 거라 믿었죠"

◆ "신곡 '루시퍼' 보여줄 게 많은 노래"

9개월만에 들고 온 신곡 '루시퍼'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루시퍼'는 언뜻 조합하기 힘든 복고풍 분위기와 기계음이 결합되어 있다. 멜로디도 높고, 복잡하다. 멤버들이 처음에 어떻게 곡을 소화할 지 고민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노래다.

"처음에 곡을 듣고 녹음을 시작할 땐 잘 안될 정도로 어렵고, 독특했어요. 그런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연습을 거듭하니 결국 소화가 되더라고요. 원래 어려운 걸 해내면 더 성취감이 높잖아요. '루시퍼'가 그런 곡이었던 것 같아요"

신조어 가사인 '러버 홀릭'이나 '로보트로닉'도 풀이하는 재미가 있다. 키의 반삭이나 태민의 장발 헤어 스타일, 종현의 등 노출 티셔츠, 온유의 헤어밴드와 민호의 미래적인 베스트 의상도 독특하다. 하지만 그래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루시퍼'는 이전과 다른 또 다른 모습을 담아낸 앨범이예요. 음악에 맞춰 스타일에 개성을 넣어 봤어요. 신조어 가사 역시 사랑에 집착하는 여자와 속박된 남성을 의미하는 건데 함축된 의미를 담아서 처음엔 어렵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는거죠"

◆ "난해함은 결국 새로움과 같은 말이다"

'샤이니' 멤버들은 자신들의 색을 '새로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지만 그 안에 담긴 신선함이 대중과의 교감 포인트라는 것.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보면 대중성은 저절로 따라올거라는게 멤버들의 생각이다.

"가수가 대중성을 무시하고 활동할 수는 없어요. 샤이니는 트렌드를 거부한 그룹이 아니라 음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트렌드를 만드는 그룹인 거죠. 독특해서 한 번 더 보고, 그 안에서 재미를 주는 게 저희의 매력 아닐까요?"

이런 샤이니의 자신감은 활동 성적표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링딩동'으로 첫 트리플 크라운을 이뤘고, '루시퍼' 역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6일엔 음반 판매량 10만장을 돌파하며 대중과의 교감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것은 결코 대중성과 멀지 않아요. 샤이니 안에는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정체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이게 바로 유행이 되는 거죠. 그게 샤이니의 탄생 이유고, 앞으로도 독특한 색을 보여주면서 음악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게 계속된 목표예요" (종현)

샤이니는 남성 아이돌 그룹 중 가장 어린 나이대에 속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개성과 목표는 다른 어느 팀보다도 뚜렷했다. 그리고 단 한번도 음악을 유행과 타협시키지 않고, .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고유의 색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팬층도 넓어졌고, 중독성도 더 높였다. 샤이니의 계속된 행보는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스포츠서울닷컴: 나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