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for boys
샤이니는 곧 있을 두 번째 정규 음반 발매를 앞두고 못 말릴 정도로 신나 있었다. 브라운관의 모습을 보고 바른 말만 하는 청년들일 거라는 기대는 기분 좋게 무너졌다. 아쉽지만, 여기서 밝혀두고 넘어가야 할 게 2가지 있다. 민호는 전날의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으며, 이 페이지는 남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
솔직히 말하자. 오랜만에 만난 사이도 아닐 텐데, 샤이니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고 뭐가 그렇게 웃긴지 시종일관 떠들썩했다. 누가 제일 밥을 많이 먹는가 하는 문제("민호가 제일 많이 먹지")에서부터 키가 종현이에게 받아냈다는 알렉산더 왕 선글라스, 이번에 나올 정규 2집 <루시퍼>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대화는 쉴 새 없었다. (…) 이들이 폭발적으로 흥분 상태가 된 건 회사에서 단체로 노트북을 선물 받으면서부터였다. 단언컨대, 그때 누군가가 국민교육헌장을 읊었다 해도 그들은 배를 잡으며 웃었을 것이다. 조용한 눈을 하고 들어온 태민과 종현을 보고 말수가 적을 거라고 생각한 건 그야말로 오산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어찌나 잘 먹던지, 먹을 것을 부족하게 산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후 우리는 촬영을 위해 잠시 노래방에 갔는데 거기서 있었던 일을 말로 다 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난 노래방에서 우리 노래 부르는 게 제일 싫더라" "2NE1 부를까?" "노래방에선 버즈가 최고야" 등등 각자의 노래방에 대한 사견을 채 주워 담을 새도 없이 노래는 시작됐다. 종현이 비의 '널 붙잡을 노래'를 이를 앙다문 과장법으로 부른 데 이어 태민은 민경훈의 '아프니까 사랑인 거죠'를 꺾어진 목소리로 불렀으며 이들에게 질세라 다른 멤버의 최신 가요 열전은 계속 이어졌다. (…) 엊그저께 뮤직비디오를 찍느라 새벽에 집에 들어간 피곤한 친구들이 맞나? 촬영하다가 우연히 잡힌 멤버의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킥킥거리며 휴대폰에 저장하는 그들은 샘 나는 젊음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렸다. 누군가 말했다. "샤이니 왜 이렇게 멋있어?" 그들이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듯 답했다. "저희가 좀 멋지죠."
(인터뷰는 4명의 멤버가 번갈아가며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질문 옆에 써 있는 이름이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다)
(…중략…)
우주 여행을 한다면 누구랑 갈래요? 추락 위험도 있고 외계에서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 _종현
Key 나랑.
종현 싫어. 하하. 전 동물이랑 갈래요. 우리 집 개랑은 못 갈 것 같고요. 유기견? 가서 친해지는 거죠. 웰시 코기로 데려가야지.
제발 그만 물어봤으면 하는 건? _Key
Key 이상형요.
종현 오, 답이 바로 나왔어.
Key 만날 물어봐서요. 그리고 개인기도요.
NYLON 아까 <미녀들의 수다>의 크리스티나 흉내 잘 내던데요.
온유 오, 그거 밀면 되겠다.
(…중략…)
어느 날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해야 하는 공무원이 되어 있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_온유
태민 재밌겠다!
온유 어머나! 집에서 잘 거에요.
종현 바로 잘리겠다. 사무직은 어울리지 않아.
온유 저는 공무원 안 하고 제가 좋아하는 거 할 것 같아요.
NYLON 근데 가수의 재능은 없는 거예요.
종현 어떡해! 목이 몹쓸 성대야.
태민 노래 대신 춤춰.
온유 그러면 그냥 노래 듣거나 여행하거나 좋아하는 것 할래요. 저 돈은 있는 거죠?(웃음) 전 그렇게 상상할래요.
지금 전화하면 바로 달려와줄 친구가 있나요? _종현
종현 있어요.
Key 군대 갔잖아.
종현 아직 군대 안 간 지영이오.
NYLON 여자 아닌가요?
다들 남자예요.
