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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다섯 사내가 있다. 컨템포러리 밴드 ‘샤이니’다.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같은 너’에 이어 ‘아미고’로 누나들의 마음을 앗아간 이들은 더 배우고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평균 나이 19.2세. 데뷔 나이 9개월. 이리저리 뜯어봐도 어리기만 하다. 2008년, ‘연하남’에 대한 환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준 것도 바로 이들이다. 다섯 명의 파릇한 소년들이 누난 너무 예쁘다는데, 어느 누가 마다할쏘냐. 촬영장에서 만난 샤이니는 그런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제법 의연한 모습이다.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간다. SM소속 가수들 중에도 막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표정이나 행동에서도 잘 자란 기색이 역력했다. 특별한 소란스러움 없이 스스로 알아서들 제 몫을 해낸다. “예쁨 받은 덕분에 연습실 바닥 청소 같은 혹독함은 빗겨 나가지 않았냐”는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근데 연습실 청소라는 게 혹독한 게 아닌데. 연습실 쓴 사람이 치우는 게 당연히 맞는 이치니까요.”(종현) (…) 투정 섞인 불평쯤을 기대했던 게 순진했던 건지. 세대의 간극을 메우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샤이니는 공식적으로 다섯 번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린다는데 이미 한도 초과인 셈이다. 종현은 소리내어 그 때의 기억을 복기시킨다. “데뷔했을 때, 첫 무대했을 때, 1위 두 번, 신인상.”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key가 속삭인다. “난 네 번이다.” 종현은 멤버들이 꼽은 가장 눈물이 많은 남자다. 리더 온유는 ‘종현이가 말도 청산유수처럼 잘 하지만 눈물도 청산유수’라며 거든다. 조금 더 어린 민호나 태민이 오히려 형들을 챙기고 도닥이곤 했다. 장난기 많은 key가 ‘감정이 없는 아이들’이라며 눙을 친다.

다섯 멤버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면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잘 맞는다. (…) 종현과 Key는 분위기 메이커다. 종현이 ‘인사이더’적인 유머를 던지면 key가 ‘아웃사이더’적인 유머로 마무리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말수가 적은 멤버 민호의 눈빛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면 종현이 “민호는 소의 눈빛을 가졌다”며 대신 나선다. 온유가 특유의 자상함으로 “사슴도 아니고 왜 하필 소냐”고 감싸는 찰나 key가 “한국을 대표하는 게 소”라며 말을 받는 식이다. 종현의 활발함은 중학교 시절부터 밴드부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베이스와 코러스 파트를 맡았던 그는 음악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밴드에서 보이밴드로 오게 된 연유가 궁금하다 했더니 “밴드 음악으로 시작했고,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펑크 음악을 좋아하게 됐는데 그 펑크음악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흑인 음악 쪽으로 가게 됐어요. 많은 장르의 음악을 들었고 그러면서 특별히 싫어하는 음악이 생긴 거 같진 않아요. 어차피 지금 나오는 음악들은 다 하이브리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라며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 (…)

말보다 눈빛이 먼저인 민호는 유일한 ‘길거리 캐스팅’ 출신이다. 우월한 신장과 몸매 덕분에 하상백과 앙드레 김의 쇼 무대에도 올랐다. 소녀시대의 새 앨범 ‘gee’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멤버들의 질투 섞인 부러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종현은 촬영 현장 얘기도 못 듣고 있다며 민호의 과묵함을 탓한다. (…)

샤이니는 그냥 아이돌이 아니다. ‘웰메이드 아이돌’이다. 대중들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만족하지 않는다. 아이돌이 가지는 기대치를 뛰어넘어 버린다. 이들이 내건 모토는 ‘컨템포러리 밴드’다. 말 그대로 동시대를 아우르는 보이밴드가 되겠다는 거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패션이면 패션에서 샤이니는 소년답지 않은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낯간지러운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에 염증을 느꼈던 세대조차도 사로잡을 만한 신선함이다. 그게 바로 소비욕구 강한 20대 누나들의 지갑을 열게 한 힘이기도 하다. ‘누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샤이니는 이런 반응에 조금 쑥스러워 하는 눈치다. “꼭 누나만 많은 건 아니에요. 이제는 꽤 팬 사인회 할 때도 그렇고 팬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연령층이 다양해지는 거 같아요.”(종현) “막내 태민이 같은 경우는 데뷔할 때만 해도 열 여섯 살이라 누나의 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어요. 저한테 동갑이나 동생이어도 태민이한테는 누나가 될 수 있으니까.”(온유)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던 이들은 정작 누나에겐 심드렁하다. key는 녹음을 하면서 대체 어떻게 하면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동네 누나를 좋아해본 경험 조차도 없다. 연상녀의 KO패, 평균나이 19.2세 샤이니의 승리다.

ⓒPREMIERE: 글 박은성, 사진 우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