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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공연 연장 시위까지 부른 김영민 SM 대표·샤이니 인터뷰
김영민 - 유럽 시장 7조원 규모… 中·日 능가… K팝을 인기 장르로 만들고 싶어
샤이니 - 프랑스 기자가 다 똑같이 생겼다 해… 더 뚜렷한 개성으로 승부하겠다


프랑스의 K팝(한국 가요) 팬들이 지난 1일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벌인 시위를 계기로 유럽 내 한류(韓流)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6월 10일 하루만 잡힌 한국 가수들의 파리 공연을 늘려달라"며 거리로 나섰다. 이 예상치 못한 한류 열풍의 한가운데 이 공연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가 있다. 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 등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SM 타운 라이브'를 파리에서 열기로 하면서 유럽인들의 K팝 사랑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M은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아이돌그룹 샤이니와 프랑스 K팝 팬클럽의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지난달 20일 서울 압구정동 SM 사무실에서 프랑스 K팝 팬클럽‘코리아커넥션’회원들과 팬 미팅을 갖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류의 유럽 상륙작전'을 한 달여 앞둔 김영민 SM 대표와 샤이니를 3일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SM 최대주주 이수만씨의 최측근으로 2005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SM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다.

유럽 내 K팝 인기가 이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나.
김 대표 전혀 예상치 못했다. 6700여장 티켓이 팔릴 만한 공연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픈 15분 안에 티켓이 매진되고 시위까지 있을 줄은…. 
샤이니 정말 기분이 색다르다. 1년 전쯤 유럽에 사는 한국 친구들이 '우리 반 애가 너한테 사인 좀 받아달라고 하더라'고 해서 '유럽에서도 좀 인기가 있나 보다' 싶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유럽인들이 K팝의 어떤 면에 매료된 걸까.
샤이니 일단 색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럽엔 춤추는 아이돌이 없다더라. 우리 가수들은 노래 실력, 의상, 춤 등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고 자부한다. 음반 콘셉트도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일부 곡은 유럽에서 가져왔고 거기에 맞춰 춤까지 추니 유럽의 젊은 여성들이 우리에게 끌리는 것 같다.
 다년간의 훈련을 받은 완벽한 역량을 가진 가수, 세계 시장을 겨냥한 음반 제작 시스템, 유튜브와 SNS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유럽 내 한류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왔나.
 전담 직원 20여명이 꾸준히 유튜브와 SNS 등을 체크해왔다. 우리는 뮤직비디오와 유튜브 동영상 등을 과도할 정도로 신경 쓴다. 신규 앨범이 발매되기 전 유튜브 SM 사이트에 뮤직비디오 등을 먼저 공개한다. 이렇게 노출된 K팝 스타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2억건이다.

유럽 시장 진출로 K팝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업계에선 유럽 음악 시장을 7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미국(6조원), 일본(4조원), 중국(1조원·이상 추정치)보다 큰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노리는 건 유럽 차트에서 몇 등을 하고 앨범 몇 장을 팔고 이런 게 아니다. 유럽과 미국 시장 열풍을 통해 아시아 음악 시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을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특별한 전략은.
"당장은 유럽 시장 정복이 아니라 K팝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1차적 목표다. K팝을 유럽의 주류 음악계에 하나의 인기 장르로 정착시키고 싶다.
샤이니 가수 입장에서는 K팝과 현지 문화를 조화시키는 게 관건일 것 같다. 지난번 팬미팅 때 우리를 취재한 프랑스 기자가 '너희들은 얼굴이 다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유럽에 진출하면 우선 멤버 각자가 더 뚜렷한 캐릭터를 개발해야 할 듯싶다.

"소수(少數)의, 일시적 흥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SNS 세상에서는 소수의 팬덤이 순식간에 전체로 확산된다. 유럽 시장은 아직 좀 지켜봐야겠지만 K팝 가수의 경쟁력은 전 세계가 높이 사고 있다.
샤이니 과거엔 분명히 마니아적인 면이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팬층이 점점 커지는 게 눈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럽에 없는 장르이고, 우리는 밴드 중심의 유럽 음악과 달리 보다 폭넓은 감성을 아우른다.

유럽인들이 J팝(일본 가요)을 이미 경험했고, 우리 가수들이 유럽 작곡가 곡을 부르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작곡가들의 곡을 받은 건 유럽 진출을 염두에 둬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곡을 받기 위해 국적에 경계를 두지 않은 것이다. J팝의 경우, 분명히 유럽에 일본 문화에 대한 선호가 존재하지만 음악적인 면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유럽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진다면.
샤이니 성공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출)하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 우리의 음악과 춤이 유럽 현지와 완전히 동떨어진 콘셉트는 아니니 유럽의 훌륭한 음악과 우리 것을 조합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늘 보장되지 않는 시장에서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상을 얻는다.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유럽은 도전해볼 만한 시장인 건 분명하다. 프랑스 공연이 끝나면 6월 19일 '비틀스의 성지'라 불리는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샤이니의 유럽 데뷔 쇼케이스를 연다. 보다 장기 전략을 짜야겠지만 K팝이 유럽 내 순위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K팝 열풍은 반(半)영구적일 수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 박세미 기자