종현 여자는 아마 다 올걸. 남자는 자신감이죠. 막상 여자 번호 하나도 없다며(웃음)
샤이니를 지금까지 설명한 말 중 가장 말도 안 되는 건 뭐였나요? _Key
Key 누나들의 로망. 그리고 해외에 갔을 때 저희를 부르는 수식어가 과장된 경우가 많아요. 세계적인. 월드 팝스타. 이런 거. 사회자가 "자. 월드 팝스타 샤이니를 소개합니다" 하면 무대 뒤에서 부끄러워서 '잉?' 이러죠.
종현 우리가 마이클 잭슨도 아니고.
태민 기분은 좋은데.
가장 좋아하는 속담은 뭔가요? _태민
종현 티끌 모아 티끌.
온유 티끌 모아 눈곱.
종현 하나 보고 열을 알면 귀신이다. 이런 거. 돌다리 두드려보고 건너면 손만 아프다.
태민 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 겉모습에 속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중략…)
영화를 만든다면 제목으로 좋을 것 같은 건? _온유
태민 (킥킥거리며) 계속 어려운 거 걸린다.
온유 왜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생각나는 거죠? 주인공이 그냥 자유롭게 어딘가 막 돌아다니는 내용이에요.
종현 자유인!
태민 난 <해리 포터> 찍을 거야.
Key 엠마 왓슨 때문이에요.
태민 미란다 커가 지금 영화 찍는 거 없나?
종현 미란다 커는 모델이잖아.
NYLON 미란다 커가 올랜도 블룸이랑 사귀던가요?
온유 크. 넘볼 수 없다.
Key 엠마 왓슨은 넘봐도 될 것 같아. 이상한 애들이랑 사귀잖아. 하하.
온유 버버리 광고 모델 전엔 첼시 구단주랑 사귀었잖아.
종현 근데 루머라서. 한번 전화해봐.
만약 개그맨과 듀오를 결성해야 한다면 누가 좋을까요? _종현
종현 유세윤!
태민 잘 맞을 것 같아.
온유 노래 너무 좋아.
종현 머리도 좋으신 것 같고 너무 재밌어요. 음악도 너무 좋고.
NYLON 그럼 레게 머리도 할 수 있어요?
종현 아뇨. 하하.
솔직히 본인이 누구보단 잘생겼고 누구보단 못생긴 것 같나요? _Key
종현 니콜보다 잘생기고.
태민 민호 형보다 잘생기고.
Key 우리 아빠보단 잘생긴 것 같아요.
종현 아빠보다 잘생기고 엄마보다 못생겼어.
태민 강동원보다 못생기지 않았어?
Key 꼭 집어 누구라고 말하기 어렵네.
온유 전 할 수 있어요. 저는 강아지보다 잘생겼고….
Key 재미없어.
온유 전 강동원보단 못생겼어요.
Key 그냥 아빠보단 잘생겼다고만 써주시면 안 돼요?
(…중략…)
밤에 잘 때 종종 생각나는,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기억이 있다면요? _종현
종현 자다가 발로 이불 차며 '아우' 그런 거요? 여장한 거.
(다들 정신없이 웃는다)
종현 데뷔 초에 많이 했거든요.
(…)
집에 있는 것 중 누가 내다 버리면 정말 서운할 것 같은 건? _Key
Key 너무 많은데. 옷.
종현 하나라도 안 될 걸요.
온유 알렉산더 왕 선글라스.
종현 내가 버릴 거야.
Key 저는 제 공간을 누가 건드리는 걸 되게 싫어해요. 나 몰래 쓰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온유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줘요. 몰래 쓰는 거 싫어하죠. 누가 그런 적 있나?
Key 보디 클렌저 샀을 때.
온유 맞아. 그때.
Key 빨리 닳아 있는 거예요. (다들 또 정신없이 웃는다) 하하. 다들 들어온 선물인지 알고 썼나 봐요. 전 엄마가 말 안 하고 이불 바꾸는 것도 싫어해요. 아직도 집에서 갖고 온 이불과 베개 써요. (웃음) 그런 거 갑자기 바꾸면 적응 못해요.
만약 잠적한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 _태민
Key 아. 좋다.
태민 정말 큰일일 거 같아요. 다른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을 거예요.
온유 성실한 답변. 캬.
종현 아예 연을 끊는 거구나.
온유 난 그럴 일 없어. 하하.
종현 그리고 어디서 청소하고 있는 거지. 그 다음엔 어셔가 되는 거지(어셔는 청소부로 일하다가 가수로 데뷔했다).
많은 돈을 써도 절대 아깝지 않은 아이템은? _온유
온유 음식요.
종현 그래 먹는 건 다 돌아와.
온유 그리고 친구에게 쓰는 건 아깝지 않아요.
태민 나한테 쓰는 건?
온유 아까워. (웃음) 친구들과 하루에 50만원 쓴 적도 있어요.
다들 와! 꽃등심 먹은 거야?
Key 그건 좀 아까워할 필요가 있다.
온유 근데 저는 친구들이랑 먹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NYLON 누가 온유 씨랑 친구가 되려면요?
종현 다시 태어나야 해요.
온유 저도 다시 태어나서 중학교 때부터 같이 친해야 해요. 저랑 제일 친한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2명이거든요.
(…)
자신이 007 본드라면 본드걸은 누가 되면 좋겠나요? _종현
종현 이민정요. 제가 요즘 좋아해요. 아. 진짜 그러면 좋겠다.
(…중략…)
최근 일주일간 가장 좋았던 기억은 뭔가요? _태민
태민 타이틀곡 뮤직 비디오 찍었을 때.
Key 이번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안무가 대단해요.
종현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정도예요.
태민 뮤직 비디오 찍고 나면 아침이거든요. 자고 일어나면 어제 일이 아니라 몇 년 전 일 같아요.
종현 꿈같아.
온유 뮤직 비디오 끝내고 집에 들어가 침대에 딱 누웠을 때가 가장 좋아요. '이렇게 침대로 빨려 들어가는구나' 싶죠.
평생 단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_온유
태민 스테이크요. 난 먹을 수 있어. 난 좋아. 난 그것만 먹고 살 수 있어.
온유 진짜 안 질리는 건 라면이야.
Key 난 하루만 먹어도 일주일 가던데.
온유 진짜? 난 중학교 때 하루 세 끼씩 라면만 두 달 먹었는데.
다들 왜? 어떻게?
온유 어머니 아버지 맞벌이하시니까 간단하게 차려 먹을 때 라면이 편하니까.
태민 라면 잘 끓이겠다.
온유 응. 근데 2개 물을 못 맞춰요.
종현 난 대박이야. 4개까지 맞출 수 있어.
종현 태민이는 라면에 꿀을 넣어요.
NYLON 왜요?
종현 맛있으라고요. (웃음)
태민 싱거워서 처음에 고추장을 넣었어요. 근데 아닌 것 같아 꿀을 넣었어요.
온유 소금도 넣고 미원도 넣고.
태민 민호 형이 먹고 '태민아, 이건 좀 아니다'고 말했죠.
온유 욕했어요.
누군가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자신만의 기준은 뭔가요? _종현
종현 어떤 음악을 듣고 '누구 같은 스타일이다', 그림을 보고도 '이건 누구 그림체다' 그런 말을 듣는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 어려운 거니까. 근데 누구든지 그걸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략…)
가족 말고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있나요? _태민
Key 난 없는 것 같아.
종현 저도 없는 것 같아요.
태민 저랑 제일 친한 친구인 민재 전화번호요.
(…중략…)
남들이 보면 이상하다 할 만한 습관이 있다면? _종현
종현 나 뭐 있지?
온유 너 눈뜨고 자는 거.
종현 맞아요.
온유 근데 그건 습관은 아니지 않나?
종현 그럼 물 먹을 때 새끼손가락 올라가는 거?
Key 제가 만날 뭐래요. 제발 좀 내리라고. (흉내내며) 이러고 마셔요.
온유 아냐. 왼손이야.
아무리 말해도 남들이 믿지 않았던 것은? _Key
Key 저희가 거짓말한다고 사람들이 의심한 건 휴대폰 없었던 거요. 시간이 없어 인터넷도 잘 못 보는데 그거 콘셉트 아니냐고 한 분도 많았고요.
태민 1년 반 동안 없었죠. 그랬더니 휴대폰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웃음)
(…)
만나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에게 첫 번째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_태민
태민 좀 웃긴가? 하느님요.
NYLON 네?
태민 시간 날 때마다 성당 가거든요. 모든 걸 알면서 왜 그렇게 하시는지 묻고 싶어요.
NYLON 갑자기 존재론적인 고민을.
종현 천지창조의 이유?(웃음)
좋아하는 위인은? _온유
(…)
종현, 태민 난 경찰!
태민 대통령도 되고 싶었어.
Key 전 화가랑 가수. 한창 그림 배울 때 너무 재밌어서.
태민 파일럿도 되고 싶었는데.
NYLON 결국 이공계로 안 가고 다들 예체능으로 빠졌네요.
종현 음, 공부가 힘들더라고요. 하하.
어떤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은? _종현
종현 목소리가 예쁠 때. 여자 말투가 조근조근하면 너무 예쁘더라고요. 얼굴도 예뻐야 예뻐 보이겠지만. 근데 얼굴이 예쁘면 목소리도 좋더라고. 하하.
태민 전 여자가 아프거나 연약할 때 예뻐 보이더라고요.
종현 오, 태민의 보호 본능.
태민 그리고 남자는 의리 있을 때.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_Key
종현 어떡해.
Key 집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뭘 해 봐야 의미도 없고.
종현 기차표를 사야 해.
태민 난 번지점프 한 번 더 해야지.
(…)
지금으로부터 가장 먼 기억은? _태민
태민 몇 살 때인지 모르겠는데 집에 있는 놀이 기구를 탄 거요. 조립식 미끄럼틀이었는데 혼자 못 올라가서 형이 올려줬어요.
종현 어머니가 레코드점을 하셨어요. 그때 레코드점 앞에 있는 꽃을 따서 빨아 먹은 게 기억나요.
태민 그 꿀 나오는 거?
종현 응.
Key 그 꽃 빨간색이지?
종현 꽃이란 꽃은 다 빨아 먹었어.(웃음)
(…)
샤이니 노래 1곡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요? _온유
온유 CD 한 장이 얼마지? 1만 3천원인가. 그럼 13곡으로 나누면 한 장에 1천 5백원 정도 하겠네?
종현 곡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한 2억 정도 돼야 하지 않을까요?
태민 진지해. 계산하고 있어.
종현 2억원은 농담이고. 장비, 녹음실 대여, 우리 인건비와 녹음해준 분들 인건비에 향후 들어올 저작권료 수입까지 계산하면 아우. 게다가 한 곡 한 곡 의미 있는 거라서. 난 못 팔 것 같다. 이름 자체가 넘어가는 거잖아요. 샤이니 곡이 아니게 되는 거죠?
NYLON 음, 저 그렇게까지 생각 안 했는데.
종현 그렇습니까? 하하.
자신을 영화배우에 비교한다면 누굴까요? _종현
Key 왠지 능글맞은 남자일 것 같은데.
온유 아널드 슈워제네거!
종현 아널드라….
Key 운동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온유 <뉴문> 의 늑대인간 테일러 로트너?
종현 제가 <뉴문> 보면서 '나 쟤처럼 된다! 두고 봐!' 이랬거든요. 그 늑대 인간처럼 숙소에서 만날 웃통은 벗고 다니는데 말이죠.
누가 컴퓨터를 훔쳐갔다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건 뭔가요? _Key
Key 사진! 제 휴대폰에 있는 거 다 옮겨놓거든요. 누가 유출할까 봐 걱정되는 게 아니라 없어지는 것 자체가 걱정인 거에요. 3년간 모은 데다 심지어 다른 멤버도 사진을 다 저에게 맡겨놔서.
NYLON 유출되면 위험한 사진도 있나요?
Key 회사에서 조심해야 할 사진이 좀 있죠. 하하.
누가 만약 돈을 수백억 줄 테니 가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어떡할 건가요? _태민
Key TV에만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도 노래 못 하는 거예요?
온유 난 클럽 같은 데서 연주하거나 노래 부르려고 했는데.
Key 굳이 보이는 음악을 하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할 것 같아요. 집에서라도.
종현 전 최종 목표가 작곡가라서 그것도 못하게 한다면 응하지 않을래요.
태민 전 원래 최고가 되는 게 꿈이라서 아예 100억 이상을 벌면 되니까.
온유 수백억이랬어.
태민 아,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흔들리네요.
종현 샤이니 전체 대답 '흔들릴 것이다.'
Key 사실 저흰 지금 돈 안 벌어도 별로 상관 없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거랑 바꿀 만큼 돈의 가치를 잘 몰라요. 5년 뒤면 몰라도.(웃음)
종현 5년 뒤에 다시 묻는 걸로 해요.
ⓒNYL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